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청소년 시절 학교폭력 트라우마 일파 만파
최근세 (본지 논설위원, 함께하는 교회 목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전력으로 하루 만에 낙마한 뒤 그 불똥이 학교폭력 처벌 강화 논의로 옮겨 붙어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강원도 소재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에 입학한 정 변호사의 아들은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최종 패소했다. 정 변호사 아들이 학폭 전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폭 조치사항을 정시모집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대입 정시모집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연예계 학원 폭력 의혹 때문에 엎어지고 취소되는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방송사부터 제작사, 연예기획사, 방송 관련 연관 업계 사람들 모두가 시름이 깊다. ‘불타는 트롯맨’ 가수는 급우들을 괴롭힌 사실이 제기되자 스스로 하차했다. 걸그룹 멤버, 배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학폭 의혹에 휩싸이며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피해자들이 용서하더라도 팬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엄정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이 빗발치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은 가해자에게 평생 주홍글씨로 남는다. 한순간의 잘못으로 인생을 망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어릴 적 학교 폭력 피해를 겪은 대학생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실제로 시도할 가능성이 피해를 겪지 않은 이들보다 2.6배 크다는 한국청소년학회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기서 학교폭력 피해는 만 18세 이전 주위 아이들에게 신체적 폭행·놀림·위협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긴 경험 등을 모두 포함한다. 연구 결과 설문 대상자의 34%가 아동기에 학교에서 언어·신체적 폭력과 괴롭힘 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의 54.4%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13%는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학생 3명 중 1명은 피해 사실을 부모님이나 학교, 상담 기관 등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실제 도움을 받은 정도는 고등학교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에선 언어폭력(36.5%)의 미해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중학교는 성폭력(31.8%), 고등학교는 금품갈취(37.2%)의 피해 사실을 알려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폭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피해자 대부분은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조차 어렵다고 한다. 학교라는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친구는 어떻게든 피해야할 대상이 된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는 괴롭힘이 시작되는 소리이고, 등하교 길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가해자들의 말 한마디는 다음 괴롭힘을 알리는 복선이자 예고편이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10대 때 당한 폭력은 가슴 속 깊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깨어나고 싶어도 깨어날 수 없는 악몽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대중의 응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짜 폭로로 억울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학폭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학폭에는 일벌백계로 대처해 아무리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도 인성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에 발붙일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인격 수양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남을 돕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나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도 인성 도야를 교육의 지표로 삼고 지도했어야만 했다.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학폭에 대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학폭이 증가한 것은 처벌 강화가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에 (사) 여성의 전화는 찾아가는 통합적 폭력예방교육의 실시로 인식의 전환을 통해 평화로운 학교문화를 만들며 폭력근절, 건강한 자아상확립, 인권의식을 확대코자 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청소년기의 성별 고정관념으로 생기는 차별문화를 비판하고 성평등한 아동, 청소년의 인권교육 등을 학급별 수업으로 진행하여 폭력을 근절하고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며 성평등 의식을 높여 평등. 평화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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