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유배문학 「지별(志別)」 아내와 이별하는 유배객의 거룩한 사랑의 서사시>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이번 지면에 소개하는 장문의 오언고시(五言古詩) 「지별(志別)」은 조선후기 거제도 유배객이었던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 1658~1716)의 유배 작품이다. 거제유배문학 죽천(竹泉)의 「지별(志別)」은 조선 시대 사대부 유배 문학 중에서도 가족과 아내를 향한 정서가 가장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된 걸작이다. 유교적 가치관(효도, 양육, 의리)을 다하면서도,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남편의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절절한 사랑이 문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성찰되어 있다.
천 리 먼 거제도 유배지까지 남편을 찾아와서 약 1년간 지내며, 귀양살이 남편을 부양하다가, 한양집에 홀로 남아 있는 시어머니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돌아가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나머지 이 장문의 글을 지었다는 내용이다. 비록 몸은 서로 헤어져 있더라도 옥(玉)처럼 단단한 우리의 사랑이 있으니 어떠한 죽음과 고난도 갈라놓지 못할 것이라고 맹세한 사랑의 서사시다.
○ 거제도 유배객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의 연작(連作) 한시 「지별(志別)」은 유배라는 가혹한 운명 속에서 피어난 아내를 향한 애틋하고도 눈물겨운 사랑의 기록이다. 시구(詩句) 마다 배어있는 아내에 대한 절절한 감정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주제로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먼저① 고난을 달게 여긴 그림자 같은 사랑이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유배객의 거친 삶 속에서도 아내는 천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바다 끝까지 남편을 찾아왔다. 작가는 낯선 유배지의 고단함을 '달콤한 엿(飴)'처럼 여기며 곁을 지켜준 아내의 헌신에 깊은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둘째② 연약한 몸으로 감당한 무거운 책임에 대한 경외심이다. 평생 깊은 규방에서 자라, 살이 내리고 병약한 아내였다. 그러나 남편이 유배될 때는 재앙을 함께 지는 의리를 다했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는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어린 자녀들을 훈육해야 하는 무거운 가책(衆責)을 기꺼이 짊어졌다. 작가는 이 가녀린 여인의 굳세고 지혜로운 면모를 우러러보며 가슴 아파한다. 셋째③ 찢어지는 마음(寸腸)으로 건네는 축복과 약속이다. 남편과 시어머니, 자식들을 향한 마음이 양립하여 한 번에 두 곳을 그리워하느라 마디마디 찢어지는 아내의 아픔을 보며 남편의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뱃속의 아이는 아버지의 얼굴조차 알지 못할 처지이지만, 작가는 새장 속의 새가 날개를 펴고 숲에서 다시 만나듯 반드시 온 가족이 모여 살날을 소망한다. 넷째④ 백두해로(白頭偕老)의 굳은 맹세의 다짐이다. 모든 슬픔의 끝에서 작가는 아내를 향해 고백했다. 비록 지금은 몸이 멀어지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옥(玉)'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으니, 서로의 머리가 하얗게 세는 날까지 이 순결한 사랑은 결코 변치 않을 것이라고 굳게 약속했다. 결국 이 시는 단순한 이별의 슬픔을 넘어, 가장 낮은 곳에서 서로의 등불이 되어준 아내의 고결한 성품에 대한 찬사이자, 죽음과 고난도 갈라놓지 못한 부부의 거룩한 사랑의 서사시다.
● 다음 오언고시(五言古詩) 「지별(志別)」 '이별의 기록'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문인화가인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 1658~1716)의 작품으로, 그의 문집 『죽천집(竹泉集)』 권3(卷之三)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은 김진규(金鎭圭)가 거제도 유배지로 자신을 찾아왔다가 다시 집안을 돌보기 위해 떠나는 아내와의 이별을 애절하게 노래한 연작시(連作詩)로 총 4수(首)이다. 각 수(首)마다 20구(句)씩 총 4수(首)로 구성되어 있으며, 운목(운통)은 ‘支’, ‘虞’, ‘支’, ‘陌’ 자(字)이다. 이 시는 단순한 남녀의 이별을 넘어, 남편의 유배로 인해 고통받는 사대부 여성의 희생과 책임, 그리고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는 남편의 복잡한 심경이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 내용인즉, [제1수]에선, 유배지까지 찾아와준 아내, 그리고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이별을 읊었다. [제2수]에선, 아내의 갸륵한 의리와 자신(남편)의 자책을 담았다. [제3수]에선, 집안의 무거운 책임을 홀로 짊어진 채 돌아가는 아내를 노래했다. [제4수]에선, 미래의 희망과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다짐하며 시를 끝마쳤다.
