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국수와 어머니
홍천에 가면 가급적 중앙시장에 들린다. 메밀전병(촌떡)과 올챙이국수 때문이다. 정선의 ‘콧등치기국수’와 홍천의 ‘올챙이국수’는 ‘맛’ 이상의 그 어떤 것, ‘향토적인 푸근함’이랄까? 그런걸 느낀다. 처음 온 외지인이 올챙이국수가 무슨 맛이냐고 물으니까, 중앙시장 아줌마는 “아무 맛도 아닌 맛”이라고 아리송하게 대답한다. 처음 먹으면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먹다 보면 독특한 맛을 점점 느낄 수 있다. 양념 간장과 잘익은 열무김치가 어우러져서 특유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했던 가난했던 시절의 구황식품이었다지만, 지금은 저칼로리에 뱃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별미의 홍천 향토 웰빙식품이다.
죽음을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전복죽이나 잣죽 보다도 오히려 올챙이국수를 자주 찾으셨다. 입안에서 씹을 필요가 없으니, 드시기가 편해서 그럴거라고, 나는 그 때는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누구나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린시절. 특히 죽음을 눈앞에 둔 그런 절박하고 무기력한 상황이라면, 누구든지 더더욱 옛날이 그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챙이국수를 물끄러미 바라 보시던 그 청아하면서도 슬픈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올챙이국수를 통해서 옛날을 회상하시며, 그 엄청난 외로움과 두려움을 스스로 꺼이꺼이 달래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가난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던 어린시절 북방면 하화계리, 그 때의 그런저런 소소하고 아련한 옛날 이야기들을 병상에서 일부러라도 많이 이야기 해 드리지 못했던 것이 아주 후회스럽다.
(홍천 중앙시장에서, 2009. 12. 5, 최주섭)
첫댓글 나둥
스마스이브 잘보내시게^*^
시혼때 시엄니가 주시는데
못먹겠단말두 못하구 억지루 먹었던생각이
촌떡은 지금도 이따금 사서먹는곤하지.
주섭이가 또 엄니가 그리웠군아....^^
니가있어 홍천에사는게 행복하네^*^
어머니생각에 눈물이 ............
구려
영수맘내가안다^*6
되돌아보니 저만치 가 있는 어린시절 가난해서 옥수수떡과 올챙이국수 많이먹었네 . 사돈은 어머님에 깊고따뜻한 손길을가슴에 담고사네 효자~~~~
무숙언니두
잘하잖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회상글을 보니까 어머니 살아계실때도 무척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넌 효자다 야
울칭구들
다 효자효녀여
나만빼구^*^
백번 만번 공감하는 이야기....
나도 홍천가면 꼭 시장 들러 올챙이 국수 한사발 거뜬히 해치우곤....
그리고 사오기도 하고~
울 옆지기는 아무맛도 없다고 싫어하지만
이 음식앞에 있으면 지금도 옛날에 울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는 향수짙은 음식~
올챙이국수 사랑 모임 만들어야겠당~!!
추진 한번 해봐..올사모 ㅎㅎ.가끔 만나서 홍천 횡성 평창 영월 정선 등등 올챙이 국수외 기타 지역의 향토음식맛을 한번씩 맛보는것도 좋겟다.
울아버님도 장날이면 거의 올챙이 국수를 사오신곤 하셧지..치아가 안좋으신 어머니를 위해서..글구 정말 올챙이 국수는 먹을수록 맛잇어.닝닝한듯하면서도 오묘한..첨먹어보는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먹냐구 할정도로.조선양념간장 또는 시원한 열무김치를 넣어서 먹으면 아주 일미..
근데 난 별로 먹은기억이없어 무슨맛인지 영 기회되면 먹어봐야겠어
어느해인지 서석장날..지나는 길에 들렀었는데
마침 장터에서 올챙이 국수를 만들어 파는곳이 있었어.
정말 변질이 안된 옛날 올챙이 국수(바가지로 만든..) 그 맛이였어..
또다시 그맛을 어디서 맛볼수 있을런지....
주섭이는 토속 적인 음식을 좋아하는군아 나는 우리 실랑 때문에 올챙이 국수의 맛을 알았는데 장날이면 가끔 사 먹지....
송이가 말하는 진짜 올챙이국수(집에서 바가지로 만든) 그거 진짜로 맛있는데. 시골장터 지나가다 들리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올챙이국수는 못먹어봐서 맛을 모르지만 메밀 전병은 맛이 끝내주는데. 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