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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 수록 의문만 더 생길 뿐이었다. 정의로운 지구 정부는, 대통합을 제창한 그들은 왜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졌다는 말인가?
-게노베파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의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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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론적 사상이 어느 정도 퍼져 있는 데메테르 내에서 종교는 흔한 것이 아니었다. 종교를 믿는 것은 분명한 자유고 종교인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존중원칙은 확립되어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종교인이 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외적인 케이스라 하면 대대로 종교를 물려받는 경우였다. 데메테르에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여러 종교가 있었고, 이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유일신을 섬기며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종파들이 각 종교로 갈라진 것이라고 연구된 상태였다. 고대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이러한 종교 또한 인류의 조상이 가졌던 종교의 현대형이라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연합당국 정부에 보고된 것은 사뭇 달랐다. 포크로프스키 박사가 발견한 운석은 레이저로 정확하게 절단되고 조각되어, 데메테르에서 알려진 종교 명승지와 같은 형태를 취한 모습이었다.
창조신을 섬기는 사도 중 하나로 알려진 이름 없는 자를 봉헌한 제단과 완벽히 같은 모습이었으나, 분석에 의하면 본래 더 거대한, 그리고 제대로 된 신전에서 분리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조각은 9천 년 동안 원래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주를 떠돈 것이었다.
좋게 보면 좀 불편하고, 나쁘게 보면 충격적인 운석을 두고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은 인류 역사 연구의 선구자라는 이명까지 갖게 된 세미아 사트켓 박사를 다시 호출했다. 상고사에 가장 정통한 사트켓 박사에게 모든 일을 맡길 생각에서였다.
세미아 사트켓 박사 또한 이 결정을 존중하며, 비슷한 형태의 운석들이 발견된 성계를 순찰하기로 정했다.
한때 사트켓 박사가 탑승했던 트레일블레이저 호는 후임자인 포크로프스키 박사의 지휘하에 있었기에 새로운 탐사연구선 나크통 발리스 호가 발사되었다. 같은 네레우스 급의 함선이었으며 장비도 대체적으로 비슷했기에 사트켓 박사는 별다른 불만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트켓 박사는 문제의 운석을 찾을 수 있었다. 9천 년이 지났다고 하나 운석 조각이 날아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고, 방향과 속도를 계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백 미터 길이의 탐사연구선의 몇 배에 달하는 크기의 운석은 과연 우주를 유영하는 성소의 모습이었다. 사트켓 박사는 이때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에게 발견을 알리지 않고 먼저 조사를 진행했다.
모든 주파수를 통해 데메테르 고어로 된 통신을 보내자 곧 운석에서는 강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꺼져 있던 동력이 작동하자 사트켓 박사는 모든 만류를 뿌리치고 홀로 수송정에 탑승해 운석 성소로 들어갔다.
사트켓 박사는 그날 본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성소가 뭐였는지 자신의 해석을 발표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사트켓 박사와 친분이 있으면서 그녀의 고대사 연구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트켓 박사의 태도가 크게 변했으며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행동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에 사트켓 박사는 성소 안에서 본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소감을 딱 한번 밝혔는데, 모든 것이 말도 안되는 오해에서 시작했고 모두가 속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은 사트켓 박사의 사후 보고와 보고서를 받고 고심에 빠졌다. 보고서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과거 낙원에서 살던 인류는 신의 힘을 손에 얻은 이후 자만에 빠져 스스로를 파괴했고, 오직 기적이라 부를 수만 있는 일을 통해 몇몇 인류가 살아남았으며 신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성소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종교적인 맹신으로 빠져들거나 내용을 없애버리는 대신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은 그 내용을 시민사회에 그대로 알리기로 정햇다. 고대 종교와 현대의 데메테르간에 큰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의 예측대로 자유시민들은 종교적인 면에 집중하기보단 역사성에 더 주목해, 고대 인류가 얻었다는 신의 힘이 무엇일지 궁금해했다.
본인의 감정이 어땠는지는 모르나, 사트켓 박사는 우주 탐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묻혀 있던 보고서를 꺼내 운석 DTLF-97, 포세이다 행성의 가장 큰 잔해에서 발견된 이상현상을 다시 조사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위험성은 여전히 컸으나,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은 굳이 그녀를 막으려 들지 않았다. 정치적인 노선도 달랐고, 고대사를 밝히는 것이 그녀의 정권 안정에 더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끔찍할 정도로 낮은 출산률과 대책 없는 인류의 고령화, 저임금 노동자의 급감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단순 노동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로봇 노동자 연구를 시작했다.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이 로봇 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받고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키는 고전 영화를 떠올리던 시점에 사트켓 박사는 DTLF-97에서 발견된 이상현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혔다.
그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튼튼하고 거대한 일종의 굴착 기계였다. 수천년 동안 작동한 장치는 수천 킬로미터를 파고들며 아직도 작동하는 상태였다.
우연하게도, 처음 장치를 확인한 사트켓 박사와 그 보고서를 받은 스모크투노비츠 국무령은 같은 상상을 했다. 거대한 굴착기계가 행성을 쪼개는 상상이었다.
사트켓 박사는 몇몇 민간 기업의 도움을 받아 기계의 작동을 정지하는데 성공했다. 미지의 물질이 일부 섞인 탄소강으로 이뤄진 기계는 놀라울 정도로 튼튼했으며, 묻혀 있던 부분이 드러나면서 그 크기만 수 킬로미터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음새가 너무나 잘 맞물린 탓에 하나의 거대한 일체형 장치라고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공학자들은 기계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사트켓 박사는 문제의 굴착 기계의 유래와, 주변 운석들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포세이다 행성이 맞은 말도 안 되는 비극적인 운명을 뒤로 하고 데메테르에서 떠난 이주민들은 트락투스에 이어 뉴 호프라는 새로운 행성에 발을 디뎠다. 트락투스에 비해 데메테르의 기후에 훨씬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바다와 넓은 대륙을 가진 뉴 호프는 인류의 새로운 천국이라는 찬사까지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수백만에 달하는 이주민들이 민간 우주선을 타고 매일 뉴 호프로 향했다.
이는 어이 없는 이유로 뉴 호프와 데메테르 간의 항로가 차단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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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몇 분만 진행해도 여러 편의 분량이 나와버리네요.
첫댓글 어이없는이유는 역시 신세력의 알박기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