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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말아라!]
석파천은 태연히 말했다.
[어머니, 이미 응락한 걸요.]
그리고 두 손을 뻗쳐 한 손에 하나씩을 받았다. 이어 그는 석청에게
다시 말했다.
[아버지……아니 석 장주님……께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
청관을 대신하여 협객도로 가시려고 한 점 제가 본받은 것입니다…
…]
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진정 의협심이 강한 호걸이야. 역시 우리가 결의형제를 맺은
것은 헛되지 않았네.]
그리고 그는 정색하고 다시 말했다.
[한 가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협객도에서는 자네를 다른 사람과 똑같
이 취급하고 특별히 봐 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하네.]
[그거야 물론이지요.]
[여기 또 관동의 범, 풍, 여 세 분 대협을 초청하는 동패가 있는데
세 분은 받겠소? 안받으시겠소?]
범일비는 고삼 낭자를 한 번 쳐다보았다가 대답을 했다.
[협객도에서 그렇게 우리들을 높이 사시니 이 범가가 어찌 사양 할
수 있겠소이까?]
그는 같이 온 고삼 낭자까지도 이미 받았는데 자기만 몸을 도사릴
수 없다는 뜻에서 그와 같이 말했다.
……계속……
[김용]협객행 3권 51편2/2 참된 방주 02/08 02:28 291 line
제 목: 天龍八部 제 2부 ,玄鐵令
원 제: 俠客行
지은이: 金 庸
옮긴이: 朴永昌
타이핑: 洪春植(paradian)
차 례: 제 3권 51. 참된 방주 2/2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사로부터 두 쪽의 동패를 받았다.
그러자 풍량 역시 껄껄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하하하! 동짓날까지는 대략 두 달쯤 남았는데 설사 그때 가서 반드
시 죽는다 하더라도 한두 달 정도는 더 살 수 있겠군.]
그리고 그는 즉시 여정평과 동패를 받았다.
장삼과 이사는 포권의 예를 했다.
[여러분들이 응해주신데 대해 먼저 사의를 표하는 바이외다.]
그리고 그들은 석파천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형제, 우리들은 또 먼 길을 가야 하니까 오늘은 함께 술을 마실 수
없네. 유감이지만 이해하게.]
석파천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석 잔의 술쯤 마시는 것은 상관이 없지요. 두 분 형님께서 가지고
다니던 술호로는 어떻게 됐나요?]
장삼은 웃으며 대답했다.
[버렸네, 버렸어! 그와 같은 술을 조합하려면 그야말로 무척 힘이
든다네. 두 개의 빈 호로를 들고 다니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좋
아, 둘째, 우리 형제 세 사람이서 석 잔의 술을 마시도록 하세.]
그러자 장락방의 방도들이 술을 따라서 올렸다.
장삼과 이사 그리고 석파천은 서로 마주보면서 석 잔의 술을 세 차
례에 걸쳐 다 비우게 되었다.
석청은 그들이 술을 다 마시자 한 걸음 다가서며 낭랑한 어조로 입
을 열었다.
[불초는 석청이라 하며 현소장의 장주의 몸인데 안사람과 더불어 협
객도로 가서 한 그릇의 동지 팥죽을 먹었으면 하오이다.]
장삼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
(삼십여 년간 무림에서는 협객도라는 이름만 듣고도 모두가 간담이
서늘해져서는 꽁무니를 빼는데 오늘은 놀랍게도 스스로 가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정말 희한한 일이로군.)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정중히 입을 열었다.
[석 장주, 석 부인. 이번에야말로 정말 미안하게 되었구료. 두 분은
상청관의 제자이고 따로이 문파를 세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만
큼은 좀처럼 그 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겠소이다. 양 노영웅과 다른
몇 분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때 백만검이 불쑥 입을 열고 물었다.
[두 분은 멀리 가신다고 했는데……혹시 능소성으로 가시는 길이 아
니신지요.]
장삼은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맞았소. 우리들은 바로 영존이신 백 노영웅을 찾아뵈러 가는 길이
오.]
백만검은 대번에 안색이 변하여 성큼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뿐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겨우 고
개를 끄덕였다.
[좋소.]
장삼은 웃으며 말했다.
[백 영웅이 빨리 돌아간다면 우리들은 능소성에서 다시 뵙게 될 것
도 같구려.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그리고 그들 두 사람은 문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고삼 낭자는 그들의 등에 대고 욕을 했다.
[후레자식같으니. 이까짓 것이 뭐야!]
