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삶과 지리를 말하다』는 사진으로 전하는 푸른길의 100가지 지리 이야기 ‘지오포토 100’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전국지리교사모임의 주관하에 기획된 이 책에는 259장의 지리 사진이 담겨 있으며, 참여자만 해도 53명이나 된다.
전국지리교사모임은 즐거운 수업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선생님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2016년에 시작된 지리 교사 단체이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수업 자료를 찾아 교실 밖으로 나갔고, 그곳에서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수업에 활용했다. 2016년에는 전국지리교사모임 2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국내외를 답사하여 담아 온 사진과 이야기를 들고 학교 밖으로 나와 첫 사진전 ‘지리로 세상을 읽다’를 열었다. 2017년에는 ‘경계에서는 꽃이 핀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사진전을, 2018년에는 ‘길’이라는 주제로, 2019년에는 ‘섬’. 2020년에는 ‘움직임, 세상을 잇다’라는 주제로 이어졌다. 이렇게 다섯 해의 지리 사진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지리사진을 통한 세상읽기
1996년. 즐겁고 새로운 수업, 그러면서도 방향을 놓치지 않고 삶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지리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지금의 ‘전국지리교사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새로운 수업 자료를 찾아 교실 밖으로 나왔고, 그곳에서 현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와 수업에 활용했습니다. 사진은 교실에서 교과서로만 배우던 지리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지리적인 시각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지요. ‘지리적 시각’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지리는 공간상에 나타나는 특성, 즉 다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라고 쉽게 정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땅, 기후, 마을, 사람들의 생활 등은 각각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 모두가 지리학의 연구 주제가 됩니다. 이 넓은 주제를 학생들에게 문자화시켜 설명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경관들을 사진에 담아와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이 사진 속에는 뭐가 보여?”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사진 속 피사체의 특성을 읽어내려 노력했고, 또 사진 속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모습까지도 찾아내려 하였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는 ‘지리적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2016년. 전국지리교사모임 선생님들은 모임 20주년을 기념하여 그동안 국내외를 답사하여 담아온 사진과 이야기를 들고 학교 밖으로 나와 첫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지리 교과를 단순히 지역 이름을 외우고 도로와 특산품을 외우는 것과 같이 지표를 기술하는 학문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지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길러주는 학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리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기 때문이지요.
2016년 첫 사진전의 주제는 ‘지리로 세상을 읽다’였습니다.
지리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지리 사진은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정지시켜 담아놓은 시간을 훗날 소환하여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지리 사진은 그 사진 속 피사체가 포함된 공간상에서 펼쳐지는 수없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지리는 그 정보들을 읽어내 이야기해주는 학문입니다.
사진 속 이야기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2017년 ‘경계에서는 꽃이 핀다’는 주제로 두 번째 사진전을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다른 지역과 차이를 나타내는 수많은 ‘지역’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중앙은 대부분 중심부라 하여 중시되는 반면, 경계는 중심부에서 가장 먼 곳일 것입니다. 중심에서 벗어난 경계에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2018년에는 세 번째 이야기로 ‘길’을 주제로 했습니다.
길은 연결을 뜻하기도 합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될 수도 있고, 지역 간의 연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길을 통해 많은 이동이 이루어집니다. 이동을 통해 천천히 자연스레 다름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2019년 네 번째 이야기는‘섬, 다름을 마주하다’였습니다.
‘섬’은 지리학의 주요 주제인‘지역’과 유사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공간과 분리된 고립의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립된 섬은 다른 지역과의 연결을 통해 그 모습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독특한 특성을 유지해 가기도 합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섯 번째 이야기 ‘움직임, 세상을 잇다’를 준비했습니다. 최근의 전염병이 전 세계에 전파된 것 역시 움직임을 통한 것입니다.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이동을 금지했을 때 얼마나 불편한지 겪어보았습니다. 사람이나 자연은 그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를 통해 서로 연결하고자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더 넓은 세계 속에서 움직임을 통해 세상이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준비했던 다섯 해의 지리 사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모아 보았습니다. 이곳의 사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집과 같은 예술성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 분야에서는 비전문가인 선생님들이 우리 주변의 현상이나 경관을 지리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한 이야기를 담은 사진들입니다. 그래서 사람과 그들의 삶터가 주인공이 되는 사진이야기 책입니다. 사람과 그 삶터가 주인공인 사진은 그 자체가 예술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안목, 즉 지리적 시각이 길러지기를 희망합니다. 지리적 시각으로 내 주변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 촬영해 봅시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