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길거리에서도 한복을 갖춰 입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절 혹은 결혼식처럼 특별한 날에만 입는 줄 알았던 한복이 서서히 일상 속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복을 사 입기엔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우선 한복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갖추고 있는 한복의 종류도, 이용 요금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도 다 다르니 하나씩 차례대로 모두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스티커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면 – 북촌한옥체험살이
서울시 종로구 재동 54-1
운영시간: 10:00 ~ 1
9:00 (3월~10월) / 10:00 ~ 18:00 (11월~2월) / 12:00 ~ 13:00 (점심시간)
단, 한복체험은 11시부터 가능
요금: 8,000원 (카드결제 불가)
재동초등학교 근처의 골목과 골목 사이에 북촌한옥체험살이 센터가 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아담한 한옥들이 예쁘지만, 큰 기대는 접어야 한다. 한복을 입은 채 바깥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내에서만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8,000원이라는 비용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들이 많다. 여자 한복은 미리 포토북을 보고 고를 수 있으며, 사진을 찍을 때는 곰방대나 비녀, 붓, 다기 등 다양하게 갖춰진 소품을 이용해 좀 더 자연스러운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 대기하고 있는 다른 손님이 없
다면 제한시간 없이 한복을 입고 놀아도 된다. 옷을 갈아입기 직전엔 직원에게 요청하면 사진을 찍어주는데, 휴대폰으로 촬영해 포토프린터로 뽑아주는 방식이다. 스티커사진으로 변경하려면 500원을, 한 장 더 찍고 싶다면 1,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화질이 그리 좋진 않으니 개인소장용 기념품 정도로만 생각하자.
조용한 곳이 좋다면 – 운현궁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14-10운영시간: 10:00 ~ 18:00 (4월~10월) / 10:00 ~ 17:00 (11월~3월) / 12:00 ~ 13:00 (점심시간)
월요일 휴무
요금: 3,300원
비교적 작은 규모이기 때문인지, 운현궁은 다른 궁들보다 유난히 한산하다. 게다가 입장료도 무료다. 덕분에 딱 3,300원만 내면 한복을 입고 궁 내부를 내 집 앞마당처럼 거닐 수 있다. 다만 갖추고 있는 한복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마저도 체험하는 사람이 직접 고를 순 없으며, 사이즈나 어울리는 컬러를 고려해 직원이 추천해준다. 댕기나 족두리 같은 자잘한 액세서리는 아예 없다. 남성일 경우, 사또가 입는 구군복 등을 비롯해 오히려 고를 수 있는 의상의 폭이 좀 더 넓은 편이다. 들고 간 가방과 소지품 등은 한복 환복소 근처에 놓아둘 수 있지만 운현궁 측에서 따로 보관해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분실 우려는 적다. 환복소가 위치한 기획 전시실 내부에는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복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10분밖에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는 얘기다. 한복을 입고 궁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공지는 없으나 시간이 부족해 애초에 불가능하니, 부지런히 궁 안을 배회하도록 하자.
무료 체험을 원한다면 - 광화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
운영시간: 10:00 ~ 18:00 / 13:30 ~ 14:00 (점심시간)
요금 없음
광화문 궁중복식체험의 장점. 이용요금이 따로 없고, 무료이며, 공짜다. 한복이 아니라 왕과 왕비, 왕세자 등의 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것 또한 나름의 장점일 수 있겠다. 광화문 한복판에 마련된 작은 부스에서 궁중복식을 대여할 수 있는데,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하고 신분증을 맡기면 된다. 주말에는 이용객이 많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자. 야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의상은 입고 있던 옷 위에 바로 걸치면 되고, 겉옷은 부스에서 맡아준다. 환복을 마친 후엔 근처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단, 부스 반경 5미터 내에서. 그러니 사진을 제대로 찍을 만한 장소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하도로 들어가는 입구, 복잡한 도로, 세종문화회관 등을 배경 삼아 아무리 찍어봐도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현대에 뚝 떨어진 왕족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독특함을 딱히 즐기는 게 아니라면, 그냥 부스에 딸려 있는 간소한 세트에서 깔끔하게 찍고 끝낼 것.
