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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계곡 주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수타니 파타
▶ 산행일시 : 2011년 10월 1일(토), 맑은 가을하늘
▶ 산행인원 : 12명(버들, 드류, 화은, 감악산, 대간거사, 백작, 가은, 승연, 러브, 인연, 제임스,
하늘재)
▶ 산행코스 : 용대리 내가평교→785m봉→1,097.1m봉→1,241m봉→1,369m봉(응봉능선
갈림길)→1,360m봉(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1,396m봉→안산→1,257m봉→
1,161m봉→생수공장→한계리 석황사
▶ 산행시간 : 12시간 51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6.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17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2 : 25 ~ 04 : 47 - 인제군 북면 용대리(龍垈里) 내가평교, 산행시작
07 : 30 - 813m봉
08 : 29 - △1,097.1m봉
09 : 22 - 1,241m봉
11 : 05 - 1,360m봉, 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
11 : 12 - 대승령 갈림길
11 : 40 ~ 12 : 05 - 안산 직전 안부, 중식
12 : 37 - 안산(鞍山, △1,430.4m)
12 : 37 - Y자 갈림길, 오른쪽은 십이선녀탕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13 : 51 - 절벽
14 : 20 - 1,257m봉
15 : 06 - 1,161m봉, ┣자 능선 분기
16 : 27 - 벙커, Y자 능선 분기, 왼쪽으로 감
17 : 38 - 생수공장, 인제군 북면 한계리(寒溪里) 석황사 위, 산행종료
17 : 54 ~ 19 : 40 - 원통, 목욕, 석식
21 : 18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백담계곡 주변
▶ 1,360m봉, 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
새벽 02시 25분 용대리 내가평교. 동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화양강휴게소 들리고도 2시
간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름날 대하(大河)였던 북천(北川)은 영시천(永矢川)과 합세했어
도 조용하다. 차 안에서 히터 틀어놓고 작정하고 잔다. 설악산 기슭에서는 선잠의 꿈도 사납
다. 미리 험로 더듬어 가위 눌리기 일쑤이니 차라리 아니 잔 것만 못하다. 몽중설몽(夢中說夢)
이 꿈 깨도 예전의 사실적인 어렴풋한 기억으로 여겨진다.
04시 25분 기상. 날이 우중충하다. 이웃한 영동 지방에 오늘 비 내린다고 했는데 우리는 그 곁
에 있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산간지방은 더욱 추울 거라고 떠들썩하
던 예상과는 달리 선선하다. 대충 요기하고 차에서 내려 내가평교를 건넌다. 산기슭 풀숲은
비 내린 듯 새벽이슬로 흠뻑 젖었다. 아무 인적이 없다. 줄줄이 헤드램프 불 밝히고 풀숲 헤치
며 캄캄한 산속으로 들어간다.
잡석이 하도 바글거리기에 곧 절벽이나 바윗길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넙데데한 사면을 밋
밋하니 오른다. 통통한 능선에 진입하고 내 눈이 침침하여 알고 보니 안개 속이다. 헤드램프
는 짙은 안개를 뚫느라 힘 겨워한다. 설악은 변경의 지능선도 가만있지 않는다. 암릉이 나온
다. 승연 님을 척후로 보내 전도를 살피게 한다. 암릉 뒤쪽의 사정으로 보아 직등불가! 암릉
오른쪽 자락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안개 속 잡목 헤치지만 심심해 할 틈이 없다. 짧은 슬랩에 이은 리지가 나온다. 암벽이 젖어있
어 미끄럽다. 한 달 전 설악골에서의 짝 날라 홀더를 확실히 붙잡고서 발 옮긴다. 암봉에 올라
선다. 고개 들고 지나온 능선 길 살피려는데 선두부터 아! 하는 탄성이 연이어 터진다. 느닷없
이 바로 눈앞에 다도해의 장관이 펼쳐진 것이다. 우리들이 있는 곳 역시 피안이자 고도(孤島)
이리라.
바윗길과 더불어 운해의 장관은 잠시 더 이어진다. 785m봉. 이 가경을 맨입으로 보는 것은 예
의가 아닐 것. 흰 페인트칠한 돌로 원과 H자 그린 헬기장에 둘러 앉아 너도나도 탁주 자청하
여 들이켠다. 고도를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백담계곡으로 빠지려다 되돌아온다. 미적거리던
내가 선두가 된다. 심해로 잠수한다. 잡목을 산호초로 여기고 그 사이를 유영한다.
813m봉은 썰물이면 드러날 여. 천연보호림이라 새긴 표지석이 보인다. 과연 노거수가 흔하
다. 해는 중천으로 솟고 안개는 옅어진다. 긴 오름길. 여름으로 간다. 노루궁뎅이버섯을 찾는
저의도 있지만 숱한 거목들 일일이 우러러 보며 간다. 올해 버섯은 흉년이다. 산행 후 원통의
도매 가게에서 시세를 물어보았더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송이는 1㎏에 42만원,
능이버섯은 12만원이란다.
