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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그녀의 촉촉한 사랑법
글쓴이 : 유워레
수인은 새신부의 피부결을 체크하고 있다. 그리곤 눈쌀을 찌푸렸다.
스킨과 에센스만 바르고 오라고 안내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림을 잔뜩 바르고 온 신부로 인해 짜쯩이 밀려왔다.
정 에센스만 바르기 곤란하면 유분이 거의 없는 수분크림만 발라서 촉촉하게 하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그리고 번번히 신부들이 저지르는 실수인데 그 흔한 일에 짜증을 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다.
화장솜에 스킨을 발라 유분을 제거하면서 휴대폰 진동이 울림을 느꼈다.
"신부님, 죄송해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러세요."
급히 자리를 이동해 휴대폰을 확인했다.
다른 때라면 휴대폰을 껐겠지만 오늘은 그녀가 면접을 본 <르네브>에서 연락이 오기로 한 날이었다.
실망스럽게도 그건 룸메이트인 보라의 번호였다.
"응... 보라야"
-연락왔어?-
"아니, 안됐나봐"
-아... 어제 꿈 진짜 좋았다니까... 너 아주 똥더미에 빠져서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보라야, 나 지금 일하는 중이야."
-알았어. 이따 보자.-
"응..."
전화기를 끊고 다시 돌아온 수인은 신부 얼굴에 에센스를 살살 펴바르며 말했다.
"죄송해요."
"뭘요..."
"신부님, 피부가 좋으시네요."
"좋긴요. 그래도 마사지 받은 효과가 좀 있나?"
"네, 저희 샾 마사지 효과가 좋아요."
메이크업 베이스를 얇게 펴고 이미 화운데이션을 펴바르고 있다.
그녀의 까만 피부톤을 커버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단 약간의 보정만을 했다.
그녀의 프로페셔널한 손길에서 신부는 벌써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수인은 신부화장으로 꽤 유명했고 이 샾을 비롯해서 강남일대의 유명한 미용실로 출장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신부화장을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보라를 빼고 주변에서는 여러가지 말로 만류를 했다.
그렇지만 더이상 신부화장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좀 복잡해진다.
수인이가 나이가 조금 들어보이는 신부의 인상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 위해 눈썹을 짧게 그렸다.
눈화장은 흔희 핑크계열의 화장이 신부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지만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에 핑크보단 골드빛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렇다고 해도 신부화장이기에 청순해보여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왜 섹시한 글래머들도 죄다 청순한 신부 메이크업을 원하는 걸까?
수인은 전용 붓을 들어 정성껏 아이라인을 그려나간다.
눈이 큰 신부에 눈이 돋보이도록 새도우를 이용해 이미 라인을 정리했지만 이 아이라인으로 인해 눈의 표정이 결정된다.
얇은 아이라인을 그리고 속눈썹 사이사이를 잘 메운 후 길고 풍성한 인조속눈썹을 붙였다.
"신부님, 눈 한번 떠보시겠어요?"
붙인 위치를 확인하고 전체적인 눈의 표정을 살핀 후 만족스러운 수인은 다시 아이라이너를 손보기 위해 붓을 든다.
신부가 눈을 다시 감자 인조속눈썹 위로 다시 한번 라인 정리를 해준다.
"눈 뜨시고 위를 보세요."
아랫속눈썹에도 정성껏 마스카라를 칠해준다.
그리곤 그녀의 불분명한 입술선을 보정하며 약간 통통하고 귀여운 느낌의 입술로 만들어준다.
입술 안을 메우고 중심부에 립글로스로 광택을 살짝 준다.
"웃으세요."
볼터치를 두가지 색을 섞어 가볍게 해주고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을 손본다. T존을 마무리하고
수인은 신부의 의자를 거울이 보이도록 돌려주었다.
"신부님,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신부의 표정이 환해진다. 이제 나이들어보이고 조금 매서운 듯한 인상의 칙칙하던 신부는 어디에도 없다.
메이크업 박스에 펼쳤던 브러쉬들과 화장품들을 챙겨 넣으면서 수인이 눈짓을 하자 헤어담당이 다가온다.
"이 신부님 머리는 너무 부풀리지 말아요. 그럼, 수고하세요."
이렇게 헤어담당이 따로 있는 샾으로 오는 날은 편하다.
수인의 메이크업을 고집하는 신부들로 인해 가끔 앨범 촬영을 위한 메이크업을 촬영 스튜디오로 직접가서 하는 날이면
수인은 신부의 머리도 매만져줘야 해서 일이 많이 늦어진다.
