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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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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아래 섬진강 고운 물빛을 따라 이웃한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 그곳으로 싱그러운 봄을 맞으러 간다. 산수유와 벚꽃 물결이 사그라진 자리에는 5월의 신록이 넘실댄다. 어찌 호사스러운 풍경뿐이랴, 하동과 구례에는 계절에 온전히 기댄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차를 내고 빵을 굽는 집들이 있다. 녹차 맛이 풍부해지는 5월에 하동에서 꼭 맛봐야 할 녹차 음식, 구례에서 재배한 밀과 제철 식재료로 만든 빵, 봄을 닮은 차와 디저트 등 남녘에서 찾은 트렌디한 봄맛을 소개한다.
차 시배지로 이름난 하동의 5월은 짙푸른 야생 차밭으로 눈부시다. 녹차 수확이 한창인 이맘때는 연중 가장 부드럽고 깊은 풍미의 녹차를 맛볼 수 있다. 십리벚꽃길의 끝자락, 쌍계사 어귀에 자리한 한정식 집에서 향긋한 녹차밥상을 만났다.
손수 재배한 녹차에서 얻은 천연조미료로 모든 음식의 맛을 내는 건 기본, 대부분의 재료는 하동에서 난 식자재를 쓴다. 기본 조미료로 사용하는 녹차효소, 녹차소금, 녹차간장, 녹차식초, 녹차씨오일 등은 이곳 주인장이 직접 차를 재배하고 덖으며 오랫동안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모든 메뉴에는 녹차를 활용한 와인과 꿀, 오일이 식전에 먼저 나온다. 향긋한 녹차꽃와인과 차꽃꿀의 건강한 단맛이 입맛을 돋우고 녹차씨로 짠 오일은 고소하다.
대표 메뉴는 고운비빔밥과 흑돼지 통삼겹살로 만든 별천지찜. 고운비빔밥은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이 화개에 터를 잡았을 때 어떤 음식을 먹었을지 상상하며 만든 메뉴다. 고추장이 없던 시절이니 고추장 대신 녹차씨와 청국장으로 담근 재래간장을 곁들였고, 들깨 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 특성을 살려 참깨 대신 통들깨를 얹었다. 흑돼지 통삼겹살로 만든 별천지찜은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에서 살살 녹는다. 녹차소스, 녹차효소, 말차, 찻잎 등을 넣고 푹 쪄내 잡냄새가 없고 부드럽다.
메인 음식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지역 제철 재료의 맛을 살린 20여 가지 반찬이다. 500여 년 대대손손 하동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토박이의 손맛이 깊게 배었다.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제피장아찌, 쑥흑임자버무리, 대봉감장아찌 등 여느 한정식 집에서 맛보기 힘든 상차림에 입이 쩍 벌어진다. 쉼 없이 젓가락질을 하는 동안 입 안 가득 봄맛이 차오른다.
식후에는 별도로 마련된 차실에서 손수 덖은 차를 맛볼 수 있다. 주인장이 서너 가지 차를 알아서 내주는데 차콩차와 유자잭살차는 꼭 맛볼 것. 녹차 씨앗을 로스팅해 드립커피처럼 내려 마시는 차콩차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차다.
하동읍에서는 하동의 봄 풍경만큼 화사한 맛으로 무장한 카페를 찾았다. “하동의 계절을 담아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의 제철 과일과 채소 등으로 매달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로컬 카페다. 옆집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농장의 딸기와 하동의 목장에서 판매하는 수제 요구르트로 ‘딸기요거트’를 만들고, 하동의 흙과 햇볕으로 길러낸 백향과(패션프루트)로 손수 청을 만들어 음료를 낸다.
이달 5월의 대표 식재료는 녹차다. 쫀쫀한 우유 거품과 하동산 녹차 가루를 듬뿍 넣은 하동녹차라테, 에스프레소와 녹차의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진 녹차아포가토를 맛볼 수 있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게 구워낸 브뤼셀와플은 한 끼 간식으로 손색없는 디저트. 와플 반죽에 들어가는 달걀은 하동에서 생산한 무항생제 유정란을 쓴다.
지난 시즌 딸기로 만든 베리베리와플에 이어 5월에는 녹차와플을 메뉴에 추가했다. 반죽에 하동 녹차 가루를 듬뿍 넣어 쌉싸래하고 진한 녹차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단맛이 적어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제철 과일을 얹어 먹으면 더욱 맛있다.
