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도여고 교정을 찾아드는 것, 안성에서 서울하고도 신대방동으로 가는 길은 몇 번의 수고로움을 거쳐야 찾아들 수 있다.
하였어도 촬영이라는 무거운 짐을 허락하였으므로 아주 씩씩하게 빗길을 뜷고 일찌감치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새교정에 대한 우려와 기대감은 설렘과 약간의 흥분으로 바뀌면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년의 기억에 자리했던 그 이웃동네를 가로지르는 마음은 서울내기로서 고향자락에 찾아드는 기분이었다.
또한 첫눈에 반한 붉은 벽돌의 새로운 건물보다 먼저 눈길이 갔던 상아당은 여전히 우리 기억 속의 대강당으로
자리매김한 채 우뚝하니 버티고 있었고 상아당을 바라보는 순간 타임머신이 발동되어 수십년의 세월이 단숨에 무색해졌다.
와중에 가늘 가늘하게 내리는 이슬비조차도 운치와 낭만을 선사하는 듯하여 어찌나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던지....
2026년 8월 21일, 수도여고 개교 80주년을 맞아 열린 홈커밍데이와 백합제 바자회는 단순한 동문 행사를 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따듯한 정거장 역할을 자청하여 선후배가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과거와 현재를 잇고 도약의 미래를 기대하는 자리이기도 하며 어색한 첫 만남 보다는
모교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고로 정문과 그 곁자락 현수막 "80년의 빛 미래를 여는 힘"이라는 슬로건은
아마도 "함께 한 80년, 함께할 미래"를 상징하는 아주 멋진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지향적인 후배들이 나아가야 할 길에 디딤돌이 되어주는 선배와 그를 통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그런 자리 말이다.
상아당과 시청각실, 릴리룸을 오가면서 짧은 찰나이긴 하였지만 생기 넘치는 후배들이 교복소녀로 옆자락을 지나는 순간에는
달라진 교복을 실감하였으며 마주한 어색함도 잠시, 안내하는 후배들의 풋풋함에 매료되어 부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잠시잠깐, 달라진 건물과 교복 속에서도 변할 수 없는 수도여고의 상징 로고의 불변함에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어쨋거나 그래도 일단은 촬영이 먼저라 대강당으로 들어가 많은 소녀들과 자리를 함께 하였다.
백합제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교복소녀들은 아이돌 팬덤 못지 않은 열기와 응원과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음이니
곁자락의 선배는 어느새 교복소녀들과 한마음이 되어 에너제틱하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교복소녀들로부터 전달되는 활기로움에 절로 들썩들썩이었으며 강력한 에너지가 바로바로 유입되는 듯했다.
광란, 열광, 왕성한 함성과 흥분됨의 절정은 그야말로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니 함께 어우러져 소녀들과 즐길 수밖에.
어쨋거나 백합제라는 행사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일년 365일 시달리는 공부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날릴 아주 좋은 기회이니 이만한 효과는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을 듯.
백합제를 위해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안봐도 알 것 같다.
시간을 쪼개여야 하며 부모님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자신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낭패감도 있었을 터이나
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과 일종의 열망을 위해 소신껏 모든 것을 덮어둔 채 열심을 내었을 교복소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교복소녀들의 무한 노력은 결국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고 많은 친구들에게 호응을 얻고 열렬한 박수를 받았음이니
그만하면 족하다 싶어도 선배 입장으로서는 교복소녀들의 노력을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긴 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놓지 못해 어제 늦은 오후에 찾아든 손님을 보내고
또 오늘도 글 한자락 휘리릭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엄청 기氣를 나눠받고 그들의 격한 에너지를 체험하고 나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한데 어우러진 공연을 뒤로 하고 시청각실과 바자회 장소로 이동하면서도 마음은 못내 뿌듯하다.
역시나 교복소녀 청춘들의 시절은 거칠게 없어 보인다가 결론이긴 하다.
많은 학부모님들의 이해와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매우 아쉬웠다.
이어 오랫만에 마주한 동창들과 아는 선배들과 반갑게 담소를 나누면서 연락이 뜸했거나 소식을 알지 못했던 사연을 나누며
서로의 얼굴에서 주름진 세월대신 단발머리 시절의 앳띤 표정을 먼저 찾아내며 반가운 환성을 지른다.
"어머, 너 그대로다" 라는 흔한 말조차 이곳에서는 진심으로 느껴지며 따스한 시선이 교차되어 여전한 온기로 전달되는 듯 했다.