그리고 신부의 옷이 변할 때마다 화장과 헤어를 손보아야하는데 행복하게 촬영을 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면
최근에 헤어진 남자친구로 인해 수인은 조금 힘이 들었다.
막 샾을 나서려는데 친한 헤어디자이너가 부른다.
"수인씨! 우리 단골 중에 수인씨한테 꼭 화장 받고 싶다는 신부가 있는데 어때?"
"날짜만 맞으면 가능은 한데 요즘은 좀 일이 많네요."
거짓말이다.
수인은 요즘 일은 최대한 줄여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하루 아침에 일을 놓을 수는 없어서 꼭 필요한 일만 맡아서 하고 있다.
수인은 지금 실연의 상처로 자신을 추스르며 일을 하는게 너무나 힘들다.
감정표현에 서툰 수인이라 남자친구에 불만을 샀지만 그녀의 실연을 잘 감출 수 있는 장점이 되어 버렸다.
"그러지 말고 스케줄 좀 봐봐. 정말 귀한 손님이야. 평일도 좋고 자기 날짜 맞춰서 촬영 날짜도 바꾸겠다더라고..."
"촬영? 웨딩촬영이예요?"
"응, 본식은 5월인데 4월 아무 때나 촬영날짜 잡으라고... 스튜디오랑 얘기 끝났다네..."
"그건 아닌데... 날짜까지 맞추신다면 할 수 없죠."
수첩을 꺼내든 수인은 4월 13일 금요일을 고른다.
그 날짜에 동그라미가 여러 개인 걸 보면 중요한 날일텐데 그날을 골라서 말하고 만약 그날이 된다면 괜찮다는 말을 남기도 나왔다.
메이크업 박스를 조수석에 내려놓고 자신의 차에 오른 수인은 4월 13일, 그 슬픈 날을 생각한다.
원래대로라면 그날 수인은 남자친구와 1000일을 기념해서 처음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날이었다.
한번 쯤은 꼭 가보고 싶던 몰디브행패키지를 예약하면서 그건 결혼 약속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넌 너무 딱딱해" "넌 너무 차갑고... 아니 너무 건조해... 무슨 여자가 잘 웃지도 않고..."란 말을 부쩍 자주 말하던
그가 군대를 다녀와 입사한 회사에서 너무 귀여운 여직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고백을 했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이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고 미안하단다.
3년을 넘게 사귀었지만 동갑인 그가 중간에 군대를 다녀왔고 복학을 해서는 취업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연애다운 연애를 이제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게 한 달전 그의 입사 소식과 함께 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신입사원이라 바쁘다는 그는 연애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나보다.
만난지 한 달만에 수인에게 이별을 고하게 하는 대단한 여자가 누구일지 궁금하다.
수인은 27살이된 지금 사귀었던 남자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대부분 보라가 소개해준 남자들이었는데 매번 끝날 때 수인이 듣는 말은 '너는 너무 건조해'였다.
'내가 무슨 건오징어라도 된단 말인가?'
어디가 어떻다고 건조하다는 건지 정확하게 딱 꼬집어 말해주고 돌아서면 고마울텐데 남자들은 번번히 더 이상 설명없이
그녀를 떠나갔다.
수인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위로 언니 3명이 있어서 집에 늘 여자 4명만 있었다.
그러다보니 남자란 동물을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6년을 빼면 그녀는 여중에 여고를 나왔고 대학교 진학은 포기한채 메이크업을 배웠다.
물론 메이크업을 배울 때도 유일한 남자 수강생 한명을 제외하곤 전부 여자였다.
온통 여자들 틈에서 지내던 수인에게는 정말 남자가 싫은게 아니라 어려운 존재였다.
도대체 언니들은 어떻게 남자를 그렇게 잘 사귀고 다들 결혼을 해서 자식까지 낳고 사는지 모르겠다.
남자엔 절대 관심이 없고 독신주의를 외치던 셋째언니는 대학교 졸업 전에 임신을 했고 결혼을 해서 지금 캐나다에 있다.
정말 수인만 아무것도 모르게 방치하고 언니들은 엄마 몰래 다 남자에 대한 학습을 했었던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언니들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끼는걸 보면 지금 수인은 정말 외롭다.
수인은 여자친구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냈고 보라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친구는 아니었지만
건조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절대 없었다.
신경질적으로 수인은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한다.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모르는 번호라 갸우뚱거리던 수인이 받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싸이렌이 울리면서 경찰차가 서란다.
'이런... 휴대폰 사용...'
"저기 제가 지금 휴대폰 사용 때문에 경찰분이 오셨거든요."
