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누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는가
- 내년 최저임금 9,800원선? 산식이 아니라 죽은식, 저임금 고착화 공식! -
“내년 최저임금 9800원선 결정될 듯 … 노사 함께 살 궁리해야” 지난 토요일 ‘머니투데이’가 발행한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기사 발행일(7월 1일)에 이렇게 얘기했다고 보도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산식에 들어가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기타 여러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봤을 때 1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
또다시 ‘산식’이란 말인가. 법에도 없고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개념으로, 수많은 토론과 교섭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최저임금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산식, 최저임금법에는 분명 ➀근로자 생계비 ➁유사 근로자 임금 ➂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고려한다 명시되어 있는데, 이 지표 중 그 어느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저임금 고착화 공식’ 말이다.
이럴 거면 대체 왜 3월말에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보내 수십 차례의 회의를 해왔단 말인가. 생계비전문위, 임금수준전문위 등 소위원회를 구성해 통계청·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에 수많은 통계자료를 요청하고 수개월 간의 데이터 분석과 설문조사를 하며 논의한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정부 고위 인사’와 머니투데이가 거론한 구체적인 액수(9,800원선과 1만원 미만)는 고작 2% 인상률에 해당한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저 산식을 적용해 5.1%와 5.0%라는 역대급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살인적인 물가폭등과 전기료·가스비 인상 국면에 그보다 절반 밑? ‘산식’이 아니라 ‘노동자 죽이는 식’이라 이름 붙여야 할 판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실시된 해외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고, 노동계나 시민사회단체 자체 조사 자료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최저임금법이 정한 심의 기준 관련 정부가 내놓은 공식 통계자료만을 사용해도 근거는 충분하다.
우선 ‘➀근로자 생계비’ 관련 최저임금위원회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의 경우, 정부가 조사해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가 2,411,320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9.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➁유사근로자 임금’은 또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2분기 이후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실질임금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실질임금 인상률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가 1인 이상 사업체 월 임금을 조사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➂소득분배율’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최저임금위가 소득분배율 계산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해온 중위임금(median wage)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특히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의 경우 소득분배율 악화를 가늠하는 60%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 고위 인사’를 인용해 2%대 인상과 산식 적용을 공식화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지금 이 시간까지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흔한 ‘반박자료’나 ‘해명자료’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타워크레인기사 월례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토요일에도 반박자료를 내놓은 윤석열 정부 아닌가. 이 침묵이 암묵적 인정이 아니라면 정부와 최저임금위는 당장 공식적인 반박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미 1만원으로는 수도권에서 한끼 식사도 먹을 수 없고 물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올라가고 있다. 노동자 죽이는 공식, 저임금 고착화 공식은 가난한 노동자들 가슴에 분노로 쌓일 것이고, 축적된 분노는 언젠가 반드시 폭발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천원 운동본부는 기만적인 산식을 박살내고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2023년 7월 3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천원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