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야할 기차 5번에서 타라고 전광판에 떴네요.
부산행을 타고 가다 중간쯤 김천역에 내립니다.
산허리를 두른 잿빛 구름과 빈 들이 쓸쓸합니다.
김천역에서 직지사 가는 버스 정류장의 간이 걸상이 열선을 넣어 엉덩이가
뜨끈뜨끈 합니다.
나는 내리고 이 아가씨는 아마 상행선을 타려나 봅니다.
버스에서 내려 산사로 가는길. 단풍도 곱고 이미 떨어진 낙엽도 곱고.
이슬비 속의 천년고찰 직지사의 대웅전.
소나무 가지뻗음이 신기해 한참 쳐다 보았습니다.
단풍은 기대도 안 했는데 얼마나 화려하던지요.
답답하고 억울해서 속상해서
가슴 뻥 뚫리게 울고 싶은 날 있었네
너를 불러내 수다로 풀어 낼 일도 아니고
암울속에서 하루 이틀 지새운 날 있었네
나흘 닷새 생각하다
늦가을 낙엽 밟으며 산사 오솔길도 걷고
부처님 무릎 아래 엎디어
싫것 울고 싶은날 있었네.
일요일 외엔 쉬는 날이 없기에, 전국 비 예보가 있었지만
그냥 홀가분히 혼자 떠나보자 하고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기차여행, 산사 가는길은 비 와도 좋고 눈 와도 좋고.
창밖은 잔뜩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다 말다, 서울역에서 3시간.
처음 가 보는 김천역은 아주 번화했습니다
1,600년의 역사를 지닌 동국제일가람 황악산 直指寺.
유명한 절이어서인지 버스가 자주 있고 20여분 만에
직지사 정류장에 도착해 20분 정도 걸어 절에 도착했습니다.
마음이나 풀자고 떠난 여행이어서 단풍엔 관심 없었는데
아! 얼마나 곱던지 우울했던 마음이 순간 다 날아 가고
또한 사진에도 담고 남기고 싶어 지나는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백양사절에 있는 애기 단풍이 이곳에도 있어, 골라 줏어
수첩애 넣어 가져 왔습니다.
다녀 와서 금방 또 가고 싶은곳 직지사
깊은 겨울 되기전에 또 떠나리라 생각합니다.
떠났던 자리 되돌아 서울역 도착시간이 저녁 8시인데
하행선 타려는 사람들로 대합실이 가득합니다.
첫댓글 마음답답하고 억울하고 울적한날
이렇게 혼자여행길에 나서는 친구의
용기가, 건강이 부럽습니다.
다 털어버리고 앞으로 남은 새날을 살아봅시다
정재야 행복한 여행이었어, 다녀 오고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생각했어.
명자야
좋은데 다녀왔구나 ~ 직지사는 우리 아버님 49재 지내드릴때
각 재 때마다 각 사찰 다니시며 재를 지내드렸는데
이 절에서 6재때 지내 드렸단다.
그때도 너무 절이 좋다 생각하고 또 가고 싶었지만
못 갔었는데 네가 답사기를 올리니
얼마나 반가운지...
절도 좋고 떨어진 빨간 단풍잎과 나무에 메달려있는
단풍도 너의 모습도 아름답구나.
울쩍할때 휙 떠나 기행문도 쓰고
감성이 풍부해 좋아~~~
이렇게 컴에 올리는 기술도 있고 말이야~~~
울 아버님은 절 신자는 아니셨지만 울 새언니가 불교신자라
경상도 친구 들이랑 같이 적극적으로 그런 행사를 하셧지...
명진아 훌륭한 새언니네, 세상에나.
암울한 마응으로 기차를 탔는데 너무 너무 좋았어,
다녀 와서 맑고 밝은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