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은 왜 점,영감(靈感)에 빠지는가 / 1/31(금) /변신일 저널리스트·코리아·리포트 편집장
운세를 점치다, 손금을 보다, 성명을 판단해 달라, 절이나 신사에 참배하고, 소원을 빌다 등은 옛부터의 관습이다. 한국의 경우도 점쟁이나 여성 무당 등 점쟁이의 계시(샤머니즘)에 의존하는 정치인이 많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몇몇 점쟁이, 점쟁이가 있다.
한 사람은 대선 때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고, 다른 한 사람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의지하는 점쟁이로 부인이 운영하던 인테리어업체 고문을 지냈다.
윤 대통령은 대선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점쟁이에 의한 것 같지는 않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 부부의 신상 상담역으로 소문난 점쟁이도 있다. 이 점쟁이는 지금도 탄핵돼 곤경에 빠진 윤 대통령을 "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므로 하늘의 도움으로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고 말해 윤 대통령에게 '기'를 보내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서울 종로구 북악산 자락에 있던 대통령 관저 '청와대'를 폐쇄하고 서울 용산으로 옮겼는데 이 역시 전해진 바와 같다. "방향이 나쁘다"는 점쟁이의 말 한마디에 한국 정부는 이전비용만 500억원에서 800억원이나 썼다. 참고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함께 실행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전역 후 점쟁이로 돌아섰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유년시절 이름은 이승용이었지만 '이 아이는 만년에 왕이 된다'는 꿈속의 말씀으로 어머니가 '용'에서 '만'으로 바꾼 듯하다. 예언대로 이 대통령은 1948년 73세의 나이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말년인 1960년 학생혁명으로 국외로 추방돼 미국 망명생활을 해야 했다.
다음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일화가 있다.
백운학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점쟁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백운학이 처음 만난 박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얼굴에 혁명을 한다고 쓰여 있다. 혁명은 성공한다"고 점쳤고, 실제로 1961년 5월 쿠데타가 성공한 것으로 보아 박 대통령은 편애한 것 같다.
백운학은 쿠데타 성공 두 달 뒤인 7월에도 다시 불려갔고, 그때도 "앞으로 20년은 괜찮습니다. 대통령, 마음껏 하세요" 라고 예언한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신바람이 났다고 한다. 다만 배석했던 측근 김종필 씨가 "20년 후는?"이라고 묻자 백운학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는 의외의 결말이 있고, 대통령실에서 나온 백운학은 김종필에게 "각하의 면전에서 말할 수 없지만 20년 후에는 돌아가신다는 점괘가 나왔다. 명운은 지독한 최후가 되고 있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로부터 18년 뒤인 1979년 10월 측근인 한국중앙정보부(KCIA) 부장에게 암살당하는 등 참혹한 최후를 마쳤다.
딸 박근혜 대통령도 친구 최순실 때문에 탄핵돼 수감될 운명이 되었지만,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은 영매사(무당)였다. 최태민은 1974년 박 대통령이 아직 22세 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으면 나를 통하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으니까" 라고 편지를 보내 친분을 쌓았다.
최순실도 아버지의 영적 능력을 이어받아 예지 능력이 있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거기에 매달렸다. 박 대통령이 2016년 2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대북 강경책을 쓴 것도 "2년 안에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는 최순실의 말에 따른 것이었다. 아무튼 박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정신이니 영혼이니 하늘이니 하는 종교적 표현이 많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노태우 대통령도 1987년 12월 대선일을 12월 16일과 17일 중 어느 쪽으로 하면 좋겠느냐고 점쟁이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점쟁이가 「16일에 하면 표는 많지만, 아이는 적어진다. 17일이면 표는 적지만 자식은 많아진다고 답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은 선거일을 16일로 정했다. 그 결과는 당선됐지만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은 참패할 처지가 됐다. 자(子)는 자분(子分), 즉 국회의원을 가리켰다.
또 나중의 김영삼 대통령도 1992년 대선일을 점쟁이로 정해주었다.
김 대통령은 점쟁이로부터 12월 18일에 하라고 해서 그날 당선됐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점쟁이는 "12월 18일은 금요일로, 12와 18일을 더하면, 30이 된다. 서른을 거꾸로 하면 0(영)3(삼)이 돼 영삼에게 돈이 붙는다"고 했던 모양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헌법 개정을 단행했으나 점쟁이 백운학으로부터 "10월 17일 유신을 단행하라"는 '알림'을 받고 10월 17일 저녁 7시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해 헌법 개정을 성사시켰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도 어쩌면 점쟁이의 예언에 따른 것일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대통령 관저 이전이 흉으로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