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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8972부대 허준영 일병은 수시로 보일러실에 들러 동료 장병들이 따듯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일러를 점검ㆍ관리하 고 있다. |
악몽 같은 폭우로 많은 사람이 고생했던 지난해 7월. 부대 곳곳이 유실되고, 그로 말미암은 복구작업으로 모두가 지쳐 있을 무렵 허준영 일병은 우리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자대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힘든 작업을 하게 된 허준영 일병(당시 이병)을 보며 모두 “안 그래도 힘들 텐데 고생이 많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허 일병은 “힘들 때 부대를 도울 수 있어 좋고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으레 이병들이 말하는 겸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허 일병이 시설 일을 하고 싶다고 지원했다. 원래부터 시설 작업이라는 것이 많이 꺼리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폭우 로 보일러실이 잠기게 되면 단잠을 포기하고 물을 퍼내야 했기에 말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두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허 일병은 자신의 의지로 그 일을 도맡게 됐고, 그렇게 우리 부대 ‘보일러병’ 임무는 시작됐다.
보일러병은 병사들이 만들어낸 특기다. 허 일병의 특기는 차량운전병이지만 모든 시설물을 관리하고 궂은일을 맡아 하며, 보일러까지 관리하기에 지어준 별명이다.
그 선택으로 허 일병은 말 그대로 사서 고생하게 됐다. 수해 복구작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비가 오면 보일러실에 물이 차기 전에 퍼내야 했고, 망가진 시설이 있으면 앞장서서 고쳤으며, 잦은 작업 때문에 전투복은 늘 흙투성이가 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허 일병에게서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늘 웃는 얼굴로 즐거워 보였다.
처음엔 그저 선임 처지에서 기특하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로울 법도 한데 어쩜 저렇게 한결같을까?’ 한번은 허 일병에게 고장난 생활관 문고리를 고쳐 달라고 부탁하면서 혹시 시설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슬쩍 물어봤다.
그러자 허 일병은 “전 오히려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더 놀란 것은 그 다음 말 때문이었다.
“전 사람들이 저를 찾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난처할 때 도움을 주는 저의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저 때문에 부대가 발전해 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고경수 상병님도 제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허 일병이 누구보다도 크고 어른스러운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의 당당함과 자신감 앞에서, 반복되는 업무로 나태해지고 있던 나를 크게 반성하게 됐다. 태도의 차이가 너무도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 후로도 허 일병은 부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쓰레기를 깔끔하게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소각장을 리모델링하고, 재떨이·의자 등 가리지 않고 필요하다 싶으면 어떻게든 만들어 내고 고쳤다.
겨울철에는 물탱크가 얼면 직접 깨가며 전우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 모든 일을 항상 누가 시키기 전에 먼저 행동으로 옮겼고 그 덕분에 많은 병사는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허 일병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는 2년여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다 떠날 곳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보람을 찾는 군 생활과 지루함과 나태함을 견뎌내기만 하는 군 생활이 과연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부대를 내 집같이, 함께 생활하는 병사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온몸으로 헌신을 실천하는 허준영 일병. 난 허 일병이야말로 참다운 군인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모든 군인의 본보기가 되는 허 일병에게 찬사를 보내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본지는 장교-부사관-병사가 서로 칭찬으로 소통하며 활기찬 병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연초부터 대대급 부대가 1개월간 릴레이 형식으로 매주 화요일 14면에 ‘칭찬합시다’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에 소개된 부대에는 보광 훼미리마트에서 70여만 원 상당의 과자와 컵라면 등을 협찬합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글을 보내주신 장병들에게는 나라사랑카드 발급 은행인 신한은행에서 협찬하는 문화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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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수 상병 공군8972부대 | |
첫댓글 욱군 같았으면 포상휴가 감인데....^^
WOW~~~~~~~나라 지키는 고경수상병 짱이다!!! 가문의 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