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 지사제
노로바이러스 증상 완화를 위해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사진=대원제약 제공
겨울별미인 생굴을 먹고 나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노로바이러스의 대표 증상은 심한 설사이다 보니, 이를 멈추고자 급한 대로 대웅제약 ‘디옥타’, 대원제약 ‘포타겔’, 영일제약의 ‘로프민 캡슐’ 등 일반의약품 지사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가 의심될 때 먹은 지사제는 효과가 없단 얘기가 많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지사제를 먹으면 안 되는 걸까?
◇노로바이러스 증상 완화엔 효과 거의 없어
노로바이러스 증상 완화를 위해 지사제를 복용한다면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대체로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지사제로 많이 사용되는 건 지사제 중에서도 흡착제와 장운동 억제제 종류인데, 두 성분 모두 노로바이러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기 때문이다.
대원제약 ‘포타겔’ 대웅제약 ‘디옥타’ 등 흡착성 지사제의 주성분은 디옥타헤드랄 스멕타이트이다. 이 성분은 세균과 장 독소 등의 물질을 흡착해 배설한다. 그러나 바이러스 흡착은 못 한다.
일반의약품연구회 회장 오인석 약사(수지솔약국) “흡착성 지사제는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흡착하지 않는다”라며,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설사에는 흡착성 지사제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 억제를 목적으로 나온 지사제는 없다”고 밝혔다.
영일제약의 로프민 캡슐 등에 포함된 로페라마이드 성분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오인석 약사는 “노로바이러스 치료는 노로바이러스의 원인물질을 체내에서 배출하는 게 먼저”라며, “로페라마이드 성분의 지사제를 복용하면 배출이 늦어져 증상 개선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운동 억제제인 로페라마이드 성분은 장내에 음식물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장 내 수분 재흡수를 촉진시켜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의 약이다. 즉, 노로바이러스의 체내 시간이 늘려, 증상 개선을 지연시키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라면 어떤 경우에도 지사제를 복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약사)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국내 건강정보 포털 등 어디에서도 노로바이러스 치료와 예방책으로 지사제 복용을 권하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노로바이러스라면 약 보다 보리차
전문가들은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지사제 복용보다 보리차 등을 마신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윤진구 교수는 “노로바이러스 환자에게 가장 좋은 건 보리차와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설사 증상이 나타난 직후 섣부르게 아무 지사제나 먹어선 안 된다"며 "증상이 심하다면 병원을 방문해 원인과 증상에 따라 약 등을 처방받을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김예지 학술위원은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설사 구토 등은 대부분 2일 이내에 저절로 낫기 때문에 그대로 두는 게 좋다”며 “탈수되지 않도록 카페인이나 알코올 성분이 없는 이온음료 등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료를 계속 마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