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어제 24일까지 열흘 동안을 전쟁 영화와 전쟁 이야기책을 보며 보냈다.
영화는 삼국지(넷플릭스), 이야기책은 <사마의( 친타오 지음, 박소정 옮김)>.
할 일은 적고, 시간은 많아 도서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다 보니 <사마의>가 눈에 띄기에 골랐는데, 우선 앞의 ‘옮긴이의 말’과 책 뒷부분을 읽어보니 이게 예사 책이 아닌 것을 알았다.
사마의는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제갈량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두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사마의는 삼국시대가 끝나고, 세워진 진(晉)나라의 실질적인 창시자이다.
‘사마의’를 자세히 알기 위해 넷플릭스로 삼국지를 보기로 했고, 책은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사흘에 걸쳐 읽었다.
사마의는 “사회의 기풍이 날로 나빠지는 서기 170년대 말에 태어났고, 아득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세기를 뛰어넘어 조조, 조비, 조예라는 모시기 까다로운 세 주인 밑에서 일했다.
끊임없이 은인자중하고 분투함으로써 그는 마침내 무관의 제왕이라는 위엄을 달성했다. <사마의>”
친다오는 사마의가 그런 위엄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겸손의 도 덕분”이라고 했다.
“사마의는 평생 시대의 흐름에 순응했다. 권모술수로 살길을 모색하고 사덕(私德)으로 입신했다. 개인적인 사업은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되었고, 자손들을 위해 대진(大晉) 강산을 열어 주었다. 하지만 역사를 길게 늘여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제갈량은 생전에 실패했지만, 청사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겼고, 사마의는 생전에 성공했지만, 후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실패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둘의 어떤 점이 성패를 갈랐을까?
이것이 바로 인성(人性) 그 아래에 있는 역사이다.”
-친다오의 <사마의>-
넷플릭스로 삼국지 95회 분을 봤다.
1회분이 45분에서 50분 이내로, 보는 데 1주일이 걸렸다. 하루에 평균 10시간을 본 셈이다.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보는 내내 박진감 넘치는 장면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전에 텔레비전으로 삼국지 영화를 몇 번 보았지만, 매번 중간에 보다 말았다. 하루에 한두 편씩 하는 것을 꾸준히 본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이번처럼 사마의란 인물을 알기 위한 뚜렷한 목적이 있었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좋은 수단과 충분한 시간이 있어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나는 날이 갈수록 텔레비전과 신문(인터넷판)이 멀어지고, 대신에 책이 좋아지고 있다. 책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만나는 친구도 없고, 좋아하는 취미도 오락도 없는 내게 책 외에 이렇다 할 소일거리가 없어 책이라도 읽는다.
텔레비전과 신문에 나오는 것은 대게 현재 사건이 중심인데, 모두가 쪼잔한 가십거리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안 된다. 큰 사건이라고 해도 사실 여부는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다.
낫살께나 먹은 사람이 그날그날의 텔레비전과 신문 유튜브에 나오는 쪼잔한 사건을 보며 일희일비할 게 뭐람.
그런 것에 정신이 팔리는 것보다 차라리 과거의 기록과 얘기를 읽고 보는 게 백 배 더 낫다.
혼자서 읽고 보고 사유하고 질문을 해야, 개인은 물론 사회와 세상이 발전하지, 몇 사람의 보스에 세뇌되고, 집단에 매몰되어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행동해서야 어디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