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처음 경험해본 진도항에서의 출발은 여러가지 면에서 실패작입니다. 쾌속정이라 2시간 정도면 제주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어제는 강풍과 거친 파고로 인해 몸이 가벼운 쾌속정이 어찌나 요동을 치는지 승선 내내 심하게 흔들려야 했습니다. 더 빨리 달렸다가는 더 요동칠 것 같은지 속도를 늦추다보니 시간도 3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우리끼리만 가고자 6인 패밀리석을 예약했는데 이게 별도룸이라고 착각한 것도 너무 우스웠습니다. 일반석보다는 조금 좌석이 넉넉한 6개의 의자에 넓은 테이블 하나, 그 세트가 바로 패밀리였습니다. 공간도 구분되어 있질 않아서 패밀리좌석 쪽에 사람이 거의 없었던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타고나서 알게 되다니 ㅋ. 그래도 배가 요동만 치지않으면 바닷가풍경이 훤히 보이는 자리라 그건 좋았습니다.
참으로 간만에 멀미에 따른 구토를 어찌나 했는지 여행길이 고행길 같았습니다. 멀미를 하는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어제와 같은 거친 풍랑 속 속절없이 흔들리는 배에서 느끼는 멀미는 전정감각에 직접 진동이 가해져서 발생하는 것이라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신체반응은 전정감각 작동 뇌신경과 직접 관련이 있으니 일반사람인 저와 대학동기는 말 할 것 없고 태균이와 준이 모두 다 심한 구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태균이와 준이 모두 전정기관 작동이 많이 회복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전정감각이 둔하기 짝이었는 완이와 리틀준이는 이런 증상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 완이는 막판에 조금 토사물이 나오고야 맙니다. 이 녀석 그래도 전정감각 기능이 회복이 좀 된 결과라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습니다. 끝까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않는 리틀준이는 전정감각 뇌신경 가동이 얼마나 둔감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래 전에 아이들 대상으로 중력훈련법 그룹수업해줄 때 (미국 전문기관에서 중력훈련법 전문과정을 정식 수료한 사람은 국내에서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중력판에 올려놓고 전정감각을 자극하는 돌리기 요법을 해보면 아무리 돌려주어도 아이들은 전정계 진동을 느끼지 못하곤 했습니다. 상태가 좋은 아이들은 이 훈련을 하다가 토하기도 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 전정계 자극훈련은 사실 매일 해야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제 경험은 전정자극 회복의 확인판이자 완이와 리틀준이의 숙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시각정보처리에서 3D 기능이 취약한 아이들은 전정감각 가동이 더 약해서 이런 극단의 상황에서도 멀미를 느끼지 못하곤 합니다.
물론 이런 환경 경험을 자주하는 사람들은 더욱 전정감각을 단련시켜 무뎌지게 하기도 합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데요, 우주비행사들의 예비훈련 과정에 보면 혹독한 전정계 자극 단련은 필수이기도 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전정감각 가동이 더 중요해서 전정감각 단련이 되지 않으면 몸의 자세는 물론 우주선 내의 시설이용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근육과 뼈, 관절이 의도적 동작을 하는데 전정감각이 얼마나 핵심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제의 경험은 떠올리기도 싫지만 아이들의 전정감각 회복을 확인했던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는 심한 강풍을 동반한 빗줄기가 밤새 창문을 때리고 있습니다. 이틀정도는 밖의 활동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비오는 제주도 풍경을 감상시켜 주는 수 밖에...
첫댓글 저희 집도 난리네요. 이리저리 밀려나고 냉장고는 차단기가 자꾸 떨어져 전기가 나갔습니다. 금욜부터는 괜찮다니...오시는 여정과 여행 초입에 엄청 고생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