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29 2 석로釋老
29락산사증선상인洛山寺贈禪上人 3首낙산사에서 선 대사에게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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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청표사구지一見清標似舊知 언뜻 보아 깨끗한 그 의표儀表 옛 친구 같은데
선장면목이다시羨墻面目已多時 면목面目을 사모한 지는 벌써 오래되었소.
절조락락송균태節操落落松筠態 절조節操 크고 높은 모양 소나무와 대나무요
용지앙앙악학의容止昻昻鸑鶴儀 몸가짐 밝고 높아 난새·학의 의표로세.
선탑정간창해월禪榻靜看滄海月 고요히 참선 의자에서 창해滄海의 달을 보는데
다천한요벽담리茶泉閑擾碧潭螭 다천茶泉에는 한가로이 푸른 못의 교룡蛟龍흔드네.
종사문도타시거從師問道他時去 대사 따라 道를 물으려 어느 때가 가게 되면
적예현모긍괄비積瞖玄眸肯刮鎞 검은 눈동자에 쌓인 백태 긁어내는 금 칼 되시리.
►청표清標 용모가 단정하고 깨끗하다. 고결한 품격. 밝은 달. 명월明月.
►낙락落落 큰 소나무의 가지 따위가 아래로 축축 늘어짐.
여기저기 떨어져 있음. 남과 서로 어울리지 않음.
►‘대나무 균筠’ 대나무 (대나무의 푸른)껍질. 피리(악기의 하나)
►앙앙昻昻 뜻이 높고 뛰어난 모양.
►‘봉황 악鸑’ 봉황鳳凰. 신조神鳥의 이름
►‘교룡 리(이)螭’ 교룡蛟龍(상상속 동물) 뿔 없는 龍. 용龍의 새끼
►‘흐릴 예瞖’ (눈이)흐리다 (눈에)백태(白苔)가 끼다. 안질眼疾
►‘비녀 비鎞’ 비녀. 빗 3. 빗치개
2
방장봉래지고중方丈蓬萊指顧中 방장方丈·봉래蓬萊가 지고指顧 속에 있는데
백운황학馭장풍白雲黃鶴馭長風 흰 구름 누런 학을 긴 구름을 타고 가네.
신루영압교인실蜃樓影壓鮫人室 신기루蜃氣樓 그림자 교인鮫人의 집을 눌렀고
금리광천해약궁金利光穿海若宮 금 불전佛殿의 광채 해약海若 궁에 뚫고 드네.
담소항룡무저발談笑降龍無底鉢 얘기하고 웃으며 용은 밑 없는 바리때에 항복하고
경행복호유고공經行伏虎有鈷筇 경행經行으로 뱀 범 갈고리 있는 지팡이에 굴복하네.
숭중연좌천화우嵩中宴坐天花雨 바위 속에 편안히 앉았으니 하늘 꽃이 비 오듯 내리는데
진세부침전안공塵世浮沈轉眼空 풍진 세상의 뜨고 잠김 별안간에 空이 되네.
►지고指顧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짧은 거리.
►‘말 부릴 어馭’ 말을 부리다. 말을 부리는 方法. 타는 것
►신루蜃樓=신기루蜃氣樓
●신루蜃樓 신기루蜃氣樓/梅月堂 金時習
군불견君不見 그대 보지 못했나
봉산지측흘호산蓬山之側屹蠔山 봉래산의 곁에 굴 껍질 산이 우뚝 높이 솟은 데다
상점백천광란반相粘百千光斕斒 백 천 가지가 서로 붙어 얼룩얼룩 아롱져 빛나네.
중유차오대여반中有車螯大如盤 가운데에 있는 대합조개는 쟁반과 같이 큰데다
회주심은참암간懷珠深隱巉巖間 깎아지른 바위 사이에 품은 진주를 깊이 감추었네.
토기염야성루대吐氣苒惹成樓臺 드러난 기운 성하게 엉겨 붙어 누각과 대를 이루고
릉신줄률홍운단凌晨崒嵂紅雲端 높고 가파른 곳에 이른 새벽 때마침 구름은 붉구나.
숙홀변화묘난상倏忽變化渺難狀 갑작스럽게 변화하더니 형상은 어렵고 아득하여
청홍상잡형란산靑紅相雜形闌珊 붉고 푸르게 서로 섞이다 세력이 줄면서 드러나네.
혹여아방복도횡或如阿房複道橫 혹시 크고 화려한 집에 복도가 가로 놓인 듯하고
고저전각시주란高低殿閣施珠欄 높고 낮은 전각과 다락집에 구슬 난간을 드러냈네.
우여옥경십이루又如玉京十二樓 또한 옥황상제의 서울 같이 열 두 채의 누각이 있고
천비무수저반환天妃舞袖低盤桓 절세가인의 춤추는 소매는 서성거리는 듯 머무르네.
오봉제운막이원五鳳齊雲邈以遠 다섯 마리 봉황과 높은 구름은 먼 까닭에 흐릿하고
망춘결기매황초望春結綺埋荒草 봄날의 풍경 아름답게 맺어 거친 잡초를 감추었네.
