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꺼 볼까 [ 양장 ]
우점임 글/이은숙 그림 | 고래책빵 | 2023년 09월 04일
책소개
해맑은 감성으로 노래하는 아이들 마음, 우점임 동시집
자유롭게 꿈꾸고 상상하며 쑥쑥 자라나는 동심의 세계
아이들 같은 해맑은 감성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시로 쓰는 우점임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입니다. 50편의 동시 작품과 시인이 노랫말을 지은 동요와 민요 일곱 작품을 묶었습니다. 글과 함께 이은숙 작가가 4명의 어린이와 협업하여 그린 삽화가 들어가 동심을 더욱 생생하고 풍성하게 보여줍니다. 4명의 어린이는 시인의 손주들이어서 더 의미가 깊습니다. [고래책빵 동시집] 제37권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 따뜻하고 지혜로운 손이 나와 세상 모든 어린이의 손을 꼭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시인은 이런 바람으로 따뜻한 마음을 담아 때 묻지 않은 동심과 지혜를 노래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시를 통해 자신들 안에 숨은 동심의 세계를 만나며, 자유롭게 꿈꾸고 한 뼘 성장하게 됩니다.
글 : 우점임
함양 출신으로 단국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2009년 [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으며, 단국문학신인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쓴 책에는 시집 『바람 리모콘』이 있으며, 제 25회 경남아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림 : 이은숙
파리에서 Architecte d’interieur 석사졸업 후 강사로 활동하였습니다. 『지구를 꺼 볼까』의 그림은 네 어린이와 협업하여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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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꽃
우점임
함박눈 엉덩이엔
자석이 붙었나 봐
다닥다닥
나무에 붙어
나무꽃
다닥다닥
지붕에 앉아
지붕꽃
다닥다닥
들길에 쌓여
들길꽃
다닥다닥
눈송이를 잘도 붙여
온 데 꽃을 피우는
엉덩이 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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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페스티벌 - 수원화성 화홍문을 다녀와서
우점임
옛 조선 정조 왕이 쌓았다는
화홍문
쌓다 무너지고
또 쌓다 무너져도
아버지 뒷모습처럼 쌓아 올렸다는
버들잎 벽돌 성곽
일곱 개 다릿발 사이
덩어리졌다 부서지는
무지개 물보라
어떤 사람은
아들 왕이 묻어둔
눈물 항아리 꽃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사도세자의 마르지 않은
눈물 덩어리 꽃이라 한다
눈물은 가뭄에도
그칠 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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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아가들
우점임
"시계 긴 바늘이 위에 붙으면
씻고 자는 거다."
조용한 엄마 말에
-오빠, 바늘 못 올라가게
매달릴까?
클레이 조물조물
토끼 만들던 네 살 아현이
-그래, 난 밑에서 널
받쳐줄게
레고 만지작만지작
공룡 만들던 다섯 살 강현이
아가들 마음 대롱대롱
매달고 가는 지금은
저녁 8시4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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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이의 가을
우점임
우리 아가 가을은
밤 두 알
두 주먹 가득
쥐었다 폈다
밤 두 알
우리 아가 가을은
대추 두 알
두 손 가득
쥐었다 폈다
대추 두 알
아가의 가을은
가벼운 밤 두 알
대추 두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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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눈 인형
우점임
할머니가 만들어 준
세 눈 인형
"할머니, 눈을 왜
세 개 달았어요?"
이쪽, 저쪽
잘 살펴보라고
두 개 달았지!
"가슴에
달린 눈은요?"
응, 그건
마음 읽어내는 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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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우점임
콩꼬투리 속에
꽉 찬 가을
시간이
안간힘 쓰며 만들어 낸
가을 알맹이들
자기 크기와 색깔로
영근 알맹이들
떼구르르
구를 줄도 안다.
손저울로 달아본 씨알들
크거나 작거나
여름 무게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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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막이 어미새
우점임
41도 무더위
왜가리 가족의
나무 꼭대기 둥지 속.
날개 벌리는 어미 왜가리
"아가들아 덥지?"
불볕에 더위 먹을라 막아 앉는다.
해 따라가며 해막이 앉는다.
온종일 해막이 어미 새
육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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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꺼 볼까
우점임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어
맨 먼저
골치 아픈 학교 드르릉 코를 골게
달달 볶던 학원도 잠에 빠지게
밤늦게 불빛 새어 나오는 회사 빌딩도
쉬지 않게 돌아가는 공장 기계도
달콤한 꿈을 꿀 수 있게
우린 그랬지
"피곤해" 말 못하고
쉬고 싶어도, 놀고 싶어도
말 못 했지
공부하기 싫고
머리 복잡할 때
지구를 잠시
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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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성적표
우점임
가을은
할머니 농사 성적표
나오는 계절
봄학기 + 가을학기
참깨밭, 들깨밭
할머니 성적표
꿀벌이
참깨 알 가득하게
들깨 알 가득하게
할머니 들락날락
해님도 들락날락
가끔, 바람과 비가 찾아와 돕고
꿀벌부대와 나비떼도 힘을 보탰지
툭툭 털어낸 참깨 들깨
할머닌 방앗간에 가져가 짜 왔어
한 해를 꾸욱 눌러 짠 거야
고소한 성적표였어
참기름 몇 병
들기름 몇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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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사람들은 힘들게 일하면 쉬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나 회사도 1주일에 이틀은 휴업일을 갖는다.
그렇게 쉬고도 피곤하다고 하소연하기 일쑤다.
그런데 지구는 날마다 스스로 한 바퀴씩 돌며
태양 둘레는 1년에 한 바퀴씩 돌아야 한다.
지구가 하루쯤 쉰다면 어떨까?
엉뚱한 상상은 재미있는 시를 낳는다.
공부하느라 골치 아픈 학교생활도
성적 올리게 하려고 달달 볶던 학원도 쉬게 될 것이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회사원도,
공장의 기계도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점이 흥미롭다.
하루라도 잠을 자지 못하면 졸리고 피곤한데
하루도 쉬지 안히고 움직이는 지구는 얼마나 힘들까?
지구를 잠시라도 쉬게 하고 싶은 시적 화자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박상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