그리고 왼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휙 하는 소리와 더불어 네
자루의 비도가 두 사람의 등심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물론 그녀는 자기의 비도로서는 협객도의 두 사자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끓어오르는 분
노를 좀처럼 풀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몇 자루의 비도나마 날려서 울분
을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네 자루의 비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등뒤로 날아들고 있
었으나 두 사람은 여전히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그와 같은 광경을 보고 있던 석파천은 참을 수 없어 부르짖
었다.
[두 분 형님은 조심하십시오!]
그러자 갑자기 휙 하는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몸을 날려
서 바깥으로 달려나가는데 그 재빠름과 민첩함은 그야말로 형용하기
가 어려웠다.
그러니까 뭇 사람들이 눈앞이 번쩍하고 느껴지게 되었을 적에 네 자
루의 비도는 팍팍 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문밖의 조벽(照壁)에 박
히고 장삼과 이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비도는 손으로 내던지는 암기였지만 두 사람의 경신법은 놀랍게도
암기보다 더욱더 빨랐던 것이었다.
군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안색이 변했고 모두들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 표정들 짓고 있었다.
고삼 낭자는 그래도 욕지거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후레자식같으니라구……]
그러나 그녀는 가슴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놀라움에 겨우 후레자식
이란 넉 자의 말을 뱉아냈을 뿐 그 다음을 잇지 못하고 말았다.
마침 이때 석중옥은 정당의 손을 잡고 정히 천천히 문쪽으로 나아가
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는 물론 뭇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이대로
문밖을 향해 뺑소니를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고삼 낭자가 네 자루의 비도를 두 사자에게 던지는
바람에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문가로 옮겨지게 되어 그가 정
당과 더불어 뺑소니를 치려고 한다는 사실을 포착하게 되었다.
백만검은 날카롭게 외쳤다.
[네 녀석은 게 서라!]
그리고 그는 석청을 향해 말했다.
[석 장주, 그대의 한마디를 듣고 싶소.]
석청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석가가 저와 같은 아들을 두었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백
사형, 우리 부부가 저 애를 데리고 능소성으로 가겠소. 그리고 백부
님에게 사죄를 올리겠소.]
백만검과 설산파의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가짜 아들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 부부가 막상 아들이 나타나자 순순히 능소성으로 데려가겠다고
응락하는데는 무슨 딴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었던 것이다.
민유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마침 석청 역시 민유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상대방의 안색이 처연한 것을 보고 안쓰러워 시선
을 옮기고 말았다.
그들 부부는 똑같이 자기네의 아들이 큰그릇이 못 되는구나 하고 한
탄했다.
(장락방의 방주가 되겠다고 응락하고 큰 난이 들어닥치자 자라처럼
목을 움츠리고 꽁무니를 빼다니, 아!)
며칠 석파천과 같이 있어 보았지만 큰 병을 앓고 난 뒤인지라 기억
력이 좋지 않았고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유치하고 가소로울 정
도였다. 그러나 석파천은 어질고 착한 가운데 의연한 기개가 엿보였
다.
두 부부는 그러한 석파천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민유는 더욱 예닐
곱 살때 자기에게 의지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흐뭇하기 이를 데
없이 기뻐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새로 나타난 석중옥이 자기의 아들이란 것이 명백
해졌고 한 번 약속한 바를 저버린 비겁자임이 드러나게 되자 너무나
커다란 실망을 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유는 그래도 자기의 아들인데 하는 생각에 석중옥을 손짓
하여 불렀다.
[얘야, 이리 오너라.]
석중옥은 그녀 앞으로 다가서며 웃어 보였다.
[어머니, 이 몇 년 간 어머니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갈수록 아름다워지는군요. 누가 보면 불초의 누님이
라고 생각하지 어머니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민유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나 속으로 여간 씁쓸하지 않았다.
(이 애는 여태까지 배운 것이 그저 침도 바르지 않고 비위를 맞추는
재주밖에 없구나!)
석중옥은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 몇 년 전 한 쌍의 벽옥(碧玉)으로 된 팔찌를 구하게 되었
습니다. 언젠가는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친히 어머니의 팔목에 끼여
드리려고 몸에 지니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노란색 비단 보따리를 꺼내더니 풀어 헤쳤
다. 한 쌍의 벽옥으로 된 팔찌와 한 송이 보석이 박힌 주화(珠花)를
꺼냈다.
그는 민유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팔찌를 팔목에 채워주었다.
민유는 본래 장식품을 좋아했다. 더군다나 옥으로 만들어진 이 팔찌
는 윤이 나고 고운 것이 마음에 들었고 또한 아들의 효성심을 생각하
게 되니 그만 노기도 사그러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가는 곳마다 계집애를 건드리는 버릇이 있기
때문에 몸에 항상 진귀한 보석들과 장식품들을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
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보석과 장식품들은 계집애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준비된 것들이었다.
