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daum.net/soo_k_baek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고 미즈쿡에 첫 레시피를 올린 것이
지난 5월 12일, 그러니까 약 4주 전쯤이었을거다.
항상 공부하고 일만 하는 일상이 너무도 단조롭게 느껴져
무언가 조금이라도 새로운 패턴을 그려 넣어주고 싶었다.
여러 친구들에게 취미를 물었지만 그닥 어필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항상 기숙사에서 밀가루만 먹는 수능생 동생을 먹이려고
소고기무우국을 끓이고 어묵을 볶고 계란말이를 만들었는대,
찌야가 너무 잘 먹더라. 고봉밥을 퍼 줬는데 군말없이...
그래서 어설프게나마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생소하고 신기해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고 싶어서 블로그를 개설했고,
예상외로 재미가 있더라.
그리고 3주가 지났다.
백똥백변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열심히다.
왕비님이 그러시더라, 우리 큰딸은 평소 성격대로 요리도 자로 재가면서 하느냐고...
고백하건데, 거의 그런 수준이다.
야채를 써는 것도 각도기로 재 봤으면 좋겠다. ㅋㅋ
게다가 생각의 연속이다. 이걸 넣으면 어떨까 저걸 넣으면 어떨까?
성격이 팔자야 -
찌야가 그랬다. 아주 명언이다.
샤브샤브를 해 먹고 남은 칼국수가 보이더라.
재료를 주섬주섬 모아보니 파와 바지락이 없더라.
나가기는 너무 귀찮고 밥을 새로 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걔네들은 생략해 주기로 했다.
육수에 좀 더 신경을 쓰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칼국수를 집어 들었다.
결과는?
맛있더이다.
자, 그럼 재료 소개를 하자면,
☆오늘의 재료☆
호박, 감자, 칼국수면, 다진마늘, 양파, 파, 청양고추, 육수(표고버섯, 무우, 고추,멸치,양파, 다시마),
양념(된장, 고추장, 진간장, 국간장)
(백똥백변은 계량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푼과 티스푼이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저로, 평평하게 뜬 양이 아닌 산 처럼 듬뿍 뜬 양이다. )
1) 육수를 준비한다.
라면 3개 분량의 물을 넣고
표고버섯 한주먹, 양파 1/2개, 고추 1개,
멸치가루 한봉(또는 한 주먹), 무우 1/4토막, 다시마를
넣어주고 처음에는 강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중불에서
지그시 20-30분 동안 끓여준다.
백똥백변은 보통 2-3cm정도가 줄어들 때까지 끓여낸다.
2) 재료들을 손질한다.
냉장고에 있는 것들은 다 꺼냈다.
마침 호박이 있길래 1/2정도를 양파 1/4개와 채썰어 주고
감자는 아주 작은 알로 5개를 큼직하게 썰고,
마늘 3톨은 다져주었다.
그리고 칼칼한 맛을 위해 작은 청양고추 3개를 준비했다.
3) 칼국수는 밀가루를 털어낸다.
밀가루가 너무 많이 붙어 있더라.
후에 국물이 너무 텁텁해 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밀가루는 탈탈 털어주었다.
4) 된장을 풀어 준다.
육수를 내는 데 쓰인 재료들은 모두 건져내고
된장은 4스푼 풀어 주자.
이렇게 채에 바쳐서 맑은 국을 내자.
5) 그리고 고추장을 1스푼 풀어준다.
깜빡하고 사진을 못 찍었다. 에이-
6)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백똥백변은 마늘 3톨 다졌더니
딱 한스푼 나오더라.
7) 국물을 좀 끓이다가
감자를 넣어준다.
8) 양파를 넣어준다.
9) 칼국수를 익힌다.
백똥백변은 칼국수를 일단 따로 다른 냄비에서 끓인다.
그렇지 않으면,
국물이 너무 졸아들어 죽처럼 되버리기 때문이다.
칼국수는 어느 정도 진득해야 제 맛이지만, 멍멍이 죽처럼 보이는 건 싫다.
약 5분간 끓였다.
10) 다시 원래 국으로 돌아와서
호박을 넣어준다.
11) 간을 맞춰준다.
나중에 칼국수를 넣으면 국물이 적어질 것을 고려하고
백똥백변은 진간장 1 스푼과 국간장 1 스푼을 넣어줬다.
여기에 고춧가루도 1 스푼-1 스푼 반정도 넣어주면
더욱 칼칼하고 좋다.
백똥백변은 오늘 생략했다.
12) 칼국수를 건져 빠르게 찬 물에 대충 헹궈준다.
냉면을 먹는 것이 아니니 차가워 질 때까지 헹구는 것이 아니라, 면의 쫄깃함을 살리기 위해서 적당히 헹궈주면 된다.
13)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넣어 국물에 칼칼함을 더해준다.
14) 칼국수를 넣고 10분정도 더 끓여준다.
백똥백변은 먹어보고 익었을 때까지 시간을 재어보니
12분 정도가 걸렸더라. 따로 익힌 시간이 5분정도 였으니
총 17분 정도가 걸렸다.
아, 배고프다 -
바지락을 넣었다면
국물이 훨씬 더 시원했겠지만
된장과 청양고추를 넣어 끓인 국도
얼큰하고 칼칼하니 좋았다.
시간도 고작 15-20분정도.
백똥백변은 속도가 느리니
손빠른 분들은 덜 걸릴 지도 모르겠다.
김치랑 먹으니까 좋더라.
오늘은 요가 배우러 가는 날.
그런데 하루 종일 여우비가 내린다.
정말이지 하루이틀도 아니고
영국 날씨는 좋아 해 줄래야 그럴 수가 없다.
비오는 날이 운치있고 좋다며
가끔 우산없이 길을 걷는 백똥백변의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런던이 체질이라더니,
비가 시도때도 없이 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
이해 절대 불가 입니다요.
아, 보고싶다, 우리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