△1,097.1m봉 갈림길 안부. △1,097.1m봉 정상은 마루금에서 100m 정도 떨어져있다. 당연히
다니러간다. 잡목이 울창하여 숫제 긴다. 암봉을 왼쪽으로 돌고 듬성듬성한 바위 넘고 넘어
정상이다. 지형도에 표시된 삼각점은 보이지 않는다. 아까 795m봉에서 본 그 광경을 다시 보
려고 발돋움을 해보지만 나무숲으로 가려 감질만 난다. 안부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마다하고
△1,097.1m봉 정상을 오른 이는 겨우 4명, 가은, 버들, 감악산, 드류다.
이제 길은 풀렸다. 막 간다. 그래도 가파른 오르막이라 안부에서 750m 거리에 불과한 1,241m
봉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암반인 1,241m봉 정상은 모처럼 경점이다. 아무리 안개가 훼방
하지만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황철봉, 마등봉, 큰새봉, 1,275m봉, 화채봉, 중청, 대청, 끝청,
감투봉을 가려낸다.
큰 오름 없이 봉봉을 넘는다. 펑퍼짐한 안부에서 엄청나게 큰 주목(朱木)을 본다. ‘살아 천 년’
은 수백 년 전에 넘었을 거라는데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목은 천연기념물
제433호인 ‘정선 두위봉 주목’으로 수령 1,400여년, 수고 17m, 가슴둘레 3.8m 등 세 그루인데
이 주목도 그에 못지않을 것 같다. 오른쪽으로 응봉 가는 ┣자 갈림길인 1,369m봉을 넘고 마
가목이 자주 눈에 띈다.
예로부터 (풀 중에서는 산삼이 제일이지만) 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여겼다는 마가목이 올해는
대풍년이다. 나무마다 작년과 다르게 알알이 빨간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다. 이 또한 관상거리
다. 1,368m봉을 넘고 발소리 숨소리 죽여 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인 삼거리다. 길은 대로다.
곧 왼쪽으로 대승령 가는 ┳ 갈림길. 오른쪽으로 안산 가는 길은 금줄을 쳤다. 은근히 켕긴다
만 넘는다.
2. 백담계곡 주변
3. 심해 잠수하여 813m봉 가는 길
4. 소나무 숲길
5. △1,097.1m봉 가는 길, 햇빛이 조금 더 약했더라면 좋은 그림이 나올 뻔했다.
6. △1,097.1m봉에서 조망, 앞은 흑선동계곡
7. 족히 살아 천년을 수백 년 넘김직한 주목
8. 마가목 열매, ‘풀은 산삼, 나무는 마가목’이라고 한다.
▶ 안산(鞍山, △1,430.4m)
안전거리 유지하며 간다. 여기서 안전거리는 앞사람이 걸리면 뒷사람은 튈 수 있는 거리다.
암봉인 1,396m봉에 오르고 가리봉 연봉의 헌헌한 위용을 대하자 덩달아 긴장이 풀리고 발걸
음이 용감해진다. 안전거리 무시한다. 능선은 세찬 바람으로 전정한(?) 관목 숲이라 조망하기
좋다. 왼쪽 사면에 산재한 기봉기암을 곁눈질해 보면서 간다.
안산 오르기 전 너른 평원인 안부에서 점심밥을 먹는다. 여태 쉴 때마다 결코 입을 놀린 적이
없지만 점심밥은 별개인지 때가 되면 출출하다. 점심밥 얼른 먹고, 자, 다시 구경이다. 능선은
걸음마다 경점이다. 한계산성 안의 고양이바위와 치마바위가(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군주인 안산을 옹위하는 맹장의 모습이다. 너덜 길 따라 안산 뒷자락으로 간다.
얕은 안부. 배낭 벗어놓고 안산 정상을 다니러간다. 바위 턱 오르고 석문 지나서였다. 떼로 잊
었다. 안산 오르는 길이 서쪽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배낭 가지러 온 길 내려간다. 이래
저래 안산을 힘들게 오른다. 안산 정상. 삼각점은 설악 24, 2004 재설. 사방 훤히 트인 천하제
일일 경점이다. 안산의 맹위에 서북주릉 공룡능선 용아능선 응봉능선의 그 날카롭고 절등하
던 기개도 숨 죽였다.
이대로 안산에 머물러 낙조를 보아도 좋으련만 아쉬운 발길 돌려 내린다. 가파른 관목 숲길을
발로 더듬어 내린다. 우회로와 만나고 완만한 길이다. Y자 갈림길. 오른쪽은 십이선녀탕계곡
으로 가는 길이다. 예전에는 안산을 오르내리는 주등로였다.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길이 있
을까? 저 앞 감투봉에서처럼의 험한 꼴을 당하지나 않을까? 조심스럽게 봉우리를 오른다. 능
선 마루금으로 여겨 잡목 뚫고 나아갔더니 절벽이란다.
9. 가운데는 가리봉, 그 오른쪽으로 주걱봉, 촛대봉, 삼형제봉, 안산 가기 전 1,396m봉에서
10. 멀리 대청봉과 중청봉이 겹쳐 보인다
11. 안산
12. 안산과 치마바위(왼쪽)
13. 이름 없는 봉, 안산 가는 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봉우리다. 어느 해 추색이 황홀하던
날, 이 봉우리를 사진 찍어 직장 사진전에서 입선했다.
