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오답이 정답이다.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덜컹거리며 꼬불꼬불 산길을 누비는 버스가 그립다.
자전거로 숲길을 가르며 와 닿는 시원한 바람이 좋고,
파란 하늘을 가뿐히 올라서는 비행기의 느낌이 목화솜처럼 부드럽다.
때로는 둘레길을 걸으면서 직접 땅을 밟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깊은 숨을 들이켜 보는 여유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한다.
자연과 벗하면 늘 겪는 일상으로 지루하기만 할 터인데, 삶이란 그늘에 옥죄어 스스로 내가 갖고
있는 자유를 구속하고 그 속에서 허덕이며 산다.
그래서 나는 여행은 간 큰 남자의 위대한 결정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만으로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흥분되지만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다 준다.
대담(大膽)하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는지 모른다.
어딘가 목적지를 향해 집을 나서는 것은 일종의 새로운 도전이다. 언어, 음식, 풍속에 이르기까지 편안하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들과 불편하고 처음인 것들과 만나 부딪치는 것이다.
내가 왜 여기에 왔을까? 묻기 이전에 낮선 곳과 친숙해지고 새 사람들과 만나는 동안 무엇인가
뭉클하게 가슴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 잡념을 비우고 새 것을 채우기 위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문득 사람은 손을 움켜쥐고 태어나서 펼치고 떠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기에 욕심이 없을리 없고 사람이기에 완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잘 살아왔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사람이라면 마땅히 한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천상병 시인처럼 이슬과 더불어 손잡고 노을빛과 단둘이 마주서서 구름 손짓에 하늘로 돌아가는 날,
아름다운 이 세상을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행복이 우리에게는 있을까?
잘 죽었다는 말은 이율배반적이다. 똑같은 다른 사람의 평가지만 잘 죽었다는
짧은 호흡의 거친 말은 '잘못 살았다'는 말이요, '잘~죽었다'는 긴 호흡의 칭찬의 말은 '인생을 소풍처럼
아름답고 잘 살다가 죽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 가을이 지나면 나무들은 둥근 나이테를 하나 더 둘러 허리둘레를 늘릴 것이요,
사람들은 인생을 재촉하는 소풍길에 어쩌면 조바심을 낼지도 모를 일이다.
울고 태어난 삶이 웃다가 죽고 가는 일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어차피 답이 없는 인생길을 이 가을 여행을 통해 한 번더 새 답을 구해보자.
인생의 정답은 잘못된 인생이라는 오답이 정답일지 모른다. 알고 태어났다면 그것은 신이다.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있다'와 '없다'에 연연하지 말고, 다녀가는 소풍길에 안부 인사라도
묻는 이가 있다면 그게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 CEO Report, "인생의 정답은 오답이 정답이다" 닥터뉴스 대표이사 김영학
<박종구 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