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예방을 위하여 / 김길남
주위에 치매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별로 볼 수 없었던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의료기술과 영양섭취, 위생상태가 좋아져 수명이 늘어나니 새로 나타나는 병이다. 따라서 치매를 치료하고 환자를 돌보는 기관들이 늘어났다. 옛날에는 정신과 드나드는 것을 수치로 알고 숨기려 했는데 이제는 예사 일이 되었다.
나도 나이가 늘어가니 치매가 걱정이 된다. 작년에 큰아들이 병원에 예약을 해놓고 두뇌의 MRI를 찍으라 하여 내외가 같이 가 찍었다. 결과 뇌가 많이 비어 있다 한다. 뇌 상태는 좋지 않은데 학력과 독서, 수필 쓰기 등 두뇌활동으로 발병하지 않았다고 판정하였다. 문진 상황은 정상이라 했다. 앞으로 계속 운동하고 음식섭취 골고루 하며 두뇌활동을 계속하라 하였다.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계속 노심초사 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도인체조를 30분간 한다. 온몸을 움직이고 스트레칭하는 체조다. 선仙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개발한 체조인데 각 기관을 움직이고 두들기고 힘쓰고 하는 체조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근처의 산에 오른다. 낮기는 하지만 하루 운동으로는 알맞은 곳이다. 공기도 맑고 사철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살맛이 난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이 줄어 걷지 못한다 하여 고기, 생선, 달걀, 콩 등을 적당량 먹으려고 노력한다.
다음에는 책 읽기와 수필 쓰기다. 아무 책이나 읽기도 하고 목적하는 책을 구하여 일주에 한 권 정도는 꼭 읽는다. 지금까지 놓아두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모두 읽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나가지도 못하니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수필 쓰기는 작년까지 한 달에 두 편 정도 쓰다가 올 해는 주춤해졌다. 수필집을 내어 문인들에게 보내어도 읽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괜히 돈 들이고 종이 없애서 책을 내더라고 쓰레기가 된다고 생각하니 쓰기 싫어졌다.
또 한 가지는 외우는 것이다. 젊어서는 기억력이 좋아서 책을 정독하면 내용을 단답형으로 물으면 거의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점점 나빠져 이제는 금방 들은 것도 바로 잊어버리는 상태다. 병원 의사가 처방하여 뇌약을 계속 먹고 있다. 뇌 영양제라 한다. 그 약을 몇 달 먹고 외워보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외우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 뒤로 외운 것은 세계 184개 나라의 이름과 수도를 외웠다. 다음은 조선시대 벼슬의 이름과 직위를 외웠다. 이것은 족보를 보거나 묘의 비석을 보고 어느 정도의 벼슬인가를 알 수 있어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도를 보고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금남정맥의 산과 고개를 외웠다. 또 내가 가본 180여 개의 전국 절 이름을 외웠다. 요즘외우고 있는 것은 명리학 공부를 하며 천간과 지지의 특징, 육친의 특성, 용신 찾는 법, 대운의 간지 찾는 법, 성격의 특성을 외우고 있다. 그런데 그런대로 잘 외워져 다행이다.
정말 치매만은 걸리지 말아야 할 병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남은 물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 산다는 것과 이름도 성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사니 그게 무슨 삶인가? 귀여운 손자손녀도 몰라보고 아들딸도 모르고 우두거니가 되니 죽은 거나 다름이 없다. 본인은 모르고 사니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가족은 얼마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집에서는 간병하기가 어려워 요양별원이나 전문병원에 입원하여 끝도 없는 생활을 해야 하니 사람으로서 하지 못할 일이다. 그러나 누가 걸리고 싶어 걸렸겠는가, 어쩔 수 없이 당하는 불행이다. 사람이
살면서 막판에 이런 일은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소망하는 마지막 바람이다.
[김길남] 수필가. 2008년 대한문학 등단.
전북문협, 전북수필, 영호남수필, 행촌수필, 안골은빛수필 회원
* 수필집 《논두렁 밭두렁》외 7권
*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은빛수필문학상, 대한작가상.
문학회에선 김 수필가님 명성이 자자합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 수필을 쓰시는 분이죠. 말이 쉽지, 일주일에 한 편 쓰기가 어렵던데요.
여든 넘으신 연세에 대단한 노익장이시죠. 남다른 비결이 있었군요. 건강관리와 끊임없는 공부가 그 비결이었네요.
나이 들면서 누구나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그러나 선생님이 해답을 넌지시 주셨네요. 영양가 있는 음식 골고루 챙겨먹고, 걷기, 암기하기, 책 읽고, 글쓰기. 방법을 알았으니 실천만 하면 되겠습니다.
첫댓글 걷기, 암기하기, 책읽기, 글쓰기
방법을 알려 주셨으니
행하기만 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