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성명서>
교육부 대입제도 개편안 반대한다. 처음부터 다시 하라.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8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엉망진창이다. 고쳐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전면 철회하고, 새롭게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대입제도를 개편하려면 그 개편 시행 4년 전에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해야 하는 법령에 따라, 2023년 올해 말까지는 개편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 작년에 개정된 2022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2025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해가 2028년이기 때문에 그 4년 전인 2024년 2월까지 새로운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마디로 말하면 이번에 발표된 2028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은 2022년에 개정된 교육과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것이다.
첫째, 2022년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이다. 즉, 학생들이 똑같은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경우, 기존의 평가 방식 즉 한 줄로 줄세우는 상대평가는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대입제도 개편 방안의 기본 방향은 상대평가를 배제하고 절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은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혀 엉뚱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그동안의 대학 입시제도는 성적으로 줄세우는 제도라는 점에서 극심한 성적 경쟁을 야기하고, 이에 따라 암기 위주의 교육이 불가피하게 되어 창의성을 위축시키고 사교육비 부담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즉,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논술교육, 토론교육, 창의성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대학입시경쟁을 폐지하고 대학이 평준화될 수 있도록 대학 입시제도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이를 위해 대학입시제도 개편의 기본 방향은 고등학교 졸업 자격고사(또는 대학입학 자격고사) 형식으로 합격, 불합격 2단계로 변경하거나, 그 전 단계로 학교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발표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은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어서 개편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된 것이다.
2024년 총선거를 앞두고 큰 폭으로 바꾸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입시제도의 개편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여 사실상 거의 그대로 두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쓸데없이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이 상책이다. 사실상 바꾸지 않으면서 바꾸는 시늉만 하는 개편은 국력 낭비일 뿐이다. 벌써 4년 뒤인 2027년에 다시 대입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대입제도가 장난감인가? 한 번을 고치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입제도의 기본 방향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첫째, 이제까지 정부가 대학입학 전형 방식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선발을 일일이 간섭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줄세우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고교 내신 성적을 절대평가로 할지, 상대평가로 할지 또는 5시선다형 평가 문항을 유지할지,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할지는 각급 학교 교사들이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나설 이유가 하나도 없다.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학생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을 전국적으로 통일하여 간섭하려는 의도를 버리는 것이다. 한 줄로 줄세우는 내신평가, 수능평가 시험을 없애기만 하면 된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대학 입학 자격시험)만 제공하면 된다. 나머지는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면 된다.
둘째,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교육부가 밀실에서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고, 무차별적으로 수천 명의 국민을 급작스럽게 모아 이 개편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소위 국민참여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급조된 기구로는 국민들의 의견 수렴이 불가능하다. 그런 줄 알면서도 생색만 내는 위선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부도덕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잦은 교육정책 변경과 농단을 막기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요구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정작 만들어진 국가교육위원회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다. 그런 국가교육위원회이지만 국가교육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고 한다면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부터 교육정책, 교육철학 전공 학자들과 현장 교사 출신 전문가 등 책임있는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참여하는 인원이 많다고 더 충실한 의견 수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참여위원회를 빙자하여 1-2개월 동안 수천 명의 국민을 모아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교육부가 만든 교육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고,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들로 하여금 그 동안 숱하게 제기되어 온 문제의식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든 후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TV토론 등 공개적인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부는 개편안 생산에서 손을 떼고, 전문가위원회로 하여금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도록 하면 된다.
셋째, 한 줄로 줄세우기와 논서술형 평가는 어울리지 않는 제도이다. 한 줄로 줄세우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논서술형 평가를 100% 열어놓고 논서술형 평가 전문 교사를 3000명을 육성한다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한 줄로 줄세우기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한다는 것은 시늉만 낼 뿐, 전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 바칼로레아는 다른 것이 아니다. 고교내신 성적 줄세우기, 수능 평가 줄세우기로부터 독립시키면 그것이 바로 스위스 국제 바칼로레아와 같은 모양이 되는 것이다. 고교내신, 수능 줄세우기를 하면서 스위스 국제 바칼로레아를 들여오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되어 오히려 여러 가지 문제만 발생시킬 뿐이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는 줄기차게 대학평준화를 주장해왔다. 한마디로 줄세우기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이든 인공지능이든 GPT든 가능하다. 그래야, 단편적인 암기 교육이 아닌 창의적인 교육, 학습이 가능해진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개편안은 문제투성이 대입제도를 개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일 뿐이다. 국민들과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는 개편안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서 제대로 된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평준화와 대학입학자격고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입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1년을 늦추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
1. 교육부가 발표한 2028년 대입제도 개편안을 전면 철회하라.
1. 교육부는 손을 떼고,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범국민적 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라.
1. 대학평준화를 중심으로 하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만들어라.
2023년 10월 16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