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약국들이 도매상 설립에 잇따라 나선 이유는 유통환경의 변화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당월 결제 기준으로 최대 1.8%(카드 마일리지 1%)로 제한될 것이 유력한 금융비용 상한선이 문전약국의 도매상 설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5억을 청구하는 약국이 기존에 2500만원(5% 환산)의 금융비용을 받았다면 앞으로 1400만원(최대 2.8% 환산)으로 줄어들고 1400만원에 대한 세금도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전약국 입장에서는 줄어든 금융비용을 도매 마진을 통해 보전을 받아 보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셈이다.
◆문전약국, 7%대 도매마진으로 사라진 금융비용 보전?약국들은 기존 도매마진이 7~8%임을 감안할 경우 도매관리, 운영비 등을 빼고 난 약 3~4%의 마진을 사라진 금융비용으로 보전할 수 있다.
합법적인 리베이트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전약국들의 도매상 설립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로 풀이된다.
문전약국의 한 약사는 "문전약국의 직영 도매설립에 대한 가장 큰 장점은 서류상으로 투명한 유통을 했다는 입증이 가능해진다 것에 있다"며 "직영도매상을 통해 이른바 백마진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담보제공, GSP 설비 등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아 섣부른 도매상 설립은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도매는 약국보다 제약사와의 관계도 중요하다"면서 "약국에서 쓰고 있는 전체 의약품을 직영 도매상을 통해 거래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도매관리 만만치 않아"…성공 여부 지켜봐야일부 도매상에서는 불법적인 리베이트 전달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문전약국의 직영도매 설립을 반기는 분위고 감지됐다.
제약사들이 직영도매와 계약은 하겠지만 물류는 기존 도매상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고 기존 도매상들은 문전약국에 의약품만 유통하면 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깨끗한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도매업계는 문전약국의 직영도매 설립이 달갑지 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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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매상 창고 전경 |
도매상에 추가 금융비용을 요구하다 적발, 면허정지 되는 것보다는 직영도매상을 설립해 금융비용을 보존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기류가 문전약국 전반으로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매상을 설립하기 위해 관리약사 고용 비용과 담보만 있으면 되고 얼마든지 개폐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도매업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이미 도매협회는 지난 7월 문전약국의 도매상 설립 실태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회원사의 참여와 관심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1차 조사결과 서울지역과 부산 지역에서만 직영 도매상 실태가 파악됐을 뿐 타지역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일원화에 정신없는 도협, 대책 마련 나서나도협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위해 직영 도매상 설립 실태를 조사했지만 회원사들의 비협조로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문전약국 도매상 설립이 도매업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법상 제재 방법이 없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도매업계에 문전약국 직영도매보다 유통일원화 유지가 더 큰 이슈로 부각되자 실태조사가 유야무야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문전약국의 직영도매 운영의 성패는 11월28일 쌍벌제가 시행되고 금융비용 합법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부터 갈릴 전망이다.
이 시점부터 도매협회가 문전약국의 직영도매 개설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막강한 바잉파워를 갖춘 문전약국과의 싸움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