이후 살펴보니 정성껏 준비된 바자회 부스마다 선후배들이 직접 챙겨온 물품들과 손수 만든 먹거리들이 매대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들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며 깔깔거리며 강매를 하기도 했다나 뭐라나.
그런 시간을 공유하며 물건을 사고파는 손길사이로 교과서를 나누어 보던 교실 풍경과
백합동산을 서성이던 시절의 추억들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더불어 홈커밍데이 아니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지나간 인연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음이니 개인적으로는 횡재한 셈이다.
또한 학부모님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떡볶이를 비롯한 분식코너는 그야말로 성화 그 자체라
그 준비된 음식 한그릇에 모교를 향한 애정과 동문간의 끈끈한 연대가 묻어난다.
게다가 더불어 후암동 시절의 분식집이 슬그머니 기억 저쪽 한 켠에서 스멀거리기도 했으며 우리는 또 그 시절로 돌아간다.
시청각실에서 소통의 시간은 지나간 우리와 현재의 우리를 만나는 시간이었으며 교가를 부르는 순간에는
여전히 교가를 잊지 아니하고 부르는 세월값의 그녀들이 있었다.
수도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함께 통과해온 젊은 날과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세월은 속절없이 제멋대로 흘러갔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새로운 모교 교정에서 남아있는 백합의 긍지는
여전히 변함 없이 맑고 푸르렀음이요 그 순간, 다시 한번 청춘이라는 단어를 기억해내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 손에 쥔 바자회 물건보다 마음속에 묵직하게 차오른 추억과 다정한 기억들이 더 큰 선물이 되었다.
80년이라는 깊은 뿌리 위에서 다시금 마음의 고향을 확인하고 온, 더없이 벅차고 포근한 하루였다.
여고시절의 반가운 온기가 오래도록 따스한 여운으로 남겨질 것 같다.
덕분에 친구들과의 밀린 수다는 교정을 떠나 우리들 만남의 장소인 강남구 신사동의 "아지트"까지 이어졌다.
그야말로 강건너온 수다발이 아지트를 장악하고 브레이크 타임 중인 레스토랑을 세내고 말았지만
길고 긴 이야기 삼매경은 끝날 줄 모르고 장거리로 이동할 친구들을 위해 늦게 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세월값의 수다는 서서히 잠잠해지고 갈길 바쁜 우리는 일어나 집으로 고고고.
마지막으로 불안한 성장기를 지내는 후배들에게 "조금 늦거나 흔들려도 괜찮다" 는 따듯한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경험치라는 것은 실패해도 경험해볼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도전에 망서리지 말라고도 말해주고 싶었다.
수도여고생이라는 교복소녀들 역시 결코 혼자가 아니며 든든한 울타리 속에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선후배 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수도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깊은 소속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어쨋거나 두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여고 80주년 홈커밍데이"는 소속감과 온기를 느낀 하루로 마감되었다.
그날의 우리는 여전히 풋풋한 추억을 지닌 채 시대를 초월한 여고시절 특유의 감수성 축제와 일상을 공유하면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촉촉한 마음이 올라와 울컥이긴 했다.
자랑스러웠던 "80주년 수도여고 홈커밍데이"
그 하루가 오래도록 이어지는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면서....바잇
첫댓글 수도여고,,,, 뱃지가 백합이었네요,,,, 저는 보이스카웃 표시인줄 알았는데,,, 옛 수도여고 자리,,, 교육청이 되고 아직 해직교사들이 데모를 해서 정문으로 출입을 못하고,,, 옆문으로 출입을 한 ㄴ현실이 안타깝네요,,, 제가 삼광 국민학교를 다녀,, 수도여고 강당에 들어갔던 기억이 용교 나온 아이들이 용수회 얘기들,,,,,,저희 장머ㅗ님도 수도여ㅑ고를 나오셨다던데,,, 수도여ㅑ고 화이팅입니다.
와우, 오래간만에 본인 등판?
아내분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었었지만
그 아내 분의 어머님이 수도여고 선배님이신가 보네요.
반가운 인연입니다.
안그래도 저희 기수 27회 용산 26기 용수회 이야기는
80주년 백합문집에 보내려고 써두었던 것이 있더라는.
개인적으로 그때 만난 용수회 남사친들과 지금까지 친한고로.
이런저런 인연...삼광초등학교,
매우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