-그래요? 뭐 간단한 이야기니까 할게요. 여긴 르네부고 내일 면접보러 오전 11시까지 오세요.
못 오시면 지원포기로 생각합니다. 그럼...-
띠리리
휴대폰 연결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수인은 어이없는 표정이다.
'뭐, 면접을 보라는 거니까 나쁠건 없다. 그래도 어떻게 내 스케줄은 묻지도 않지?'
수인은 차에서 내려 다가온 경찰관을 보며 창문을 내린다.
보통 이런 경우 봐달라는 애원을 하는데 아무말 없이 운전면허증을 내미는 수인이 더 당황스러운 눈치이다.
보라가 집에 들어서자 수인이 축 쳐져서 소파에 늘어져 있다.
"야, 너 무슨 건어물녀 같다. 오징어처럼..."
"아... 건조오징어 얘기하지마! 난 세상에서 말린 음식이 제일 싫어!"
"미안... 너 근데 말린 음식 잘 먹잖아?"
"아냐! 절대 아냐! 나 이제 말린 음식 절대 절대 안 먹을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알어!"
수인이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자 보라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모르겠다.
수인이 지금 자신이 누구를 만나는지 안다면 어쩜 자신을 영원히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보라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그냥 남자친구도 많고 양다리를 걸쳐본 적 없지만 애인이 항상 있었던 보라는
애인인 재훈의 이빨에 낀 고춧가루로 정이 떨어지면서 결별 선언을 하고 그렇게 오래 혼자 일 줄 몰랐다.
단지 냉면집에서 비빔냉면이 먹고 싶어서 먹은게 무슨 잘못이라고 재훈이가 그렇게 싫어졌을까 싶다.
보라는 섹시 글래머에 출중한 미모로 남자친구가 되겠다는 이들이 늘 줄을 서 있었다.
보라가 단지 선택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 보라는 변덕도 심해서 별거 아닌 일에 애인을 차버렸다.
예를 들면 늘 마시던 라떼를 사가지고 온 애인에게 자신은 에스프레소가 먹고 싶었다면서 버럭 화를 내고 이제 끝내자고 말했다.
다른 여자들 같으면 한두번 튕기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보라는 정말 정이 떨어지면
그 남자와 한 공간에서 마주보는 것도 싫었고 보라의 최대 고민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냥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거기다가 수인이와 3년 가까이 사귀었던 그를 만났다.
늘 그냥 편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너의 변덕에 널 잃을까봐 고백 못했었어.
그런데 이젠 너에게 말하지 못하면 내 심장이 터질거 같다...'라며 고백을 해온 그에 말에 거절을 못했다.
아니 마치 그 말을 기다려 온 사람인것처럼 눈물이 흘렀고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말았다.
수인이 알면 자신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겠지만 몰래 그를 만난게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
수인이를 생각하면 그를 떠나야하고
또 그를 생각하면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르는 마음이 너무 아플거 같다.
그리고 친자매나 다름없는 수인이를 잃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보라는 처음으로 수인이에게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비밀을 품었다.
둘다 지방출신이라 대학 새내기던 보라와 메이크업을 배우기 위해 상경한 수인은 집을 구하기 위해 찾았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맺어준 인연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친구다.
결혼상담소에서 만나서 결혼하는 커플들이 있고 평생 잘 살아가는 것처럼 수인은 보라가 전에 만났던
어떤 친구보다 좋고 따뜻했으며 친언니처럼 보라의 응석을 받아주었다.
그런 수인을 잃는다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다.
수인은 침대 위를 마구 굴러다니고 있다.
수인은 옆에 놓인 보라의 침대를 쳐다보고 방금 전 보라에게 까칠하게 굴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안한 마음에 보라가 늘 탐내던 지갑을 살짝 보라 침대 위에 올려 놓는다.
지난 번 메이크업을 해준 사모님이 똑같은 게 있는데 선물로 들어왔다며 수인이에게 줬다.
수인이가 아는 브랜드인걸 보면 고가의 지갑이라 거절을 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메이크업을 잘 부탁한다며 거절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값비싼 메이크업 쿠폰을 3개월치나 선불로 끊고 가서 그 샾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최회장댁 사모님 마음을 수인이가 잡았다며 저 손님이 너무 까다로워
특별히 수인이가 나오지 않는 날 전화를 걸어서 불러냈다고 설명을 해줬다.
수인이가 해준 메이크업도 싫다고 한다면 아깝지만 다른 샾으로 넘기려고 했단다.
일단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줬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비싼지 보라에게 듣고는 기절을 할 뻔 했다.
