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30] 장영창(張泳暢) - 하늘 길은 슬프다 1. 북한산 예술학원에서의 영적경험 - 4
31 한편 배밭골에는 고아원 소유의 포도밭이 있었고, 그 포도밭의 입구에 조그마한 초가집이 있었다. 그 초가집은 대청마루를 중간에 두고 방이 두 개가 있었다. 그리고, 좌편 쪽의 방안에는 한 대의 피아노가 놓여 있어서, 여기에서도 이따금씩 어린이들이 올라와서 피아노 공부를 하곤 했다.
32 여하튼, 내가 고아원에 와서 예배를 인도하기 시작한 지 수개월 후에 이 초가집의 피아노가 놓여 있는 방 한 칸이, 원장님의 후의에 의해서 내가 쓸 수 있도록 배당되었던 것이다.
33 그래서 나는 늘 그 방에 찾아와서 책을 읽고, 혹은 원고를 쓰고, 혹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대자연의 품 안에서 신앙과 독서와 음악이 융합되어 흐뭇한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배밭골의 초가집에서 나는 1주일의 금식 기도를 하기도 했다.
34 그러나, 이 무렵부터 나는 신앙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내적으로는 영적으로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올라 세상에서 내가 제일가는 영능자와 같이 느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계시를 받아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이라고 증언을 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들뜰 위험성이 많았던 것이다.
35 그래서 나는 과거에 영적으로 실패를 한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자중에 자중을 더해야만 했다. 여하튼 우리가 영계와 관련을 맺고, 영적인 심령 생활의 수준이 높아지다 보면 보통 ‘메시아’ 의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36 그리고 드디어는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영적으로만 도취하여, 결국은 현실적인 세상도 모르고 자기 자신도 사실은 모르면서, 일생 동안 취생몽사할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때에 그러한 위기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37 그리고, 그러한 의식을 스스로 억누르는데 약 4년 동안을 두고 고심을 했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도하는 동안에 그러한 경지에 한번은 도달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그 고비를 잘 넘기지 않으면 소위 혼자 ‘메시아’의 위기에서 오랫동안 헤매게 되는 것이다.
38 그러한 때에 나는 신문사 측과 고아원 원장을 놓고 큰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생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문사 측에서는 내가 지나치게 고아원을 위해서 정성을 쏟고 있으니까 신문사의 일에 소홀하게 되는 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39 그리고 고아원 원장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원래가 그의 신앙의 바탕이 가톨릭을 기반으로 해서 깔려져 있었기 때문에 나의 신앙생활도 고아의 지도에만 국한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40 그런데, 통일교회와의 관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영적인 생활은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는데 이에 반해서 나의 현실적인 사정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