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현지시간 12시 05분에 이르쿠츠크를 출발해서 오늘 아침에 차타에 도착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내가 묵은 호텔은 역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거의 시간에 맞춰 역에 도착하였다.
전광판을 제일 위를 보니 내가 탈 70열차는 플래트 홈이 3번에서 타라고
나와있다.
대개 기차 도착전 한 10 - 20분전이 되면 플래트홈이 전광판에 뜬다.
그때부터 역에서 기다리던 사람은
역구내로 들어간다.
역시 회색 순모 코트를 입은 승무원들이 철마를 따라 줄지어 서서 타는 승객을 맞는다.
무슨 의식을 치르는것 같다.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거의 자작나무만 서있는 황무지였으나 여기부터는 듬성듬섬 민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산이 보이고 깊은 골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터널도 지났다.
이르쿠츠크에서 두시간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바이칼 호수 남쪽을 휘감고 돌아가는데 기차에서도 바이칼을
볼 수가 있다.
바이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
어제 기차를 타니까 승객을 맞이하던
뚱보 아줌마가 한국에서 온 나를 “카레아”하며 반긴다.
타면서 기차표와 여권을 대조하기 때문에 타면서 나의 국적은 알수있다.
씩씩하게 따라 오라며 앞서 가서
내 자리를 안내해준다.
나도 잘 찾을 수 있는데
좀 있다 시트를 챙겨주고 이부자리도 챙겨준다.
고마워요
뚱보 아줌마.
바이칼에서 썰매타는 아해들.
모스크바 기점 치타가 6,198킬로
이고 이르쿠츠크가 5,185키로이니
어제는 1,013키로를 20시간에 걸쳐 달린셈이다.
한 서너시간을 기차는 바이칼을 끼고 가는데
호수가 아니라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였다.
러시아에서는 국민학교에서 중국은 작은 나라라고 가르친단다.
은근히 중국에 대한 견제도 하고
자기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라는것은
심어주는 것이다.
내 앞자리의 러시아 뚱보아저씨.
사람이 왔으면 예를 갖추어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누고, 안부도 묻고 해야 하는데 계속 디비져서 잠만 잔다.
그래 계속 자라.
이 뚱보는 밤 9시 15분 울란우데역에서 내렸다.
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승객이 내리고 다시 탔다.
그 침대에는
몽골의 젊은 부부가 아이 하나를 데리고 탔다.
기차에 오르면 깔고 덮을 시트 두장,
배개닛, 타월 한장을 주는데 청결하게 다림질이 되어있다.
어제 내가 탔던 기차는 모스크바에서 사흘을 달려 이르쿠츠크에 도착했고
다시 거기서 꼬박 하루를 달려 치타까지 왔다.
종점이 다가오니 승객 대부분은 내려 이층침대는 거의 비어있고 몽골 사람이 반은 되는것 같다.
승무원은 2인 1조로 이루어 지는데
땅딸보 뚱보 아줌마와
러시아의 표본인 늘씬 아줌마.
둘다 바지런하게 열심히 해서
열차안은 깨끗하다.
울란우데 역에서 잠시 내려본다.
맨발로?
저기는 한 여름의 백사장이 아니고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다.
영상이 아니고 영하.
마이너스 써티 센티그레이드.
울란우데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로와 연결되는
기차가 다니고 있다.
울란우데에서 국경도시인 나우시키까지 362키로이고 거기서 울란바토르까지는 404키로 이다.
역에 24시간 편의점이 있었다.
주전부리 몇개 사는데 맥주가 보였다.
오 ㅡ 잉?
여기서 계속 남하하여 1,551키로를 가면 중국의 베이징까지 갈 수도 있다.
이렇게 나라간에 철도가 연결되어 한가하게 느긋한 여행을
할 수있는것이 부럽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러시아에서는 기차에서 술먹고 난동부리는 경우가 많아 기차내에서는 음주를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런데 차내가 너무 더워 한 잔 생각이 났다.
그러려면?
저 우리칸 승무원한테 갔다.
"May l drink some beer. Not vodka."
잠시 생각하더니 맨발로 스레빠만 신고 나와서 맥주 구걸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Little"
하면서 엄지와 검지로 양을 재 주었다.
야 ㅡ 호
그래서 천사표 늘씬 승무원님의 하해와 같은 허락을 받고 편의점으로 다시 가서
캔맥주 두 개를 사왔다.
물론 내 가방에는 보드카가 있지만 시원한 맥주가 좋을것 같았다.
기차는 사람만 타는게 아니라 개님도 타셨다.
그런데 아주 점잖아서 한번도 짖지 않았다. 자기 주인인 여자와 한 침대에서
잠도 자고
그런데 맥주 음주를 윤허는 받았지만
다른 사람 눈도 있고 자랑스러운
단군의 자손으로 우리나라에서
국법을 어긴것은 과속밖에 없는
나로서 다른 사람에게 눈치가 보여
타월로 맥주캔을 감추고 마셨다.
그러니 더 맛있더라.
아침에 치타역에 도착하였다.
1분의 연착도 없이
여기서 세번의 기차를 타봤는데 전부 정시 도착이었다.
레일위를 달리는 기차가 별로 없으니까
떠나는 나를 뚱보 아줌마가 이별의 안녕을 고한다.
"I will never say good bye."
나중에 한국오면 소주 한 잔 살께요.
그렇게 치타역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단지 하루 쉬어가기 위해 내렸다.
다음이 하바로브스크인데 여기서 안쉬고 가면 70시간 가까이 기차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난 극기훈련하러 러시아에 온 것이 아니다.
ㅡ24도.
저 정도야 뭐 대수롭지 않지.
나는 몇년전 기차로 울란바트르에서 중국의 국경도시인 얼렌까지는 기차를 타고 간적이 있는데 자고 일어나니 이부자리에 모래가 하얗게 덮여 있던것이 생각난다.
여기시간으로는 오전 9시 7분인데 기차시간은 혼동을 줄이기 위해 모스크바 표준시간을 쓴다.
모스크바 시간 3시 7분.
여기가 모스크바와 6시간 시차가 나기 때문에 이제 한국과 똑같은 시간대이다.
여기 치타는 1,402키로 떨어진 하얼빈에서 출발하는 만주 횡단열차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 곳곳에는 중국사람과 몽골사람이 많이 보였다.
몽골사람과 중국사람
비슷한거 같지만 다르다.
척보면 안다.
그리고 역에서 걸어 10분 정도의 위치해 있는 호텔로 간다.
미리 예약을 했는데 그리 비싸지 않은 곳이다.
내가 여기서 할것은 잠자고 아침 한끼 먹는것뿐이니.
이렇게 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전 여정의
60%정도를 소화한것 같다.
아까 나가서 치타시내를 쭉 돌아보니 정말 볼것이 하나도 없는 러시아 시베리아의 삭막한 도시의 하나였다.
술집 몇개를 봐놓고 왔는데
이제 나가서 한 잔만 하고 와야 쓰것다잉.
첫댓글 제가 술친구 해 드릴께요~~
오랜 시간을 기차안에서 보내도..
볼것이라곤 자작나무와 눈 뿐이어도..
혼술이어도..
부럽습니다.ㅎ~
카
그림에 기차의 진동도 숨어 있다는 말씀이 너무 멋집니다
저 발가락이 박교수님 발 가락~ 라디오에서 듣던 독립투사들의 배경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