▶1,161m봉, 생수공장
절벽을 우회하고자 더 간다. ┫자 갈림길이 나온다. 살았다. 직진은 십이선녀탕계곡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이 우회로다. 길 좋다. 이리 뚜렷한 길을 그간 우리만 몰랐다. 허리 편다. 봉봉 암
봉을 길 따라 우회한다. 오른쪽 십이선녀탕계곡 건너 응봉의 벼린 침봉들이 사뭇 무디게 보인
다. 뒤돌아보는 안산 호위병들의 뒤태 또한 아름답다.
선두가 내릴 수 없는 절벽이라며 되돈다. 여기저기 쑤셔보지만 인적 끊긴 절벽이다. 너무 나
아갔다가 왼쪽 바위절벽 아래 길을 보지 못한 것이다. 선답자들도 그랬다. 바위절벽은 홀더가
충분하지만 수직 벽이어서 내리기 약간 겁난다. 2단으로 내린다. 리지성 등로로 1,257m봉을
오르내린다. 잔재미 오래 본다.
하늘재 님의 기억이 정확하다. 2006년 가을(10월 14일)이었다. 남교에서 곧바로 지능선을 타
고 1,161m봉을 넘어 이 길을 왔었다. 봉을 만나면 불문곡직하고 직등만을 고집하던 시절이었
다. 저 돌올한 암봉(942m)을 맨손으로 오르려고 했다. 택도 없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결국 오
른쪽 사면으로 크게 돌았었다. 그 무모가 그립다. ┣자 능선 분기봉인 1,161m봉에서 그 때를
반추해 본다.
1,161m봉 넘고 오늘 처음 오지산행에 나온 제임스 님이 발목 아픈 것이 도졌다며 불편해 한
다. 탈출로를 찾지만 어디고간에 마땅치 않다. 기껏해야 와천 △559.1m봉 연릉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모란골이나 석황사로 내리는 것이다. 거기까지 에누리해도 견적 1시간 30분이 나온
다. 실은 제임스 님이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 살린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한 차례 바짝 오르면 벙커가 있는 Y자 능선 분기봉이다. 우리는 왼
쪽으로 간다. 뚜렷하던 길은 어느새 옅어졌다. 노송 숲 리지를 내린다. 바위 싸안고 슬랩 트래
버스 한다. 이런 데에 무지 큰 송이가 있기 마련인데 볼록한 부토를 모조리 허물지만 허사다.
무덤 나오고 길은 다시 열린다. 오른쪽 모란골보다 왼쪽의 석황사 쪽이 더 가깝다. 생사면 지
치고 산기슭 가시덤불 헤쳐 콩밭으로 떨어진다.
도로 나오고 생수공장인가 ‘알카리성 광천수’라고 건물 앞면에 크게 썼다. 진입로 철망문은
잠가놓았다. 철망문 앞에서 두메 님이 차 대고 기다리고 있다. 하이파이브 하기도 힘들다.
14. 치마바위
15. 고양이바위
16. 공룡능선과 대청봉(오른쪽), 안산 오르면서
17. 안산의 위성봉들
18. 942m봉, 겁 없던 시절(2006년 10월 14일) 남교에서 곧바로 지능선을 타고 저 봉우리를 맨
손으로 오르려고 했다. 그때 우리의 준족 신가이버 님은 이른 아침부터 배탈이 나서 큰
고역을 치렀다. 오늘 온 회원 중 그때 그 사람은 대간거사, 하늘재, 나.
19. 하산 길에서 바라본 주걱봉(가운데)
첫댓글 그뒤 2년후엔 여기도 올라가려고 했었습니다...



맞추시는 분은 똘배주 한잔..
여기가 어딘지 아시는분
몸은 괜찮으신지요...
똘배주 예약함돠.
걱정해주신 덕분에 갈비뼈는 이상 없습니다.
그보다는 동네에서 어정거리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퉁퉁 부었습니다.
이게 고약합니다.
삼형제봉이지요.
설악에서 멀쩡하던 분이 어느 동네에서 그런일이 벌어졌습니까..무서운 동네네요...설악이 벌써 추색에 물들었군요
잡목을 산호초로 여기고 그 사이를 유영이라~
설악은 사람을 맛이 가게 만드는데 동의합니다0
모든 사진이 예술이지만.. 5번사진은 압권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네요. 5번 사진 정말 예술인데요...사진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정말 멋집니다. ㅎㅎㅎ
드류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전 이 날, 새벽 2시부터 오색을 기점으로 대청봉,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동으로 내려 왔지요, 출발 때부터 얼마나 사람들이 몰렸는지 ....
옛 공룔 코스에서 비경(秘景)을 감상한 시간을 포함 하산까지 15시간이 걸리더군요.
여러분과 함께 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같은 산에 있었네요.
memory 님, 반갑습니다.
아무튼 어디서고라도 산에 꾸준히 다니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행님 산행기 오랫만에 뵈네요~~지두 올해는 마가목좀 땄습니당~~내년에 술 맛좀 뵈어 드릴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