[제1수]에선, 자신의 처지를 물에 떠도는 '부평초'에 비유하며 시작한다. 19년의 결혼 생활 동안 유배와 당쟁 등으로 헤어져 지낸 날이 더 많았음을 한탄한다. 아내는 남편이 걱정되어 천 리 길 유배지까지 찾아와 고생을 달게 여겼으나, 겨우 적응할 만하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의 야속함과 미안함을 담았다.
[제2수]에선, 험난한 유배 길을 오가는 아내의 여정을 묘사했다. 규방에서 자란 약한 몸으로 오직 '의리'와 '모성애'로 버티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남편인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고초를 겪는 것에 대해 깊은 자책감을 느낀다. 차라리 숲속의 새처럼 평범하고 단란하게 살기를 소망하며, 아내의 안전한 귀갓길을 신에게 기도했다.
[제3수]에선, '오육이상기내소운(五六以上記內所云)' 주석이 달려 있다. "다섯째, 여섯째 줄 이상은 아내가 한 말을 기록한 것이다." 즉, 아내가 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지 남편에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늙은 시어머니 봉양, 어린 자식 양육, 혼기를 앞둔 딸의 혼사 등 아버지가 없는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아내의 무거운 처지를 절절하게 서술하며, 아내의 현숙함과 책임감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제4수]에선, 현재 아내의 배 속에는 아이가 있는 상태다(腹中兒). 태어날 아이가 아버지 얼굴도 모른 채 자라야 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한다. 남편은 갇힌 새(籠翮), 아내는 떨어지는 잎(條葉)에 비유하며 언젠가 자유롭게 만나 함께 살날을 기약한다. 마지막에는 고난 속에서도 변치 않는 '옥 같은 마음(心如玉)'으로 백년해로(頭俱白)할 것을 다짐하며 시를 마쳤다.
**「지별(志別)」** ‘이별의 기록‘ 또는 '이별의 슬픈 마음을 기록하다' / 김진규(金鎭圭 1658~1716)
부평초는 흐르는 물을 따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네. 한 여인이 가난한 이에게 시집와, 평생 온갖 고난만 겪는구나. 시집온 지 열아홉 해 동안, 잠시 만났다 많이도 헤어졌네. 하물며 이 천 리 유배 길에 마음속 응어리진 그리움 수년째였거늘. 정이 깊어 외롭고 궁한 처지 생각하고 의리가 무거워 거친 여정 가벼이 여겼네. 오랫동안 떨어져 지냄을 차마 견디지 못해 나를 따라 하늘 끝(거제도 유배지)까지 왔구려. 낯선 땅에서 다행히 함께 살게 되니 그 고생도 엿처럼 달게 달게 여겼다네. 남쪽(유배지)에 와서 자리가 겨우 따뜻해지자, 다시 북쪽(집)으로 떠나려니 눈물이 흐르네. 이별하는 애간장은 끊임없이 뒤틀리고, 세상일은 참으로 어긋나기만 하는구나. 이번 이별이 가장 헤어지기 어려우니 기약마저 아득하여 알 수가 없네.
[浮萍逐流水 漂轉無定時 有女嫁窮人 一生唯百罹 于歸十九歲 少會而多離 况此千里謫 耿結經年思 情深念窮獨 義重輕驅馳 不忍久隔絶 相隨到天涯 異方幸同居 辛苦甘如飴 南來席乍煖 北去涕又垂 離腸長宛轉 世事多參差 此別最難別 後期杳莫知]
又
끝없는 바다에는 가없는 물, 높은 고갯길은 하늘에 닿아 서려 있네. 연이어 대여섯 달 동안, 종은 지치고 말은 병들었구나. 바다가 넓어도 건너기를 걱정치 않고, 고개가 험해도 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네. 지금 가는 것은 자식을 생각해서요, 지난번 올 때는 남편을 따르기 위함이었지. 평생 깊은 규방에서 자라, 몸은 약하고 병들어 수척한데, 우환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다시는 제 몸을 아끼지 않는구나. 아아, 그대는 은혜와 의리를 아는데, 나는 어찌 이리 미련하고 어리석단 말인가. 황량한 곳에 유배된 죄가 아직 남았는데, 궁핍과 고통이 아내와 자식에게까지 미쳤구나. 차라리 숲 속의 새가 되어, 암수가 함께 새끼를 기르는 것만 못하네. 무엇으로 먼 길 떠나는 그대를 배웅할까? 그저 신명(神明)께서 도와주시길 기도할 뿐이네.