석중옥은 이때 몸을 돌리고 주화를 정당의 머리카락 위에 꽂아주며
나직이 웃었다.
[이 한송이의 주화는 지금보다 열 배는 더 고와야만이 쟁그랑땡의
꽃과 같이 아름다운 용모에 어울릴 수 있지만 지금은 별 수 없으니
이것이라도 꽂도록 하구료.]
정당은 크게 기뻐서 나직이 말했다.
[천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언제나 말솜씨가 그렇게 뛰어나군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머리카락 위의 주화를 쓰다듬으며 석중옥을 곁
눈질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쁜 빛으로 넘쳐흘렀다.
이때 패해석은 기침을 하여 뭇 사람의 시선을 모은 후 입을 열었다.
[양 노영웅과 석 장주 부부 그리고 관동 사대문파의 여러 영웅들께
서 이렇게 왕림하신 가운데 여러가지 오해도 이제 풀리게 되었으니
다시 자리에 앉아 주연을 즐겨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하오이다.]
그러나 석청 부부와 백만검 및 범일비 등은 제각기 사색에 잠겨 있
었다.
(장락방의 커다란 액난은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막게 되었지만 우리들
이야 무슨 심정으로 당신의 술을 먹겠는가?)
백만검은 먼저 입을 열었다.
[협객도 두 사자께서는 능소성으로 간다고 했으니 불초는 반드시 돌
아가야 되겠소. 패 선생의 호의는 마음에 새겨두기로 하겠소.]
석청 역시 입을 열었다.
[우리 세 사람은 백 사형과 함께 가야 되겠소.]
이에 범일비 등은 동지 팥죽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관동으로 되돌
아갔다가 준비를 해야겠다는 구실로 작별을 고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돌아가 후사를 처리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군호들은 작별을 고하고 떠나게 되었다.
석파천은 무표정한 얼굴로 패해석을 따라 손님들을 전송하게 되었는
데 마음속으로는 처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애당초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알았는데 당매가 자꾸만 내가
그녀의 천 오라버니라고 우겼으며 석청 부부는 또 나를 자기들의 아
들이라 우겼거던.)
그러다가 그는 이 넓은 세상에 자기는 역시 외톨이에 지나지 않는다
는 생각이 들어 그만 서글퍼지고 말았다.
(나의 진짜 어머니도 나를 버렸고 사부인 사 노파와 수아도 나를 마
다하고 떠났다. 더군다나 아황까지도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는가?)
이때 범일비 등이 다시 그에게 지난번에 베풀었던 은혜에 치하했다.
백만검도 입을 열었다.
[석 방주, 몇 차례 잘못을 저지른 것을 양해하구료. 석 방주께서는
호탕하신데다가 원한을 은혜로 갚았던 사실을 불초는 깊이 고맙게 생
각하는 바이외다……]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비장한 어조로 말을 이었
다.
[불초가 이번에 돌아갔다가 요행히 목숨을 부지한다면 반드시 석 방
주를 친구로 사귀겠소.]
석파천은 그저 네 네 하고 대답만 했다. 그러나 속으로 그는 통곡이
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석청 부부는 석파천과 고별을 하게 되었을 때 그의 안색이 처량한
것을 보자 그들 마음 역시 쓰라리기 이를 데 없었다.
민유는 본래 그를 수양아들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강남
대방의 방주이니 자기네 부부들보다 신분이 높다 할 수 있겠고 무공
도 그토록 뛰어난 형편이니 오히려 그와 같은 제의를 한다는 것은 외
람된 일인 것 같아 단념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당부했다.
[석 방주, 며칠전 우리 부부는 방주를 잘못 알아보고 방주에 대해서
불경스런 행동을 했는데 아무쪼록……아무쪼록 차후라도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래요.]
석파천은 고개를 숙이고 끄덕여 보였다.
[예, 그렇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뭇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을 멍하니 대문 밖에서 서서 바라
보고 있었다.
패해석은 석파천에 대한 감정은 부끄럽고도 고맙다는 것이었다. 그
리하여 그는 벌써부터 멀리 떨어져서는 좀처럼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다른 방도들은 석파천이 동패를 받은 지금 곧 죽게 될 것을 알고 기
분이 나빠져서는 어쩌면 자기네들에게 화풀이를 할까봐 그 누구도 감
히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지 못했다.
첫댓글 즐감~~!
즐감요
재미있슴니다
즐감~2
잘 보았습니다.
좋아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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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잘 보고갑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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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ㅋ
감사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