'달란 소린 못해도 침을 질질 흘리던 보라가 저걸 보면 좋아 죽겠지?'
수인은 씨익 웃고 지난 일주일간 분해서 제대로 자지 못한 잠을 자려고 베개에 머리를 두었다.
그리고 다행히 잠이 들었다.
오전 11시 10분...
수인은 약속한 11시에서 단지 10분이 늦었다.
일주일 만의 단잠 때문에 늦게 나온 것도 있었고 이 앞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있어서인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지금 수인이에게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키는 180이 조금 넘어 보이고 정이라곤 붙어 있어본 적이 없을거 같은 싸가지 없는 표정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수인이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모니터만 보고 있다.
"사정이..."
"사정 필요 없구요. 전 약속 시간 어기는 사람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만 가보시죠. 제가 좀 바빠서..."
"이봐요!"
수인은 화가나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얇은 모니터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그가 화가난 표정으로 수인을 쳐다본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거잖아요! 어떻게 설명도 듣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오만한 눈빛과 태도에 수인은 기분이 나빠졌고 이렇게 화를 내는 자신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그래서 말끝을 흐렸는데 그는 눈을 떼지 않고 민망하게 수인이를 쳐다보고 있다.
"마저 말씀하세요. 지금 듣고 있습니다."
"늦은건 죄송합니다. 그 이유로 절 채용하지 않으시겠다니 아쉽군요.
르네브는 꼭 일해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4년 전에도 절 거절하더니 또 거절하시는군요.
그럼 시간을 빼앗아 죄송하고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수인은 그대로 뒤를 돌아 나갔다.
오만한 표정의 그가 이젠 궁금한 표정을 하고 수인을 바라보고 있다는건 모른체...
수인이 차에 오르자 급해서 놓고 내렸던 휴대폰이 울린다.
문자메세지가 들어왔다는 표시에 휴대폰을 여니 보라다. 곤하게 자고 있던 수인이를 차마 깨우지 못하고 갔나보다.
[지갑 고마워]
[맘에 들어?]
[그걸 말이라고]
[밥사]
[언제?]
[지금]
[점심?]
[안돼?]
[올거야? 난쪼아]
[그럼 간다]
역시 보라 밖에 없다.
보라 덕분에 오늘 일도 힘겹게 미루고 면접을 보러 온 수인은 보람을 느낀다.
보라와 그 재수없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불쾌한 기분을 떨쳐버려야겠다.
홧김에 조금 거칠게 후진을 했다.
쿵
살짝 박기는 했지만 뭘 박은 걸까?
차에서 내려서 보니 외제차다. 망했다.
고개를 들어 운전자를 보니 좀전에 봤던 그 재수없는 팀장이다. 이름이 뭐였는지도 모른다. 소개받은 적이 없으니까...
저 재수없는 사람과 대화를 또 해야하고 외제차 수리비는 도대체 얼마인지 몰라도
엄청난 금액을 써야할거란 생각에 수인은 정말 불쾌하다.
그가 차에서 내린다.
카키색 자켓에 청바지 그리고 하얀셔츠에 머플러 제법 멋진 옷차림이다.
저 오만하고 거만한 표정만 빼면 얼굴도 잘생겼다. 그런데 재수는 하나도 없다.
"어디 다치시지 않았나요?"
"그 정도에 다칠 몸은 아닙니다."
"네... 보험사에 금방 전화할게요."
수인의 말은 무시한 채 차를 살펴보던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한다.
"제가 급하게 나오다가 사고가 난건데 죄송하군요.
그쪽도 좀 급히 나온거 같은데 우리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하죠. 제가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그말을 남기고 그는 빠르게 후진을 한 후 수인의 차를 피해 휭하니 가버렸다.
분명 저 싸가지 없는 인간이 각자 처리하자고 했다. 아마 무척 바쁜 일이 있는 모양인데
그 일이 뭔지 몰라고 그 일을 만들어준 사람에게 감사할 뿐이다.
수인은 조금 찌그러지고 그의 차 페인트가 살짝 묻은 자신의 차를 보고 손으로 살살 문질러 본다.
조금 지워지는걸 보고 그냥 대충 닦아서 다니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차에 올랐다.
'역시... 싸가지 없고 재수없어... 다시 볼까 무섭다. 오라고 해도 안 온다!'
수인은 방금 전화로 약속한 대로 보라의 회사 1층에 있는 칼국수 집으로 들어섰다.
보라가 다가오자 수인은 손을 흔들어 맞이했다.
들어오다 건물에 르네브가 속해 있는 장성그룹마크가 달린 것을 보고 살짝 짜증이 났었지만 보라를 보자 기분이 좋다.