실내에서도 화사한 사진을 얻고 싶다면 – 남산골한옥마을
서울시 중구 필동2가 84-1운영시간: 11:00 ~ 17:00 / 12:00 ~ 13:00 (점심시간)
화요일 휴무
요금 5,000원
입구에 안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지만, 당황하지 말자. 정문에서 조금만 올라가 짚공예 체험장이 보일 때쯤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된다. 표를 끊고 매표소 왼편에 있는 이승업 가옥으로 입장하면 그때부터 한복체험을 시작할 수 있다. 바쁜 시간대가 아니면, 직원이 한복과 액세서리를 골라주고 사진 찍기 좋은 스폿도 알려주며 사진이 잘 나오도록 한복 치마까지 펼쳐준다. 가옥 내부는 상당히 아름다운데, 방은 물론 장식장과 거울이 갖춰진 신비한 분위기의 대청
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는 창이 여러 개 나 있는 방이다. 햇볕이 잘 들어 뽀샤시한 필터를 따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규정상 한복을 입고 마당으로 나갈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래도록 하자. 체험 제한시간은 30분이지만 아주 엄격하게 관리하진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체험시간이 겹칠 경우 동선과 구도만 신경 쓰면 된다. 자칫하면 본인 뒤 배경으로 낯선 사람들이 계속 등장하는 사진을 얻게 될 수 있다.
한복 차림으로 인사동 거리에 가보고 싶다면 – 인사동 홍보관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85-18운영시간: 10:00 ~ 17:30 / 12:00 ~ 13:00 (점심시간)
요금 3,000원 (카드결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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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예약제다. 심지어 당일 예약 시스템이므로 홍보관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이후 바로 전화를 해야 한다. 예약은 10분 단위로 받으며,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시 다음 사람에게 차례가 넘어간다. 사실 인사동을 구경시켜줄 만한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는 게 아니라면, 딱히 도드라지는 장점이라 할 만한 건 없다. 홍보관 한쪽 옷걸이에 진열된 한복들은 다소 낡아 있어 아름다운 옷을 입는 기쁨을 준다기보다 체험 그 자체의 즐거움 정도만 느낄 수 있다. 사진은 병풍으로 장식된 홍보관 내부의 포토존에서 찍을 수 있으며, 한쪽 구석에는 ‘셀카봉’까지 마련돼 있다. 이곳을 앞 팀이 먼저 이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홍보관 앞마당에 나가 사진을 찍어도 상관없다. 살짝 더 용기를 내서 인사동 길거리까지 내려가 봐도 좋겠지만, 대기 인원이 항상 밀려 있는 편이므로 제한시간 20분은 꼭 지켜야 한다.
한복을 24시간 대여하고 싶다면 – 원데이한복
서울시 중구 을지로4가 124-3 을지로지하쇼핑센터4구역 409운영시간: 10:00 ~ 20:00
요금 시간당 4,500원 (기본 2시간 이상 대여 가능)
굳이 예약을 할 필요는 없으나, 혹시나 붐빌 경우를 대비해 메일로 인원과 방문시간 등을 미리 알려주면 좋다. 가게가 협소해 대기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복은 빌려서 입고 가도 되고, 매장에서 제공하는 쇼핑백에 넣어 들고 갈 수도 있다. 저고리를 먼저 고르면 직원이 거기에 맞는 치마를 추천해주며, 버선이나 꽃신은 없지만 작은 손가방과 머리띠, 댕기와 배씨댕기(은으로 배씨 모양을 만들어 칠보로 장식한 어린이용 댕기), 노리개 등의 액세서리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시간당 요금 외에도 3만 원의 보증금이 있고, 패키지 요금을 선택할 경우엔 4시간에 13,000원, 24시간에 26,000원을 지불하면 된다. 만약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 한복을 입고 갈 장소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면, 매장이 있는 을지로4가역 쪽에서 사진 찍을 만한 장소를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특히 6번 출구로 올라가 조금만 걸어가면 묵정공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그네를 타면서 찍어봐도 재미있는 사진이 나온다. 플라스틱 그네라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한복을 입고 경복궁까지 편하게 가고 싶다면 – 삼삼오오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간동 45운영시간: 9:00 ~ 18:00 / 12:00 ~ 13:00 (점심시간)
화요일 휴무
요금: 여성한복 30,000 ~ 50,000원 / 남성한복 40,000 ~ 50,000원
고를 수 있는 한복의 종류가 많다. 먼저 가슴둘레를 줄자로 잰 후 사이즈에 따라 가능한 종류를 알려주고,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면 안쪽에 보관돼 있던 깨끗한 한복을 꺼내준다. 속치마도 함께 대여해주는데, 치마를 풍성하게 만들어 확실히 전체적인 모양새가 훨씬 더 예뻐 보인다. 여기에 손가방은 기본 옵션이고 배씨댕기와 족두리 등은 2,000원, 신발은 5,000원을 추가해야 빌릴 수 있다. 다만 키높이 신발은 바닥이 미끄러우면서도 딱딱해 오래 걸으면 발이 아파진다. 치마가 끌리는 게 걱정된다면 차라리 약간 굽 있는 신발을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낫다. 매장이 넓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다듬을 수 있는 분장실도 따로 마련돼 있으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도 불편하지 않다. 그보다 더 큰 장점은 경복궁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아침 일찍부터 붐비는 경복궁의 특성상 한복을 입고 가면 순식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사진촬영을 요청하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
글. 황효진
교정.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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