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호, 예술가들이 이름대신 지어부르거나 예로부터 높은 벼슬을 한분들의 호가 이름석자보다 더 유명해 지니 나도 언젠가 작고한 김봉수 작명가로부터 ,우송,이란 아호를 지어받아 쓰고 있어 각별한 감회를 느낄때가 많다.
호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분은 아마도 송강 정철 선생, 가사문학의 거성으로 만고불후의 명작을 남긴분이다.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 사계 김장생, 백사 이항복, 한음 이덕형, 목은 이색, 수암 권상하, 화서 이항로, 중암 김평묵, 석봉 한호, 다산 정약용,면암 최익현, 근대에 와서 의암 유인석, 소월 김정식, 춘원 이광수, 우남 이승만, 성제 이시영, 월탄 박종화 모두 이름 앞에 호가 따라 붙는다. 최근에 작고한 정치인 중 현석 최규하, 소석 이철승 선생도 호가 더 많이 불려지고있다. 언론인 천관우 선생은 후석이 호다.
이름난 서예가들은 아예 이름 보다 호를 더 선호 하는 경향이라 호를 대야 알정도다. 종교인들이 즐겨 부르는 법명 세례명도 넓게보면 아호에 속한다
옛 선인들은 호를 그들이 거처한 지역의 이름으로 많이 지었다. 박지원은 그가 가난하게 살았던 황해도 금천의 연암에서 호를 따왔다. 정약용의 호 다산은 그가 유배 생활을 보낸 곳이다. 후대에도 그처럼 자기 고향이나 머물러 산 지명의 이름을 따다 호를 지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대중 전 대통령, 그는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가 고향이라 후광이 그의 호다. 압구정동의 한명회가 그러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이 거제도라 거산이라 했고 좀 색다른 호로는 오래전에 작고한 허주(정치인 김윤환의 호), 허주라는 뜻은 ‘빈배' 라는 말인데 글쎄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갔으니 허주가 맞긴하지만 평생이 빈배였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호를 말하려니 계암(박노경) 청석(지용우)과 함께 출퇴근차 안에서 담론하던 경향 논설위원시절이 불현듯 떠오른다. 박노경선생이 우리세사람 호중 송(松) 석(石) 암 (岩) 세글자를 가지고 즉흥시(삼우송)를 지었는데 새삼 생각이 나 옮겨본다.
<송 석 암 삼우의 노래>
만산의 짙은 초록 봐도 봐도 우송이요.
청석은 고금없이 본래모습 지키누나.
물흐름 아래 누운 계암 또한 불변일세
세사람의 우정 변치말자는 뜻으로 지으신 모양인데 두분 다 저세상으로 가시고 우송만 홀로 남았으니 무상한 세상만사 인력으론 불가항력 명복이나 빌어드릴 밖에.
요즘엔 상보 수암 일덕 우송 자주 만나 고담준론으로 해가지니 호와 인연이 깊은 용주 덕촌과도 변함없는 우정이라 늙으막에 호를 가진 친구가 있다는게 즐거워 오늘도 단꿈을 기다린다.
(2023.7.22 지하철 3호선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