보라는 솔직하고 활달한 아이이고 언제나 수인을 즐겁게 해준다.
가끔 돌봐줘야 하는 동생 같은 기분도 들게하는데 위로 언니만 셋이던 수인은 그 기분이 싫지 않다.
"조금 늦었네?"
"응, 조금 막혔어."
"칼국수 먹을거지? 우리 파전도 하나 먹자!"
"그래"
칼국수를 앞에 놓고 파전을 뜯으면서 수인은 보라의 질문을 받았다.
"그럼 오늘 면접이었어? 말하지... 아침에 깨울걸..."
"괜찮아. 아주 재수가 제대로 없는 사람이 팀장이더라고...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할 마음 조금도 없거든."
"그래도... 르네브면 유명한 곳이고 너 거기 가고 싶어했잖아."
맞다. 수인은 우수한 성적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 과정을 마쳤고 해외파들 사이에서도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 커나갔다.
비록 고졸이라는 학력의 제약과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지금은 신부화장을 하지만
4년 전에는 유명 샾에 소속되어 연예인들의 메이크업과 헤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르네브에 지원을 했고 보기 좋게 떨어졌다.
르네브는 모델에이전시 그리고 연예기획사까지 겸하고 있었고 드물게 자체 스튜디오와 메이크업 팀을 갖고 있었다.
일반인들은 상대하지 않는 르네브 메이크업 팀은 업계의 드림팀으로 알려져 있었다.
르네브 소속의 연에인들과 일부 유명연예인들만 이용하는 샾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대기업 경영진의 부인들과 자녀들도 이용한다고 들었다.
아무튼 VVIP가 아니면 손길을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르네브에서 일을하게 되면 업계의 대접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신부화장을 그만두고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다.
수인의 지금 이혼한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엄마는 1년전부터 신장투석을 받고 계시고
빠듯한 살림의 언니들을 대신해서 수인은 그런 엄마의 병원비를 대고 있었다.
그래서 수인이는 돈이 필요했다.
칼국수를 먹으며 그 놈을 잘근 잘근 씹자니 기분이 좋다.
오늘따라 말 많은 보라가 자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수인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니 감격스럽다.
조금 과장을 해서 그 거만한 자식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잘게 토막을 냈으니 그만 잊어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때 수인과 보라가 먹던 테이블 옆 방에서 누군가가 나온다.
다른 사람에게 별 관심이 없는 수인인지라 그냥 하던 이야기를 했다.
약간의 국수조각과 국물을 튀겨가면서 칼국수를 입에 넣고 있었다.
"10분 늦은 이야기는 왜 빼요?"
컥...
"제가 언제 '너 따윈 필요 없다'고 말했어요?"
수인이 입에 물고 있던 칼국수를 그릇에 뱉어내자 더럽다는 표정이 된 그 남자가 눈앞에 서있다.
그리곤 수인의 빈 컵에 물을 따라준다. 보라에게 예의 바른 목인사까지 하고 나간다.
"저 사람이야? 잘생겼는데?"
보라와 수인은 보지 못했지만 잘생겼다는 말에 살짝 미소를 머금은 그는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일행에게 다가가 식사 후의 일반적인 인사를 깍듯이 올리고 건물 안으로 통하는 문으로 나가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낸 후 일반 손님이 이용하는 문을 통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르네브가 장성그룹이지?"
수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저 사람들 여기 5층 장성출판 사람들일건데... 우리가 6층이라서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보거든...
야, 잘생겼네 뭐... 쭈꾸미처럼 생겼다며?"
수인은 말없이 방금 뱉었던 칼국수를 다시 젓가락에 걸고 입으로 넣는다.
'다신 보지 말자. 아... 재수없어...'
보라와 인사를 하고 보라는 아까 그남자의 일행들이 이용했던 문으로 나갔고 수인은 그 남자가 나갔던 문을 통해 나왔다.
'빵빵'
작은 경적 소리에 돌아보니 그 남자다.
수인은 무시하고 그냥 차에 오른다.
그리고 시동을 켜니 시동이 켜지지 않는다. 얼마전부터 시동도 잘 걸리지 않던 수인의 차가 드디어 맛이 간 모양이다.
이번엔 진짜 보험사에 전화를 해야겠다.
오후 2시엔 수인이 오전에 미룬 메이크업 예약이 있고 그 사모님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는 그 분이다.
'어쩌지?'
경적 소리도 못 들은건지 무시하는건지 수인이 차에 오르자 그 남자가 내려서 수인에게 다가왔다.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수인은 창문을 내리려고 하지만 창문이 내려갈 리가 없다.
