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유레카목장 대표가 자신이 직접 만든 숙성 치즈를 자랑스레 들어 보이고 있다.
“낙농은 종합예술입니다. 어머니들이 직접 가꾼 배추로 맛있는 김치를 담그듯 우리 목장에서는 갓 짠 우유로 영양이 듬뿍 담긴 유제품을 만들어 단골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목장 안주인에서 유제품 전문가로 거듭난 김수영 유레카목장 대표(51·전남 영광군 영광읍)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이 만든 유제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들인 정성이나 맛·품질에서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목장 경영이 꿈이었던 남편(최봉삼·51)을 따라 1997년 영광으로 귀농한 김 대표는 2002년 유가공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잉여원유 파동으로 우윳값이 ‘똥값’이 됐을 때, 목장형 유가공이 미래 낙농의 대안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전국 선도목장 안주인들과 함께 ‘한국목장형유가공연구회’를 꾸린 것이다.
유가공에 입문한 후 요구르트·치즈·버터 등 유제품에 본격적으로 눈을 뜬 김대표는 ‘남편이 공들인 우유로 최고의 유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국내 전문가는 물론 일본·독일의 유명 마이스터를 찾아다니며 실력을 키웠고, 2010년 드디어 목장 이름을 딴 유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현재 김 대표가 만들고 있는 유제품은 요구르트 3종, 치즈 6종, 발효버터 1종 등으로, 우리나라에 치즈 기술을 보급한 재독 치즈 마이스터인 정용삼씨가 “유럽 제품과 비교해 손색없다”며 엄지를 추겨세울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으며 전국 유제품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국내 목장 중 요구르트와 치즈를 제조하는 곳은 여럿 있지만, 발효버터를 만드는 곳은 유레카목장이 유일하다.
젖소 110여마리에서 1일 1600~1800ℓ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는 유레카목장의 연 매출액은 약 8억원인데, 이 중 김 대표의 유제품 판매가 차지하는 금액은 전체 매출액의 약 20%인 1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서양에 비해 낙농문화는 일천하지만, 김 대표의 유제품이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시중제품과는 격이 다른 고급화 전략을 쓴 덕분이다.
우선 김 대표는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먹어야 유제품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일주일치 주문들어 온 양만큼만 주말에 생산, 월요일에 일괄배송한다. 이러다 보니 고객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유제품과는 풍미가 다른 맛에 감탄할 수밖에 없고, 한번 맛본 이들은 자연스레 단골로 이어지는 것이다. 유레카목장의 이러한 제조·배송방식은 최근 들어 다른 유제품 생산 목장들에도 일반화되고 있다.
유제품 판매를 100% 직거래로 한 것도 대표적인 성공 이유 중의 하나다. 유제품의 참맛을 즐기고 싶은 이들만 직접 전화로 주문하거나 유레카목장 홈페이지(www.eurekacheese.com)를 통해 구매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고집스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도 현재 홈페이지의 회원은 3500명이 넘고 요즘도 매월 100여명씩 신규회원이 생기고 있다.
이밖에 체험목장 운영을 통해 잠재고객인 청소년·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의 가치를 알려온 것도 오늘의 유레카목장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됐다. 유레카목장은 현재 낙농진흥회 지정 낙농체험목장, 농촌진흥청 지정 농촌교육 농장으로 선정돼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온 가족이 반했다’ ‘고급스런 풍미에 중독됐다’ ‘매주 선물받는 기분으로 주문한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큰 힘입니다. 더욱 실력을 연마해 국산 유제품 저변화에 일조하겠습니다.”
한국축산과학원이 주관하는 ‘자연 치즈 콘테스트’를 매년 휩쓸어 온 김 대표는 자신의 실력을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기 위해 올해 세계 치즈 품평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영광=이승환 기자 lsh@nongmin.com
[이사람]목재파쇄기 성능 개선해 특허등록한 허영길 제주 서귀포농기센터 계장
“안전성 높이고 가격은 기존의 절반 수준”
칼날 단일 회전축으로 변경…잦은 고장·불편 해소
주행장치 폭 축소…농로 등 좁은공간 작업도 편리
허영길 서귀포농업기술센터 기계농업계장이 칼날이 부착된 회전원판을 개조, 잦은 고장원인을 없애고 폭을 70㎝로 좁힌 새로운 파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감귤원은 매년 전정과 간벌을 하기 때문에 제주에서 이용률이 가장 높은 농기계가 목재파쇄기입니다. 그런데 파쇄기 칼날에 이물질이 끼는 고장이 잦아 늘 고민거리였지요.”
최근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목재파쇄기의 특허 등록을 마친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의 허영길 계장(43)은 감귤이 주작목인 제주에서 목재파쇄기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다른 과수와 달리 감귤은 성장세가 빨라 전정 후 쳐낸 가지와 간벌목이 많이 나오고, 이를 파쇄하지 않으면 방제작업에 지장을 주고 병해충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파쇄기가 필수 농기계라는 것.
입사 이래 20년간 줄곧 농기계 업무를 해온 허영길 계장에겐 특히 목재파쇄기가 큰 숙제였다. 농기계임대센터를 운영 중인 서귀포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한 목재파쇄기만 43대, 농가별로 1~3일씩 사용하니 하루 평균 30대 정도를 빌려주고 돌려받는다.
돌려받은 파쇄기는 다음을 위해 수리와 정비를 거치는데 파쇄기의 칼날 부분에 철사나 열매, 가지 유인 줄 등 이물질이 끼어 있어 이를 제거하는 데 한두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농기계담당 직원 5명이 기계와 싸우는 나날을 보낸다는 게 허계장의 설명. 목재파쇄기는 목재 투입구가 좁고 짧아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는 안전사고도 잦은 농기계다.
이런 파쇄기를 뜯고 조립하기 20년, 허계장은 구조적인 고장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를 고안해냈다. 특허 등록 부분은 2개의 베어링으로 칼날을 양축에서 고정하던 방식에서 칼날 단일 회전축으로 개선, 이물질이 칼날을 고정시키는 틈새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배출구로 빠지도록 했다. 또한 주행장치(무한궤도) 유압모터 장착방식을 개선, 폭이 70㎝ 정도로 기존 파쇄기 1m보다 좁아 하우스 안과 좁은 농로 등에서 작업하기 쉬워졌다.
특허 등록 사항은 아니지만 투입구를 접이식으로 만들고 넓고 길게 펼 수 있어 안전사고 위험도 확 줄었다. 특히 목재 칩 배출구방식을 개선, 상단의 배출구와 별도로 하단에 추가로 설치함으로써 엔진 부하량이 감소하고 배출 막힘 현상도 해결했다.
새로운 파쇄기는 최근 시연회에서 호응을 얻은 한편 기술이전을 원하는 업체도 나타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이번 소형목재파쇄기의 특허기술은 허 계장이 주도해 개발했지만 특허권리자는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이다. 특허권은 2034년까지 존속되는데, 6월에 도의 심사와 업체와의 기술이전 협약 체결 등을 거쳐 조만간 상용화될 전망이다. 가격은 기존 파쇄기의 절반 이하 수준인 800만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허영길 계장은 “성능과 안전성은 높이면서도 가격 부담을 줄인 파쇄기 공급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보람이 크고, 이를 계기로 농업인이 쓰기 쉽고 성능도 뛰어나며 안전한 농기계 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장수옥 기자 sojang@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