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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 동래 온천과 금강 공원 일대에는 임진 동래 의총, 「동래 야류」나 「동래 학춤」 등을 이어 가는 부산 민속 예술관, 이주홍 시비, 금정사 등 수많은 역사 문화 콘텐츠가 흩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른 관광지처럼 문화유산 해설사가 투입되어 공원에 관한 역사적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 외 많은 것들이 더 필요해 보였다. 온천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분석한 온천장이 쇠락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였다. 우선 금강 공원 앞을 지나는 도로[우장춘로]가 만들어지고부터 차들이 윗길로만 다니고 아래쪽의 온천장 쪽으로는 내려오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 유흥업소가 너무 많이 들어선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온천과 공원은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아이들 교육상 좋지 않은 시설들이 너무 많다. 셋째,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옛날 금강 공원에는 동물원, 놀이 기구들이 있어 아이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케이블카만이 겨우 운행하고 있을 뿐, 근처 학교에서 소풍도 잘 가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왜 여기가 죽었냐 하면, 지금은 애들 중심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애들이 즐길 거리가 하나도 없지. 하다못해 젊은이들이 노는 조용한 술집, 멋진 카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잖아. 사람이 안 오니까 저절로 낙후되는 것 아니요. 가족끼리 놀러 와서 김밥 하나 놓고 먹을 자리도 없다 아닌교. 온천장은 나이든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들 하잖아요. 안 그래요? 하다못해 돼지 한 마리라도 있으면 그거 보러 올 거 아니요?” 결국 시민을 끌어들일 프로그램의 실종이 가장 큰 문제였다. 특히 금강 공원은 필자가 어렸을 때 봤던 풍경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금강 공원은 왜 이토록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하였을까.금강 공원은 국·시유지와 사유지의 복잡한 소유 관계, 우장춘로, 동물원·식물원 등 공원을 단절하는 민간 시설, 그리고 동래구 온천동과 금정구 장전동에 걸치는 지방 자치 단체 사이의 무언의 경쟁으로 인하여 주민의 힘이 결집되지 않는 부작용이 있다. 최근 부산시는 동래 온천과 금강 공원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하여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온정 개건비 앞 스파윤슬길에는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도록 온천물이 흐르고 있고, 금강 공원에는 각종 놀이 시설을 현대화하고 테마 공간을 만드는 이른바 ‘드림 랜드’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7년까지 20여 개 단위 사업들을 순차적으로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사업의 성공 가능은 장담할 수 없다. 자칫 무분별한 자본의 투입으로 재충전의 공간이 아닌 피곤한 소비의 공간으로 그 역할이 축소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부산시의 드림 랜드 조성 계획에는 ‘사람’이 없다. 시설물 위주의 계획만이 있을 뿐, 실제 시민이 참여하여 공원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든다든지, 주변 지역과 연계하여 자연 공원을 되살리는 전략은 없는 것 같다. “온천장은 전통성이 너무 없어졌어요. 너무 외국을 따라하려고 한다고. 개발이 전부인 줄 아는 거라. 그래도 우리는 된장찌개, 김치를 먹어야 하는 한국 사람이잖소. 제발 쓸데없는 데 돈 쓰지 말고 자연 그대로 부산 시민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르신의 이 한마디가 동래 온천과 금강 공원을 되살리는 프로젝트에 관한 일반 부산 시민의 생각이 아닐까. 부산 시민이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가족끼리 온천하고 공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으로 부디 재탄생하기를 바라 본다. 우리의 부모님이 그랬듯이 나 또한 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웃으며 놀러 갈 수 있는 곳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