수인은 할 수 없이 막 보험사 연락처를 검색하던 손을 멈추고 차에서 내렸다.
"방전된거예요."
"네?"
"제가 막 나왔을 때 라이트가 나가던데요."
"네?"
수인이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들여다 보니 정말 라이트가 켜짐에 놓여있다.
"네..."
수인은 그냥 휴대폰에서 보험사를 검색해서 전화를 건다.
'이 인간은 왜 안가?"
"꼬꼬다이렉트죠? 여기 은마사거리 장성빌딩 앞인데요. 제 차가 방전이 되어서요. 2시오?
안되는데 바로 좀 안될까요? 그래요? 할 수 없죠... 택시 탈게요. 여기 칼국수 집에 열쇠 맡길게요. 부탁드려요."
전화를 끊고 돌아보니 그 남자가 아직 서있다.
'뭐 고소하다는거야?'
"왜 안가세요?"
"급한 일 있나 본데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
"됐어요."
"그러세요."
그남자는 쿨하게 돌아서서 막 걸려온 휴대폰을 받는다. 그 전화가 꽤 길어진다.
수인이 택시를 잡기 위해 10여분을 손을 들고 서있는 내내 이어졌으니까... 이러다간 약속에 늦겠다.
자주는 오는데 택시마다 손님이 타고 있고 수인은 점점 초조해진다. 수인 앞에 그 남자의 외제차가 선다.
"타요. 급해보이는데..."
"그럼..."
"어디가요?"
"지인이라고... 그러니까 서초역에서 내려주시면 되거든요."
"지인? 거기 알아요."
"왜 출발 안해요?"
"안전벨트 하셔야죠."
'아 짜증나... 왜 자꾸 이 사람 앞에서 실수를 하지."
수인은 안전벨트를 신경질적으로 맸다. 차가 출발했고 수인은 지인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그 남자 덕분에 20분 전에 도착했다.
"고마워요."
수인이 차에서 내리며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그 남자는 유리문을 내린다.
"이진욱이예요."
"네?"
"전 이진욱이라고요."
"네..."
"잘가요, 차수인씨!"
진욱은 차를 몰고 멀어져갔다. 수인은 거만하고 오만하면서 기억력도 아주 좋은 진욱이라고 생각하면서 지인으로 들어섰다.
이력서도 제대로 훝어보지 않았을텐데 자신의 이름을 기억했으니까...
진욱 덕분에 무사히 오후 일과를 끝냈다. 수인은 최근에 일을 줄였기 때문에 그날 일정이 더 이상 없었다.
이모에게 보내드릴 돈은 당분간 걱정이 없을만큼 수인은 돈을 모아뒀다. 이참에 그냥 여행이나 갈까란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니 바다를 본지가 꽤 된거 같다. 주말에 보라가 워크샵을 간다니까 수인이는 혼자 바다를 보러 갈 생각이다.
주말은 그렇다치고 보라가 오지 전에 집에 들어가서 3시간을 혼자 죽칠 마음이 없다.
오진태 그자식이 생각나서 또 수인이는 우울해질게 분명하다.
'이미 우울해졌어. 차를 찾아서 영화라도 봐야겠다.'
수인은 칼국수 집에 가서 자신의 차를 찾았다. 네비게이션에 가까운 영화관이 있나 검색을 하기로 했다.
유명한 영화관 체인점은 두어번 누르자 하나가 떴다. 10분만 가면 나올 곳이다.
수인은 그 영화관에 주차를 하고 영화예매를 하러 갔다. 볼만한 영화는 <제인의 봄날>이라는 것 뿐이다.
수인은 30분이 넘게 남았지만 그 영화를 보기로 하고 표를 샀다. 그리고 팝콘과 음료수를 사기 위해 스넥코너로 이동했다.
그녀가 그 두가지를 사고 돌아섰을 때 눈 앞에 진욱이 서있었다.
"하루에 세 번이나 마주치다니 참 신기하네. 아니다. 추돌사고까지 생각하면 네 번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수인에게 진욱도 이런 곳에서 만나서 반갑다는 표정이다.
예의 거만하고 오만한 표정이 사라진 그의 모습은 훨씬 잘생겨 보였다.
"여긴 어쩐 일이죠?"
"시간이 남아서요, 그러는 그쪽은 근무하실 시간 아닌가요?"
"거래처에서 바로 퇴근!"
"아, 네..."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수인이 이동을 해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2인용 자리에 앉는다.
맞은편에 진욱이 앉자 수인은 '뭐 볼일 남았던가요?'란 표정을 지었다.
