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2019.12.7.
밴쿠버에서
산 지도 어언 십여 년이 되었다.
그동안
가까운 공원과 곳곳의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산책 겸
운동을 했다.
성냥갑이라
부르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와는 다른 이곳의 거리는
저마다 독특한 풍경을 드러내며,
산책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아 별로 따분하거나 식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운동을 하다 보니 날씨에 따라 제약이 많았다.
여름은
비가 안 와서 경치를 감상 데에는 좋지만 뜨거운 햇볕
때문에 짧은 소매 옷을 입으면 살갗을 태우고,
조금만
빨리 걸어도 땀이 쏟아진다.
그리고
10월에서
4월까지는
워낙 비가 자주 많이 내리고,
으스스
춥고 잦아서 좀처럼 우산 없이는 산책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따르자니 실내의
피트니스 센터로 가야 했다.
닫힌
공간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근육
강화 운동은 밖에서는 하기 어렵다.
그래서,
올
연초부터 연 회원권을 끊어서 매주 3~4회
시청의 레크리에이션 센터에 가서 운동한다.
무게를
들어 올리는 운동,
턱걸이,
허벅지
강화 운동 등부터 시작해 트레드밀에서 빨리 뛰듯이
걷는 운동까지 1시간
넘게 한다.
땀이
샘처럼 솟아 나와 종이 수건을 스무 장은 적시게 된다.
샤워실에서
대강 몸을 씻고 나오면 힘들기도 하지만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뿌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실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처음 운동하면서 한동안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주로 운동하러 가는 화이트락 근처에 위치한 레크리에이션
센터에는 초로의 백인분들이 주로 운동을 하러 오신다.
요가,
필라테스,
배드민턴을
하거나 실내 자전거,
노
젓기 운동,
트레드밀
타기 등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역기
들기 등 근육 운동하시는 분들도 꽤 많다.
그런데,
일흔을
넘긴 분들의 근육이 젊은 남자 부럽지 않게 굵고 단단해
보일 뿐 아니라 실제로 나보다 훨씬 무거운 기구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고,
당긴다.
어이,
내가
왜 이리 초라해 보이는지....
그러던
어느 날 마흔 안팎 되어 보이는 남성이 함성을 지르기에
자연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는
역기봉 양쪽에 45파운드짜리
원판을 각각 4개씩
끼고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니
역도 선수도 아니고 어떻게 저런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면 안 된다는 의사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45파운드짜리
원판 하나를 두 팔로 허리까지만 들어 올려도 부담을
느끼는데....
그뿐이
아니었다.
며칠
뒤 또 다른 남자는 기구의 도움을 받아 턱걸이하는
사람들 보란 듯이 허리에 35파운드짜리
원판 두 개를 끈으로 묶어 매고는 턱걸이를 했다.
아이고,
저런
힘이 넘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주눅이 들어
운동하기가 쑥스러웠다.
아,
나도
과수원 일을 하면서 하루 천 개도 넘는 과일 상자를
추슬렀는데 저분들은 얼마나 체력을 잘 관리해 왔으면
저렇게 힘이 좋을까?
기가
죽어서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운동하는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어서는 약화하는 근육과 뼈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어려서부터
늘 운동을 즐기는 백인들과 어떻게 비슷한 체력,
근력을
갖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필요하고
할 수 있을 만큼 운동함으로써 자기 몸을 관리해야 할
뿐이다.
조카
딸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태어나서
운동 같은 운동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자기 친구가
필라테스 강좌에 등록하고 첫날에 강사가 하는 대로
무리한 동작을 하다 그만 척추 디스크가 탈출해 18개월을
조심조심 살아야 했다고.
노래를
못 하는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성악가가 될 수 없고,
그림에
재주가 없는 사람이 매일 그림 그린다고 화가가 될 수
있나?
자기의
능력과 건강에 맞춰 운동도 하고,
삶도
영위해 가야 한다.
어디
잘 못 하는 것이 운동뿐인가.
용기를
잃지 말고 하루하루 운동하다 보면 근력도 강화되고
뼈도 강해지지 않겠는가.
지금
저 힘센 이들을 부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다음부터
나는 체력을 뽐내는 다른 분들에 눈길을 주지 않고
내가 정한 순서에 따라 하루의 운동을 마치고 나온다.
그렇게
운동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래,
잘했다.
더는
운동 시합에 지고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던 아이가
아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