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몇 주 전 신문에 실렸던 기사를 통해서,
마트에서 무료로 종이봉투를 (은밀히)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사에서 말하기를,
'종이봉투를 요구하면, 서랍에서 몰래 꺼내서 건내준다.'라는 거였습니다.
E모 대형마트(분명 이니셜 표기인데.. 이곳은 100% 노출이군요ㅋㅋ)에 가서
장을 본 김에 저도 한 번 시도해보았습니다.
소심하게 "다른 곳은 종이봉투 무료로 주던데, 여기도 주나요?" 라고 말이죠.
그러자 직원분이 서랍에서 종이봉투를 스윽 꺼내서 건내줍니다.
신문 내용에 나온 것과 같은 상황인 것이죠.
그래도 어쨌거나 제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한,
무료로 종이봉투를 건네받을 권리를 찾게되었으니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2.
오늘은 일산의 'H모 더하기' 마트를 가게 되었습니다.
갈 계획이 없었으나, 어마마마의 주문을 받게되어 갔지요.
장을 봤습니다.
이미 E모 마트에서 시도했다가 성공했던 경험 덕분에 당당하게 계산대 앞으로갔습니다.
" 종이봉투 좀 주세요 "
그러자 직원이 못들은척(?) 비닐봉투를 꺼내줍니다.
저는 순간 비닐봉투를 무료로 주려나 싶어 갸웃했습니다.
그러자 거스름돈에서 50원을 제하고 돌려줍니다.
" 아니요, 이거 말고 종이봉투요."
그러자 직원분 왈, " 종이봉투는 의류를 구매했을 때만 제공해드려요. "
황당한 나왈, " 다른 곳에서는 종이봉투 무료로 주던데요? "
" 다른 곳은 그렇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안드립니다. "
벙쪘습니다. 가물가물하게 기억나는 것이었지만,
종이봉투 제공이 정부 시책과 관련했다는 것을 봤던 것 같았거든요.
여하튼 거기서 이야기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아,
매장 한 켠에 마련되어있는 고객 센터로 향했습니다.
" 다른 곳에서는 종이봉투 무상으로 제공해 주시던데, 여기서는 아닌가요? "
그러자 직원분 말씀, " 아 제공해 드립니다. 드릴까요? "
저, " 그럼 이 비닐봉투는 환불해주시나요? "
직원분, " 아니요, 환불은 안해드립니다. 종이봉투 드릴까요? "
저, " 네 종이봉투 일단 주시구요, 그럼 비닐봉투 값은 못 돌려 받나요? "
직원분, " 반환하시면 봉투값 돌려드립니다. "
('환불'과 '반환'은 의미가 다소 다른 단어이긴하지만,
제 목적은 봉투값 50원을 돌려받고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직원분은 몰랐던 걸까요;; 왜 말장난을 하시는지;;;
"환불은 안되지만 반환하시면 50원 돌려드립니다"라고
먼저 한번에 말씀해주시면 좋을텐데
제가 되물어서 물고 들어지기 전까지는 50원을 돌려주기 싫으셨던 건가요;;)
저, " 다른 마트에서는 계산대에서 바로 주시던데 여기서는 안주세요? "
직원분, " 아.. 저기 계시는 분들은 지원 나오신 분들이라서 잘 모르셔서 그러셨을꺼예요. "
저, " 그럼 종이 봉투 받으려면 매번 여기로 와야하나요? "
직원분, " 네, 번거로우시겠지만 그렇게 하셔야할 것 같네요. "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봉투값 50원 받자고 이러는게 아닙니다.
물론 50원 아끼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겠지만,
왜 저는 직원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마트측과 직원들이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요...
요즘 종이봉투 무상제공 내용이 인터넷 및 신문 기사를 통해 조금씩 이슈화 되면서
종이봉투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을테고,
마트측에서는 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을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작년 대형 마트 3사들이(E, H더하기,로떼)
순전히 봉투값 판매만으로 66억 8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기사는
왜 H더하기가 그렇게 치사하게 굴면서까지
종이봉투 받아가는 것을 힘들게 만들어놓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게다가 기사의 마트 판매자 인터뷰를 보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지죠.
" 비닐 봉투를 팔긴 해도 되가지고 오면 50원을 되돌려주므로
종이봉투하고 어차피 똑같은 것 아니냐." 라는 기사가 실려있었는데...
소비자가 그렇게 메뉴얼 대로 행동했으면
그대들의 66억 8천만원은 어디서 거저 생기기라도 하셨던건가요?
3. 저는 전업주부가 아닌 20대 중반의 젊은 처자입니다.
장바구니나 쇼핑가방을 집에서 미리 챙겨갈 수 있는 주부님들과는 달리
저는 주로 어디 시내 다녀오는 길에 내킬 때면 마트에 들러 찾아가기 때문에
장 본 물건들을 담을 곳이 마땅치않아
울며겨자먹기로 50원을 내고 봉투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죠.
무료 종이봉투 시책이 두팔벌려 맞이하고 싶은 너무 좋은 시책이라 기분이 좋지만,
마트가 저렇게 치사하고 아니꼽게 나오면, 참 .. 좀 그렇네요.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것인데 왜 눈치를 봐가면서 번거롭게 받아가야 하는 것인지요?
서랍까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마트도 사업이지만, 비닐봉투 판매도 사업의 일환이 되어버린지 오래 아니겠습니까?
그들도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
그런데 이사람 말 다르고 저 사람말 다르고.. 소비자 여기갔다 저기갔다 ..
고객센터에 줄 서서 기다리며 엄한시간 보내고..
H마트는 별로 다시 가고싶지 않은 맘이군요. 오늘 상품 종류도 많고 괜찮았는데 말이죠..
4. 기사를 보니..
종이봉투 무상제공이 정부 시책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마트측에서는 종이봉투를 '알아서'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마트마다 다른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왜 서랍에서 몰래 종이봉투를 꺼내주는 마트가 그나마 좋게 생각되는건지;;
신문을 읽을 땐 참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는데
H마트까지 겪어보고 나니 E모 마트는 양호한 것이었네요.
어쨌건 여러분.
마트의 치사함에 굴하지말고, 당당히 종이봉투를 요구하세요-!
p.s 아 참고로 E모마트 종이봉투는 마트 바로(!) 앞에서 어마마마를 만나
어마마마의 자동차에 타려 발돋움을 할 때 퍽하고 터져버렸습니다ㅋㅋ
그다지 튼튼한 것 같지는 않군요ㅎㅎ (묵직한 물건들이 많긴 했지만요;)
여튼 한 두어장 받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죠.
장 본 물건들이 바닥을 막 굴러댕겨서 지나가시던 분들이 주워주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