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명절 강론 : “늘 깨어 준비하여라!”(루카 12,35-40) >(1.29.수)
*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을 맞아, 조상을 기억하며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나눠야겠습니다. 또한 단 한 번뿐인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 “늘 깨어 준비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명심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설”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가리키는 말로, “설날”이라는 말과 동일한, 우리나라의 명절입니다. 시간적으로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 달 첫 날로, 한 해의 최초 명절이라는 의미도 있고,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설은 국가 차원의 공휴일입니다. 올해의 설 연휴는 3일이지만, 고속도로는 1/27(월)부터 31(금)까지 5일간 무료라고 합니다. 명절 연휴 동안 고속도로 통행량이 어마어마한데, 톨게이트비 걱정을 없앤 아주 좋은 제도입니다.
2. 설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 문헌부터 있었고, 의례, 민간신앙, 복식, 음식, 놀이 등 설 관련 세시풍속도 많았습니다. 더욱이 설에는 “신성한 날”이라는 신앙적인 의미가 컸지만, 오늘날에는 설날 아침에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만 남았고, 민속놀이를 비롯하여 갖가지 세시풍속은 퇴색되거나 단절되었습니다.
설날 아침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는 종손 중심으로 해서 지내는데, 4대조까지 모시고, 5대조 이상은 시제 때 산소에서 모십니다. 하지만 가정 상황에 따라 다르고,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5대 조상까지 제사 지내고, 또 제사 시간을 자정에 맞춰 드렸습니다. 그러면 준비하는 사람들도 힘들고, 식사하고 나서 잘 때도 소화가 되지 않아서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자,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3대까지 지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명절 전날까지 제자 지낼 준비를 다 해놓고, 당일 아침 8시에 제사를 지낸 후에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제사를 마친 후에, 가까운 집안끼리 모여 성묘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설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연휴를 이용해 국내외 여행을 하는 가족도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 본당 교우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세시풍속이 많이 사라졌지만, 민속박물관과 민속촌 등 민속 관련 기관에서 민속놀이를 준비해서 그것을 찾아가는 가족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과는 달리, 한 해의 시작을 하느님께 봉헌하기 위해 오늘 설날 아침, 온 가족과 함께 성당에 오셔서 합동위령미사를 함께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3. 이처럼 설날은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새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중요한 날로, 전통적인 세배와 떡국, 한복을 준비하는 명절입니다. 세배는 가족이나 친척에게 새해 복을 기원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세배를 받는 사람은 세뱃돈을 주거나 조상의 제사를 준비합니다.
떡국은 설날의 대표적 음식으로, 떡국을 먹음으로써 한 살 더 먹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떡국을 좋아해서 언제 먹어도 좋습니다. 매일 떡국을 먹어도 좋겠습니다. 떡국은 결코 배신하지 않습니다.
“나이”를 헤아리는 말로 “설”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새해 첫날인 ‘설’을 쇨 때마다 한 살씩 더 먹기 때문입니다. 설을 한 번 쇠면 1년, 두 번 쇠면 2년이 되는 논리에 따라 나이도 한 살씩 더 늘어납니다.
4. 설에 대한 기록이 삼국시대 문헌부터 있었지만, 근대국가에 들어 음력설(구정)과 양력설(신정)로 두 개의 설이 있었습니다.
음력설은 전통적인 명절, 즉 설을 의미하며, 양력설은 현재 일상력으로 사용하는 태양력(양력)에 의한 설입니다. 하지만 전통명절은 설날이며, 구정(舊正)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구정으로 일컬어지던 ‘설날’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오늘날처럼 원래 이름을 찾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와 나란히 할 만큼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구정”과 “신정”, 이렇게 설날을 매년 두 번씩 지내다가, 설날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요즘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말을 두 번씩 합니다. 좋은 말이니까 많이 할수록 좋겠지만,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새해에 인사하고, 또 진짜 설에 똑같은 인사를 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합니다.
설 명절 연휴에 고향을 찾아가는 인파가 물결을 이룹니다. 근래에는 ‘어른’들이 자녀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고향을 찾아가는 인구가 더 많습니다.
또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과 택배 서비스 덕분에 설날 준비가 더 편리해졌습니다. 명절 선물을 온라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고, 택배 서비스를 통해 간편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택배 서비스를 통해 여러 선물을 받았습니다.
디지털 화폐 같은 전자 결제 수단으로 세뱃돈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선물과 세뱃돈을 직접 주고받으면 더 반갑고, 더 고마울 것입니다.
5.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아프고 연세가 많은 교우가 작년 12월 이후,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안 아프고 건강하면 좋지만, 나이 들면 온몸이 다 아프고, 또 아픈데 오래 산다면 고역이고, 하루빨리 천국으로 가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을 것입니다. 세상을 떠난 조상과 가족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늘 깨어 준비하며, 살아있는 가족, 친척, 이웃사촌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