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자는 항상 마음을 보존하여 사물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이치를 궁리하여 선(善)을 밝힌 연후에야 마땅히 행해야 할 도(道)가 뚜렷하게 앞에 있어 진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도에 들어가는 데 이치를 궁구하는 것보다 더 먼저 할 것이 없으며, 이치를 궁구하는 데 있어 독서(讀書)를 하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으니, 성현(聖賢)의 마음을 쓴 자취와 본받을 선(善)과 경계할 악(惡)이 모두 책에 있기 때문이다.
무릇 독서를 하는 자는 반드시 단정하게 팔짱을 끼고 바르게 앉아 공경스럽게 책을 대하되, 마음을 다하고 뜻을 극진히 하고 자세히 생각하고 깊이 이해해 깊은 의미를 알되, 구절마다 반드시 그 실천할 방법을 구해야 한다. 만일 입으로만 읽지, 마음으로 체득하지 못하고 몸으로 행하지도 못한다면, 글은 저대로 글일 뿐이요, 또한 나는 나대로 나일 뿐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 소학(小學)을 읽어 부모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며, 임금에게 충성하고, 웃어른에게 순종하며, 스승을 높이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도리를 하나하나 자세히 음미하여 힘써 행해야 한다.
● 대학(大學)및 대학혹문(大學或問)을 읽어서, 이치를 궁구하고[窮理] 마음을 바르게 하며[正心], 몸을 닦고[修己], 사람을 다스리는[治人] 도리를 하나하나 참으로 알아내어 이를 실천하여야 한다.
● 논어(論語)를 읽어서, 인(仁)을 구하고, 인격 수양을 위한 학문[爲己之學]을 하고, 본원(本原)을 함양하는 공부에 대해 하나 하나 자세히 생각하여 깊이 체득하여야 한다.
● 맹자(孟子)를 읽어서, 의리(義利)를 밝게 분변하는 것과 인욕(人欲)을 막고 하늘의 이치[天理]를 보존하는 설(說)에 대해 하나 하나 밝게 살펴서 이를 확충해 나가야 한다.
● 중용(中庸)을 읽어서, 성정(性情)의 덕(德)과, 이치를 미루어 아는 공[推致之功]과, 만물이 길러지는 오묘한 이치를 하나하나 음미하고 찾아내어 거기에서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 시경(詩經)을 읽어서, 성정(性情)의 그릇됨과 올바름, 선을 표창하고 악을 경계한 일들을 하나하나 깊이 궁구하여 감동을 느껴 자신의 행동을 징계(懲戒)하여야 한다.
● 예경(禮經)을 읽어서, 하늘의 이치가 알맞게 드러나는 것[節文]과 사람이 지켜야 할 법칙[儀則]의 도수(度數.정해진 법도)에 대해 하나하나 그 이치를 궁구하여 확립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 서경(書經)을 읽어서 이제(二帝.요순),삼왕(三王,즉 夏의 禹王,殷의 湯王,周의文王)과 무왕(武王))이 천하를 다스린 대경륜(大經綸)과 큰 법[大法]에 대해 하나하나 요령을 얻고 그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주역(周易)을 읽어서 길흉(吉凶),존망(存亡),진퇴(進退),소장(消長)의 기미[幾]를 하나하나 관찰하고 음미하여 끝까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 춘추(春秋)를 읽어서, 성인(聖人)의 착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벌을 주어 잘못은 억누르고 잘한 일은 드높여 주어, 조종하는 은근한 말[微辭]과 심오한 뜻을 하나하나 정밀히 연구하여 깨달아야 한다.
5서(五書)와 5경(五經)을 돌려 가면서 많이 읽어, 끊임없이 이해하면 의리(義理)가 나날이 밝아질 것이다. 그리고 송(宋)나라 때의 선현(先賢)들이 지은 근사록(近思錄),가례(家禮),심경(心經),이정전서(二程全書),주자대전(朱子大全),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같은 서적과 그 밖의 성리학설을 틈틈이 정독(精讀)하여 의리가 항상 내 마음에 젖어 들어 어느 때고 끊임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남은 힘으로는 역사서를 읽어 고금(古今)의 일과 사건의 변천에 통달하여 식견을 길러야 한다. 이단(異端)이나 잡다한 류의 바르지 못한 서적은 잠시라도 펼쳐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독서를 할 때에는 반드시 책 한 권을 숙독(熟讀)하여서 의미를 모두 알아 의심이 없이 훤히 알게 된 후에 다른 책으로 바꿔 읽어야 하니, 많이 읽으려고 욕심내고 무언가 얻어 내는 데만 힘써 이것저것 바삐 보아 넘겨서는 안된다. (끝)
첫댓글 어린 시절 이회서실에서 공부할 때 나의 학습태도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스승으로부터 거의 매일 '書自書我自我'한다고 꾸중을 들었던 그 장면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보편적 지식을 나는 자신의 것으로 체회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하고 자문해 본다. 自愧之心이 들 정도이다.
격몽요결은 아시다시피 율곡선생이 지은것으로서, 위 글 "讀書" 이외에도 持身, 居家, 處世에 대한 글이 카페에 실려 있으므로 검색하여 볼수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