"자리가 없네요. 전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요."
주위를 둘러보니 수인의 자리 외에는 모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저쪽에 4인용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있는 남자가 있지만 저리로 옮기라는 말을 차마 할 순 없었다.
"네..."
"그쪽 아니고 이진욱이예요."
"네?"
"제 이름이요, 이진욱이라고요."
"네..."
수인이 별 관심 없다는 듯 팝콘을 입에 넣는다. 그래도 진욱은 싱글벙글이다.
사무실에서부터 4번째 본 진욱이 오만함을 걷어내고 저렇게 웃고 있으니 사람 좋아 보이는게 신기했다.
말없이 팝콘을 먹으며 그냥 앉아 있던 수인이 고개를 들자 전광판에 수인이 봐야할 영화의 입장이 시작되었다는 안내문구가 지나간다.
수인이 일어나자 진욱이 따라 일어선다.
"누구 만나실거 아니예요?"
"아뇨, 저도 시간이 남아서 영화 하나 보고 가려고요."
"네... 그러세요. 그럼.."
인사를 하고 수인이 자신의 팝콘과 음료수를 챙겨 표를 검사하는 직원에게 다가간다.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있는 두 손으로 어깨에 멘 핸드백에서 표를 꺼낼 수 없는 수인은 직원에게
음료수를 들어달라고 할 요량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진욱이 그걸 받아 들었다. 그리고 팝콘도 가져갔다.
진욱을 한번 쓱 쳐다본 수인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핸드백에서 표를 찾아 보여주고 다시 두가지를 받아들고 들어갔다.
수인은 좌석배치도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극장에 맨 뒤에 앉으니 주변에 아무도 없다. 그런데 누군가 그녀 옆으로 앉았다.
쳐다보니 진욱이다.
"왜요?"
"제자린데요."
"네?"
"여기가 제자리라서 앉았다구요."
"네?"
"봐요."
"그러네요."
제인이라는 고아소녀가 힘들게 가수로 성공하는 내용을 보면서 수인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리고 그걸 재미있게 보고 있는 진욱이 좀 짜증났지만 멈출 수 없는 눈물에 이젠 콧물까지 흐르려고 한다.
핸드백을 열심히 뒤져보아도 손수건은 커녕 휴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때 진욱이 손수건을 건넨다. 수인은 그 손수건을 잠깐 바라보고 말한다.
"빨아다 드릴게요."
흥! 코를 질건하게 손수건에 묻히고 나니 시원하다.
만약 진태 앞이었다면 눈물이 흘러서 화장이 얼룩질까봐 어떻게든 울음을 참았을 수인이고
진태라면 절대 그 앞에서 코를 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는 이진욱이다.
손수건을 빌려주어서 꽤 쓸만한 남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다보고 나오는 수인에게 진욱이 말을 붙인다.
"밥 같이 먹을래요?"
"네?"
"오늘 제 생일인데 부모님이 모두 멀리 계셔서요.
친구 놈들 전화 했더니 다들 야근하거나 집에 부인 기다린다고 곤란하다네요."
"아... 그래서 혼자 영화 보셨구나.
뭐... 저도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같이 자취하는 친구 없으면 혼자 밥 먹고 그래요.
그래도 생일은 혼자 보낸 적 없는데... 그러줘, 뭐..."
'차도 미안하고 태워준 것도 고맙고 사실 혼자보기 좀 그랬던 영화도 함께 봐줬는데 밥 한끼 먹어주는게 뭐 대수랴...'
그가 데리고 간 곳은 유명한 호텔이었다. 양식당으로 향하는 그에게 수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한다.
"저기요... 여긴... 너무 바쌀거 같은데..."
"전 원래 생일날 꼭 여기서 밥 먹어요."
"네..."
테이블에 마주 앉자 진욱이 주문한 이름 모를 요리들을 자꾸 가져다 준다.
그가 시켰던게 수인이가 유일하게 먹어본 뭔가 줄줄이 나오는 중국집 코스 요리 같은 거였나보다.
생각보다 맛도 좋다.
이렇게 예쁜 테이블에 앉아서 진욱이 따라준 와인을 마시자니 진태에게 받고 싶었던
1000일 기념 이벤트가 이런게 아니었던가란 생각이 든다.
'에이... 재수없게... 오진태 생각으로 이 비싼 음식 맛 떨어질라...'
수인은 보나마나 비쌀 이 음식이 아까워 모두 먹겠다는 일념으로 남김 없이 접시를 비워나갔다.
깡마르고 가슴도 절벽인 그녀가 먹은 음식은 다 어디로 들어가는 걸까란 생각을 하며 진욱은 미소를 짓는다.
