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풍천 김 동 규 180
불볕에 데어 벗겨진 등 허물이 나풀거려도
한차례 고인 물을 퍼내고 다시 샘물이 고이는 동안
이슬 내려 축축한 자리에 지친 나를 뉘인다
별을 헨다 큰 별 주변 옹기종기 모인 작은 별들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깜빡깜빡 재잘재잘
은하수 별강엔 무수히 많은 별들이 깔깔깔 웃으며
어둠을 비집고 서로 마주 보고 까물까물 꼬물꼬물
별똥별이 길게 금줄을 그으며 유성 되어 흐른다
사촌누이는 호롱불을 들고 숙모님과
두런두런 얘기하며 야식을 내온다
비록 삶은 감자와 옥수수뿐이지만
꿀맛이 따로 없는 진수성찬이다
야식 후 힘내어 사촌누이와 손 맞춰
삼백 두레박을 퍼내고 숨을 헐떡이며
논으로 들어가 두렁을 밟아 물은 안 새는지
두더지가 뚫은 구멍은 없는지 확인했다
새벽하늘 은하수를 다시 보니 별들이 아까보다
훨씬 많아 새로 헤아려 보니
별강에 은가루를 확 뿌린 것 같아
어른들이 은하수라 하셨나 보다
물 고인 논바닥에 뜬 별을 헤다 보니
엄마별에다 두레박질을 한다
어느새 동쪽이 환하니 모를 찌러 갔던 식구들이 와서
심을 때 지나 키가 큰 모춤을 들고 들어가 모를 심는다
은하수가 잠자러 갔나 보다 엄마별도 함께
나도 잠자러 간다
첫댓글 사촌 누나랑 밤을 새워 모 낼 논에 물을 퍼 오리다가 샘물이 괼 동안 은하수를 감상하며 상념에 잠기는 순박한 농촌 소년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별강에 은가루를 확 뿌린 것 같아
어른들이 은하수라 하셨나 보다" 심성 깊은 어린이다운 순수하고 구하한 표현이 좋아요
추천합납니다
오래 만에 인사 드립니다 선생님
오늘은 모처럼 수업 받으러 갑니다 건강하신 모습 뵙고 싶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은하수도 보고
보기 힘든 두레박도 보고
감사합니다 풍천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