봄가을, 두 차례 수확하는 백향과는 하동의 특산물이다. 4월 시즌 메뉴였던 백향과요거트스무디와 백향과에이드를 5월에도 맛볼 수 있다. 직접 담근 백향과청에 탄산수를 섞은 백향과에이드는 새콤달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어떤 메뉴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여유가 있다면 근처 하동송림에서 피크닉을 즐겨보자. 음료와 와플을 비롯해 돗자리, 미니 식탁, 접시 등의 감성 소품을 알차게 채운 피크닉 바구니를 대여해준다.
구례 사성암으로 가는 길목에는 봄볕처럼 평화로운 기운이 스민 한옥 찻집이 있다. 찻집 곳곳에서 여느 한옥 카페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종일 앉아 있기만 해도 좋은 툇마루, 창살문 사이로 내다보이는 소담한 정원, 손때 묻은 소반과 손글씨로 정성스레 만든 메뉴판 …. 메뉴도 이 공간의 결을 닮았다. 철마다 달리 내놓는 꽃차와 과일차, 계절의 느낌을 살린 케이크가 그것.
5월에는 꽃차 대신 과일차를 맛볼 수 있다. 과일청과 시럽은 모두 손수 만든다. 제주 무농약 레몬으로 만든 레몬에이드는 상큼한 봄맛이다. 보랏빛 라벤더를 동동 띄운 라벤더차에는 은은한 봄 내음이 담뿍 담겼다. 어렵사리 쟁여놓은 유기농 라벤더는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 메뉴에 낼 예정이다.
무항생제 달걀 등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그날그날 구워내는 케이크는 명불허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거듭 연습하여 새 메뉴를 내놓는데 맛 못지않게 보는 눈도 즐겁다. 이번 봄에 새로 선보인 장미치즈케이크는 꼭 맛보자. 유기농 장미꽃차를 우려 맛을 내고 식용 장미를 얹어 ‘눈맛’도 더했다. 진한 쑥 맛이 일품인 쑥치즈케이크는 찻집을 연 이래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다.
핸드드립커피도 다양하게 갖췄다. 색다른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솔티캐러멜시럽, 생크림, 시나몬 가루를 얹은 카시크 커피와 다방커피라고도 불리는 오레그랏세를 추천한다. 바람 좋은 날, 탐스러운 꽃이 핀 태산목 곁의 야외 테이블과 한가로운 마당 풍경을 마주한 툇마루는 명당 중의 명당. 위로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주인장의 바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리다.
구례읍의 한갓진 골목 모퉁이에는 구례 밀로 신선한 빵을 만드는 빵집이 있다. 지난 4월 말 자리를 옮겨 새로이 문을 열고도 변함없이 긴 줄이 늘어선다. 하루 몇 차례 정해진 양만큼 굽는 빵은 진열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팔려 나간다. 비결은 100% 우리 밀을 고집한다는 것, 구례 땅에서 얻은 농산물로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빵을 개발한다는 것. 향토 먹을거리를 쓰니 빵 맛도 향도 깊다.
빵집 주인장은 구례 토박이다. 아버지가 농사짓는 구례 호밀과 흑밀로 천연 효모빵을 만든다. 밀은 날마다 그날 쓸 양만 직접 제분한다. 통밀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 천연 효모, 신안 소금, 물이 전부다. 페이스트리 외에는 설탕, 우유, 달걀, 버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구례 산동면 팥, 지리산 제피 등 부재료도 대부분 그 지역에서 나는 것들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빵이 추가되곤 하는데 햇제피가 나오는 봄에는 ‘수제햄젠피빵’을 꼭 맛보자. 구례의 솔(soul) 향신료인 제피는 이 지역에서 ‘젠피’라 부른다. 햇제피는 향이 더욱 짙어 구례의 봄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지리산비엔나와 함께라면 금상첨화. 달콤한 크림 위에 하동산 녹차 가루를 솔솔 뿌린 커피는 보기만 해도 싱그럽다.
시즌 빵 외에 통밀빵, 앉은뱅이밀 통귀리빵, 호두크림치즈빵, 산동팥빵, 페이스트리 등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빵이 더 많다. 빵 나오는 시간이 제각기 다르니 미리 전화로 문의하고 갈 것. 콜롬비아식 브런치인 ‘카페 콘꿰소’는 올봄 새로 선보인 시그니처 메뉴. 빵과 커피에 임실생치즈, 발사믹올리브소스를 곁들였다.
유의사항
※ 위 정보는 2019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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