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0일 토요일. 가끔 비
<청도 유등지 티욤 핑크 카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인데도 혼자 심심하니 모이자는 동생이 있어 생각해 보니, 백수인 내게 얼마 전 수입이 좀 생겼다. 작품 심사비 40만 원 번 것, 『섬김밥상 행복교육』 수필집이 전자도서 출간에 선정되어 원고료 50만 원 번 것, 세금 떼이고도 80만 원 정도 되니, 심사장까지 차 태워주며 도와준 남편과 형제들에게 한턱내고 싶었다. 새벽 5시에 파크 골프를 치러 가며 경희 언니께 전화하니 불통이라서 우선 골프를 치러 갔다. 골프를 치다가 7시 좀 넘어 형제 카톡방에 들어가 보니 순우 혼자 버스를 타고 온단다. 우리 부부는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모인 사람은 순우 뿐. 순나는 서울 있으니 애석한 마음으로 포기했지만, 늘 함께 모이던 경희 언니가 동창 모임에 간다고 펑크를 내니, 김빠진 콜라 캔처럼 기분이 찌그러졌지만, 세 명이라도 바람 쐬러 가자며 청도 유등지로 갔다. 40분 거리인데 천국으로 여행 온 기분이다. 대 평원에 펼쳐진 연밭 같아, 눈에 다 담을 수 없어서 손전화기에 열심히 집어넣어 저장하였다. 연밭 둘레를 한 바퀴 도니 15분 정도 걸렸다. 정자에는 섹소폰. 기타 등 악기 연습을 하는 사람 몇이 앉아서 음악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흘러나오는 음악을 주워들으며 정자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건너편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피욤핑크’ 카페가 우리를 불렀다. 전번 화요일에 소광회 회원들과 왔다가 홀딱 반해서 누구라도 데리고 오고 싶었던 카페다. 10시부터 오픈이라서 우리가 일등이겠지 생각하며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1층 문을 밀었다. 관엽식물이 군데군데 놓여 있고, 애완동물 강아지와 고양이랑 이용하도록 마련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저번에 왔을 때는 애완동물을 모시는 공간인 줄 몰라. ‘좀 정리가 덜 된 공간인가?’ 하며 스쳐 지나갔다. 2층에 올라가 직원에게 복숭아 스무디(7,000원)와 흑임자 빙수(8,500원)와 아메리카노(5,500원)를 시키고 둘러보니 우리보다 먼저 온 두 쌍이 통유리창으로 유등지 연못이 내다보이는 뷰어 좋은 자리를 온통 차지하고 앉아 경치를 몽땅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차 받으러 오라는 진동벨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서 우리도 통유리창으로 유등지 연못이 온통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남편은 주문한 차를 가지러 오라는 진동 벨이 울리자 2층으로 내려가더니 음료 리프트에 음료수를 올려놓고 3층에 올라와서 받았다.
진동 벨이 처음 나왔을 때가 몇 년 전이었던가? 가창 댐 동제 미술관 찻집을 갔는데, 2층에 올라갔다가 1층으로 다시 내려가서 차를 들고 와서 먹고, 다 먹은 찻잔도 갖다주어야 한다니, ‘여유를 즐기러 왔다가 다리 불편한 사람은 차 한 잔 못 마시겠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진동 벨 문화는 일반화되고 있으니 고객 중심에서 상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세태인가? 다행히 이 집은 2층, 차 만드는 곳에서 손님이 차를 받아 ‘음식 리프트’에 올려놓고 3층으로 올라가서 음식을 내려받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두어서,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확 마음을 끌었다. 화장실에도 손 씻는 시설과 손 닦는 화장지 통이 품격 있게 달려있어 정이 갔다. 그런 눈길로 둘러보니, 단체 연회로 쓸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있어 다음에 단체 사람들도 데리고 와보고 싶었다.
연밭을 내다보며 차를 마시니 연못에 비가 뿌렸다. 바람이 연잎을 흔드는데, 연잎들이 한꺼번에 은빛 나비가 되어 흔들린다. ‘아, 이게 비 오는 날의 운치인가?’ 싶다. 그리고 연꽃 심어진 둘레의 한가운데가 뻥 뚫려 보이는데 일어서서 보니 하트 모양이었다. ’햐! 연밭 가운데를 하트 모양으로 남겨두고 연을 심다니…. 그 센스에 감탄했다.
“여보, 저번에 왔을 때는 못 봤는데, 당신하고 와서 보니 저 연못이 하트 모양이네요. 당신 해!”
손가락 끝으로 만들어 보이는 하트 모양보다 몇만 배로 큰 하트 모양 연못을 남편한테 선심 쓰듯 넘겼다. 카페에서 점심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저번에 왔을 때는 만 원짜리 불고기덮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티욤 플래트(38,000원)로 주문하고 오라며 남편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내 카드로 할 게.”
한턱낼 건수(件數)도 없는 남편이 한턱내고 싶어 했다.
"오늘은 심사비로 한턱 낼 거야.”
백수가 모처럼 한 턱 내는 즐거움을 빼앗길 수는 없지. 이 즐거움에 맛있는 점심을 곁들이니 더 맛있었다. ’티욤 핑크‘라는 카페의 이름 뜻이 뭘까 싶어 인터넷을 뒤졌더니 티는’차‘ 욤은’고양이를 귀엽게 지칭하는 ‘요미’를 줄인 말. 핑크는 유등지 연꽃을 줄여 이어놓은 이름이란다. 나오면서, 차와 식사에 대해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넓고 여유로운 공간에 손님이 적으니 문 닫을까 걱정이에요.”
했더니, 카페만 경영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집에 와 회사를 찾아보니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타이타늄(특수합금의 국산화를 선도해 온) 기업이었다. 티욤 핑크 카페를 이용하면 청도에 있는 파크골프장도 무료라고 떴다. 카페에서 15분 떨어진 곳인데 타지인도 무료 사용이지만,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니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하고 평일에만 예약을 받는다는 등 제재가 많아 매력이 떨어졌다.
어쨌든, 티욤카페는, 가장 서정적이었다고 추억하는 제주도 바닷가의 그 카페를 살짝 밀어내며, 오늘의 최고 멋진 힐링 카페로 내 마음에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