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핀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이요~”; 여창 가곡 편삭대엽의 구절이다.
대부분이 편“수”대엽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편“삭”대엽이라 읽는다.
빠른 곡이라서 “빠를 삭”인데, 어찌 “숫자를 세는 수”로 읽느냔 말이다.
(“삭대”엽은 “수”대엽으로 부르지 않는 이중성이 참으로 이상하다)
많은 이들이 (틀리게) 불러주니까 그렇게 쓰는 게 옳다면,
많은 이들이 틀리게 쓰는 단어인 풍비박산(o)은 풍지박산(x)으로,
이점(o)은 잇점(x)으로, 얻다대고(o)를 어따대고(x)로 써야 옳지 않겠는가?
기존의 국악 악보의 해설을 보면 오자가 난무하여 국악인이라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지금 국악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전통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모란(牡丹); 한자로는 목단이지만 모란이라고 읽는 건 맞춤법에 맞다.
목의 속음은 “모”, 단의 속음은 “란”이기 때문이다(이런 건 몰라도 된다).
우리나라 역사서에서 제일 비중이 크고 오래된 <삼국사기> 등에 이르기를 :
당나라에서 모란 씨와 함께 모란꽃 그림을 같이 보내왔는데
선덕여왕이 이를 보고 그림에 나비가 그려지지 않았으니 향기가 없으리라.
- 라고 예언했는데, 과연 향기가 없었으니, 선덕의 총명함이 이러하더라.
정말 모란에 향기가 없고, 향기가 없어서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가?
세상에 이런 해괴한 역사서가 있다니, 김부식의 무지런가?
모란이 핀다, 가까이 가보시라, 굳이 코는 대지 않아도 된다.
약간 진한 맑은 향이 주위를 감싸며 행복해질 것이다.
벌과 나비가 꽃 속을 얼마나 들고 나는지도 볼 일이다.
모란 그림에는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게 원칙이며 예의이다.
그대는 까닭을 몰라도 된다, 그러나 김부식은 알아야 했다.
이런 그릇된 문장으로 천년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선덕여왕을 바보로 만든, 김부식의 후예가 아직도 한국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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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진정한 전통이란 무엇인가?
처절하게 과거와 투쟁하여 이겨내어 남은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제되지 않은 많은 전통이 횡행하고 있다.
전통은 이어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롭게 재창조해야 살아남는 것이다.
(죽은 전통 혹은 박제된 전통은 국악원이라는 박물관으로서 충분하다)
가장 오래된 전통은 아마도 정읍(수제천)이겠지만
이도 백제, 고려, 조선을 거쳐 재창조된 결과물이다.
당악풍의 음계로 지어진(절대 중국음악이 아닌 향악이다)
<정동방곡>은 고려의 <서경별곡>을 변조한 곡이며
<유황곡>은 고려의 <풍입송>을 변형시킨 곡이니,
뜻 있는 국악의 선각자가 나타나
‘신 서경별곡’과 ‘신 풍입송’을 재창조하기를 염원한다.
조선을 지나 고려를 넘어 백제와 고구려의 음악을 찾아 재창조하기를 바란다.
반도에서의 기록은 절멸했을 터이니, 고구려와 백제의 후예가 남긴 사라진 기록;
어둑한 창고에서 천년의 한으로 누워 있을 우리의 곡을 찾아
고구려와 백제의 문화를 이식한 후예의 나라,
일본의 박물관을 뒤져볼 일이다.
모란이 핀다, 비교적 짙은 향.
향 없는 모란의 전통은 버리고
나비 날아드는 모란을 키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