최희섭(22·시카고 컵스)이 시범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을,그것도 대타로 나서 150m짜리 장외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한국인 야수로는 메이저리그 공식경기 사상 첫 홈런이다.
최희섭은 2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2-1로 앞서던 6회 2사 1·2루에서 대타로 출장,자이언츠의 두번째 투수 우완 마크 가드너의 초구를 그대로 담장 너머로 날려보냈다.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만큼 잘 맞은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 잔디가 깔린 스탠드 상단을 때린 뒤 스타디움 밖 길가로 날아갔다.대타 장외 스리런 홈런.
선발 출장 명단에 들지 못해 3루쪽 컵스 덕아웃 철망에 기대어 게임을 지켜보던 최희섭에게 기회가 온 것은 6회초였다. 1-1로 동점을 달리던 컵스가 4타자 연속 안타로 한 점을 뽑은 뒤 득점 기회가 이어지자 돈 베일러 감독이 대기 타석에 최희섭을 불러올렸다.
덕아웃 앞에서 두세 번 배트를 휘두르며 몸을 푼 최희섭은 계속된 2사 1·2루에서 투수 카일 판스워스를 대신해 타석에 섰다.상대 투수는 선발 리반 에르난데스에 이어 3회부터 던지기 시작한 우완 마크 가드너. 박찬호와도 몇차례 맞대결한 바 있는 가드너는 지난해 11승7패,방어율 4.05를 기록한 자이언츠의 선발 요원.89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13년간 통산 94승88패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백전노장은 신예의 무서운 파워에 힘없이 무너졌다.가드너가 초구에 92마일(약 148㎞)짜리 빠른 볼을 몸쪽으로 꽂는 순간 최희섭의 방망이가 그리 크지 않게 돌아갔다.하지만 타구는 라이너로 뻗어나가 스코츠데일 스타디움 우중간 하늘을 갈랐다.시범경기여서 비거리가 측정되지 않았지만 400피트 거리의 담장과 스탠드를 넘어선 것으로 볼 때 150m는 족히 넘어보였다.최희섭은 곧 이은 6회말 수비에서 투수 펠렉스 헤레디아로 교체돼 더 이상 타석에 서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공식경기에서 한국인 타자가 홈런을 터뜨린 것은 사상 처음.이전까지는 투수인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한 차례,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두 차례 등 모두 3개의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최희섭은 새미 소사와 론델 화이트 등 간판타자들이 결장한 이날 경기에서 팀 타자들 중 가장 먼저 홈런을 신고,메이저리그를 향해 기분좋은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