[漲海無涯水 峻嶺盤天途 連年五六月 僕倦又馬瘏 海闊不憂涉 嶺險不憚踰 去今爲思子 來曾爲從夫 平生處深閨 弱質病且癯 憂患若固行 不復自愛軀 嗟君識恩義 愧我何迷愚 投荒罪猶餘 窮苦及妻孥 不如林間鳥 雌䧺共將雛 何以送遠道 但禱神明扶]
又
천 리 길을 고생하며 따라와, 함께 단란했던 시간은 일 년도 채 안 되었네. 주림과 목마름 속에 늘 함께하길 바랐건만, 집안 문호를 어찌 골라 지탱하리오. 늙으신 시어머니 봉양이 급하고, 어린 자식들은 또 누구를 돌아보겠는가. 하물며 딸아이는 비녀 지를 나이(15세)가 지났으니, 혼기를 놓칠까 두렵구나. 나는 법망에 걸려 떠나지 못하니, 길 위의 여정에 그대 혼자 지치는구려. 아침저녁으로 내 자식의 도리를 대신하고, 회초리를 들며 어머니의 위엄까지 겸하네. 안문(中門) 안에는 아버지의 훈계가 적으니, 그대 홀로 머리 빗겨 시집보낼 일 생각하네. 가련하다, 한 연약한 부인이, 몸소 집안의 모든 책임을 짊어졌구나. 재앙과 난리를 함께 헤쳐왔으면서, 또다시 효성과 자애를 다하려 하네. 부지런히 오가는 고생 속에서도, 정과 예법이 매번 마땅함에 부합하는구나.
[契闊隨千里 團圓未一朞 飢渴思長共 門戶奈要持 姑老奉養急 兒稚顧復誰 况女年過笄 桃夭恐違期 網羅吾未去 道路子獨疲 晨昏替子職 檟楚兼母儀 中門少父戒 想見唯結縭 可憐一婦人 身當衆責埤 旣能從禍難 且復盡孝慈 辛勤來去間 情禮動合宜]
又 “다섯째, 여섯째 줄 이상은 아내가 한 말을 기록한 것이다.(五六以上記內所云)”
오기 전에는 부부가 이별하더니, 오고 나니 어머니와 자식이 격해지네. 아련히 떠나는 이 길의 한이, 오기 전보다 오히려 더 극심하구나. 한 마음이 두 곳에 걸려 있으니, 애간장이 끊어져도 아깝지 않네. 더 가슴 아픈 것은 복중(腹中)의 아이가, 아버지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우리란 것. 남들은 모두 자식과 남편과 즐거워하거늘, 그대 홀로 늘 쪼개어 살아야 하는구나. 다만 바라건대 우리 모두 함께 모여, 유배 와 유랑하는 처지를 어찌 원망하리오. 떠나려는 마음은 가지에서 떨어지는 잎새 같고, 머무는 자취는 새장 속에 들어간 새 같네. 언제나 꺾인 날개를 다시 펼치고, 나뭇잎 사이에 좋게 깃들어 살거나. 헤어지고 만남에는 본래 운수가 있는 법이니, 가슴속 참된 정은 변함이 없을 줄 아네. 이미 마음을 옥(玉)처럼 깨끗이 하자고 허락했으니, 곧바로 머리가 함께 하얗게 세도록 기약하세.
[未來夫婦離 旣來母子隔 依依此去恨 又較未來劇 一念懸兩地 寸腸斷不惜 更悲在腹兒 父面應難識 人皆樂子夫 子獨常分析 但願俱聚集 亦何怨流落 去意辭條葉 留踪入籠翮 何當展鎩翮 葉間好棲息 離合固有數 衷情諒無易 已許心如玉 直期頭俱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