시하신물함기건是何神物銜機楗 무릇 어떤 영묘한 물건이 재치로 막아 머금었을까
가출천층용청호架出千層聳淸昊 천 겹으로 얽어매 드러내어 맑은 하늘에 솟게하네.
불시오배봉래궁不是鼇背蓬萊宮 이는 바다거북이 등위가 봉래산 선녀궁이 아니오
편시청소수정궐便是靑霄水晶闕 다른 것 없이 푸른 하늘에 수정으로 만든 대궐이네.
수유산진불견종須臾散盡不見蹤 모름지기 잠깐 사이 다 흩어져 흔적도 보이지 않고
단간해상신욕일但看海上新浴日 다만 바다 위를 바라보니 해가 새롭게 목욕을 하네.
/梅梅月堂詩集 10卷 遊關東錄(1583)
►교인鮫人 인어人魚.
<술이기述異記> 下에
구주인박물지운舊注引博物志云
<몽구>의 구주舊注에 <박물지>를 인용引用하여 말했다.
교인종수중출鮫人從水中出 교인鮫人이 물속에서 나와
향인가기주向人家寄住 사람의 집에 가서 사는데
적일매초積日賣綃 여러 날 동안 비단을 팔고 다니다가
임거종주인색기臨去從主人索器 돌아갈 때에 주인에게 그릇을 달라며 우는데
읍이출주泣而出珠 흘린 눈물이 구슬이 되었다.
만반이여주인滿盤以與主人 그것을 가득히 담아서 주인에게 주었다고 했는데
금본무재今本無載 지금의 책에는 기록이 실려 있지 않았다.
좌사오도부운左思吳都賦云 진晉나라 좌사左思의 <오도부吳都賦>에 말하기를
천실잠직이권초泉室潛織而卷綃 ‘물속에 들어가 남몰래 비단을 짜서 마니
연객강개이읍주淵客慷慨而泣珠 연객淵客이 슬퍼하여 구슬의 눈물을 흘렸다’고 노래하였는데
연객개교인야淵客蓋鮫人也 연객이란 생각하건대 교인鮫人인 것이다.
술이기왈述異記曰 <술이기述異記>에 말하기를
남해중유교인실南海中有鮫人室 ‘남해南海 가운데에 교인鮫人의 방이 있는데
수거여어水居如魚 물속에서 살며 물고기와 같은데
불폐기직不廢機織 베틀에서 짜는 것을 폐하지 않고
기안능읍즉출주其眼能泣則出珠 울게 되면 그 눈에서 능히 구슬이 나온다’고 하였다.
►해약海若 바다의 神.
3
무무인간만사비貿貿人間萬事非 흐리고 무지한 인간이라 만 가지 일 다 글렀는데
욕종장렬학삼기欲從莊列學三機 장자莊子와 열자列子 따라 三機를 배우고자.
부생유한풍등변浮生有恨風燈變 뜬 인생 한 되는 건 바람 앞 등불인 양 변화하는 것
랑사하패구조비浪死何稗鷇鳥飛 부질없이 죽는 게 새끼 새 나는 데 무슨 도움되리.
천녀공다향주정天女供茶香厨淨 천녀天女가 차茶를 받드니 향주香厨가 깨끗하고
산원경발도수비山猿擎鉢道膄肥 산山 잔나비 바리때 받드니 道 기름지고 살찌네.
하연항청무생화何緣恒聽無生話 그 무슨 인연 얻어 生 없다는 말씀 늘 들으며
석실송감공이의石室松龕共爾依 돌집 소나무 다락에서 그대와 함께 의지하리.
►무무貿貿
① 기운을 잃어 어릿어릿한 모양. 예절에 어두워 언행이 서투른 모양.
유기자몽몌집구有饑者蒙袂輯屨 굶주린 사람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두 발을 모아 걸으면서
무무연래貿貿然來 어릿어릿 오고 있었다/<예기禮記 단궁檀弓>下
하처백두옹何處白頭翁 아무개 사는 두 늙은이
병견래무무竝肩來貿貿 어깨를 나란히 어릿어릿 걸어오네.
/<김극기金克己 게탄헌촌이노옹휴주견심憩炭軒村二老翁携酒見尋>
② 눈이 흐릿한 모양.
►삼기三機 세 틀 형식의 음악.
만기慢機·중기中機·급기急機로 분류되는데 機에는 음악의 형식과 관련된 악기의 세 틀을 이른다.
봉황음삼기鳳凰吟三機·치화평삼기致和平三機·정과정삼기鄭瓜亭三機 등의 용례가 있다.
의가疑家ㆍ의덕疑德·질사質士를 말한다/<일주서逸周書> 5권
►‘피 패稗’ 피(볏과의 한해살이풀). 작다. 잘다
►‘새 새끼 구, 막 부화하여 나오는 새끼 각鷇’ 새의 새끼. 기르다
►향주香廚 절의 부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