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류지현, 안나, 아나운서·커뮤니케이션전문가)
일 때문에 타지에서 지내게 될 때에도 미사 드릴 성당을 꼭 찾아가는데, 어느 곳의 성당에 가든지 반드시 성모님을 찾아 잠시 머무르곤 합니다. ‘나에게 오라’는 듯 펼친 성모님의 손을 살포시 잡을 때 찾아오는 평온함이 ‘지극한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하며, 늘 그 자리로 저를 부릅니다. 겸손하게 지긋이 내려다보시는 성모님의 두 눈을 바라보고, 슬픔도 기쁨도 표현을 아끼듯 정제된 감정을 머금은 표정을 응시하며, 저의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때엔 애절한 외침을 하기도 하고, 어느 때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때론, 아들을 구세주로 내어놓고 세상의 고통을 짊어지는 모습을 찢어지는 가슴으로 품으셨을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했습니다. 그 마음에 저 또한 엄마가 되어서야 눈을 뜨며, 철없이 놓쳤을지 모를 저의 어머니의 마음 또한 짐작해 봅니다.
내일 7월 26일은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 성녀 안나 축일입니다. 제가 같은 본명을 가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귀하게 얻은 딸을 주님께 내어놓은 남다른 어머니로서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날을 각별하게 맞이하게 됩니다. 동시에, 저 자신도 딸의 입장에서 저의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며, 두 어머니이자 모녀로서 성모님과 성녀 안나를 함께 묵상해 봅니다.
모성애의 본보기가 되는 두 분을 생각하니 여기엔 인내와 희생, 순명이 필요했음을 깨닫습니다. 안나 성녀는 결혼 후 20여 년 만에 귀하게 얻은 딸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약속을 지켰고, 어쩌면 평범한 삶을 순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수 있는 애틋한 따님 성모 마리아는 나만의 아들일 수 없었던 예수님을 지켜보며 절절히 배어 있는 모성을 마음껏 터놓을 수 없었던 ‘인고의 어머니들’이셨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들 또한 각자의 방법으로 유사한 길을 걸어오셨기에 ‘어머니’라는 존재는 부르기만 해도 마음 깊은 곳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사랑의 원천과 같이 여겨집니다.
얼마 전 어느 신부님 강론 말씀이 강하게 마음에 울려왔습니다. “사랑은 나를 넘어서 당신이 지향하는 모든 것이니, 나의 사랑을 그들 앞에서 멈추지 말라. 나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 자신으로만 채우는 사랑이 아니라 나를 넘어서 계속해서 사랑하라는 부르심이니, 나와 너를 함께 채우고 좁은 길과 같은 사랑을 하라”는 말씀이 성녀 안나와 성모 마리아 두 어머니의 마음과 교차됩니다.
그 모습을 닮으려 갈망하며 은총을 제가 느꼈듯이, 어려운 이 시기에 지극한 어머니의 그 마음이 그리운 이들, 갈등과 상처로 신음하는 이들 또한 치유 은총을 얻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자칫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혹은 주님께 간구할 때 스스로 다짐하듯 되새기는 마르코 복음 5장 34절 말씀을 떠올립니다.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