와인 때문인지 진욱이 참 잘생겨 보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수인은 생각했다.
'이 와인 생각보다 독한가 보네. 그만 마셔야겠다.'
진욱이 빈 그녀의 잔을 채워도 그녀는 더 이상 와인을 입에 대지 않고 물잔 만을 들었다.
"제가 어떻게 할거 같아요?"
"네?"
"여기가 호텔 안이고 하니 그 와인 다 마시면..."
"무슨 소리를... 그냥 차도 있고 해서..."
"어차피 음주운전이라 운전하면 안되죠. 제가 대리 불러서 모셔다 드릴게요.
차도 수인씨도... 생일날 같이 있어줬는데 그정도는 해야죠."
'하긴... 생일날 혼자 밥 먹지 않게 해준게 어디야...'
"그러니까 그냥 마셔요."
'에잇... 니가 자꾸 잘생겨 보여서 그랬다... 알았다... 마신다, 마셔!'
수인이 와인을 다시 홀짝 거린다.
달달하고 상큼한 맛이 와인 맛을 잘 모르는 수인이지만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와인을 사서 보라와 마셔봐야겠다.
기왕 이렇게 된거 거걸 가져갈 수도 없고 다 마시고 가자는 마음에 수인은 진욱이 한 잔 마셨을 뿐이고 남은 와인을 죄다 마셨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진욱과 나눈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술도 취한거 같은데 잠시 산책을 하자는 진욱의 말에 호텔 밖으로 나오던 수인은 살짝 비틀거렸다.
그리고 진욱은 비틀거리는 수인의 팔을 잡아줬다.
잠시 그가 잡아줬지만 찌릿한 기분을 느낀 수인은 와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뭐... 생일날 함께 있어준건 자신이지만 그래도 그냥 집에 들어가면 우울했을 자신에게 이렇게 좋은 저녁을 먹어주고
요즘 바쁜 보라로 대화상대가 없었던 자신과 대화도 해주고 했으니 진욱이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수인이 답지 않게 진욱의 뺨에 쪽 입을 맞춰주었다.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뺨에 입을 맞춘 수인이 떨어지지 못하게 꽉 끌어안은 진욱은 수인을 잡아 시험하듯 입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수인은 그와의 키스가 달콤하단 생각이 들었고 오늘 만난 남자와의 키스라니 어이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너무 기분이 좋다.
순간적인 충동에 입을 맞춘 자신을 밀칠거라고 생각했던 수인이 목에 손까지 두르자 진욱은
수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좀더 깊은 키스를 했다.
어쩜 그녀가 자신을 바람둥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하면서...
"저기요, 저 원래 이런 여자 아니거든요."
수인이 떨어지면서 말한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 그녀가 그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족하다.
방금 키스로 바들바들 떨고 있고 당황한 저 표정으로 이미 알고 있으니까..
.
"저도 원래 이런 남자 아니예요."
"네? 네..."
"저 말할 거 있는데... 생일이니까 다 용서해줄래요?"
"뭐... 밥도 맛난거 사줬고... 차도 태워줬고... 차 긁힌 것도 봐줬고.... 그러죠, 뭐..."
"저 그 영화 두 번 봤어요. 제 여동생하고 막 보고 나오던 길이었어요.
근데 수인씨가 표를 사고 나오길래 가서 방금 여자분 옆자리 달라고 했어요."
"네?"
"용서해 줄래요?"
"음... 그러죠... 뭐..."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뭐요?"
"저 오늘 생일 아니예요."
수인은 진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루 동안의 이 만남이 앞으로 어떤 날들을 그녀에게 가져다 줄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수인을 바라보는 진욱의 미소처럼...
첫댓글 꺄ㅑ쩐다쩔어>_<진짜 잘쓰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쓰시는건가요??못보던분이신거 같아요ㅎㅎㅎㅎ
이거 연재 되는거에여?.. 난 그 친구하고 의 관계가 더 궁금해..ㅋㅋ과연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가 자기하고 깨졌던 남자친구랑 사귀고 있따..ㅋㅋ 볼만한 전개인데
어랏..;;;; 다시새로올리셧나요???? 당황 당황 그전에올린거에 댓글을 올렸는데 사라졌다는;;;; 다시쓸까;;;;ㅋㅋㅋㅋ 좋은 소설입니다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참고로 정말 잘쓰시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아고 너무 상큼해요 내용이 ㅋㅋㅋㅋㅋ진욱이 속셈이 머죠?! ㅋㅋ
옹왕~~~진욱이 너무 매력남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