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사는 아녜스 언니 부부가 뜬금없이 우리집을 방문하겠다는 낭보다.
오케바리!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동안 나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별러왔다.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하고 싶어
이곳에 와서 사귄 몇몇 지인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던 참이었다.
언니 부부는 펄펄뛰는 목포의 파란바다를 방금 건져온 듯한
3키로는 족히 넘는 아까다이 붉은도미와 꽃게를 얼음으로 기절시켜왔다.
손님을 초대했다.
이곳과 근거리에 사시는 서강대 총장님을 지내셨던 신부님과
마을금고의 올드미스 전무님을.
나는 서툰솜씨로 부리나케 회를 뜨고
꽃게는 삶고 생선머리와 뼈는 게 삶은 물에 매운탕을 끓이고
언니 부부가 가져오신 보해 복분자와 신부님이 가져오신 번암 막걸리와
내가 농사지은 넝쿨콩 넣고 지은 밥과...
와! 기분 만땅이다.
이만하면 이제 시월의 마지막 밤은 두고두고 회상해도 된다.
그런데 앞으로도 우리 부부를 잘 살펴주시라는 아녜스 언니 부군의 멘트에
신부님께선
예 그러겠습니다. 살을 펴드리지요.
아 그렇게 깊은 뜻이...
그러고 보니 살을 펴는 것은 구겨진 주름이 펴지는 것이고 그것은 기쁨과 웃음이며 등등등...
그리고 몇순배의 술잔과 담소
우리는 서로의 살을 펴는 10월의 마지막 밤을 함께 했다.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샘때문에 얼굴 살이 구겨졌습니다. 건강하세요.
삼진 샘!오랫만이예요. 저 때문에 구겨진 얼굴 보고잡아.
행복하셨겠어요! 부럽어........
네, 많이요. ㅎㅎㅎㅎㅎ
침 넘어 갑니다. 꿀꺽!
돈오샘, 이번 안동 못간게 얼마나 속이 쓰렸는지 모릅니다. 이다음 뵈면 막걸리 사드릴께요.
읽으며 분위기와 맛에 취해 있었는데, 침도 꼴깍 삼키면서...ㅎㅎㅎ
저도 살.펴.야. 겠어요. ㅎㅎㅎ
그러셔요. 행복 하시고요.
손님을 초대한 적이 언제였던가 아득하네요. 서로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은 늘 밖에서 치르고.. 선생님처럼 살아야 하는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저도 잠시 행복합니다^^
늙은이 둘이서만 있으면 건조해져서 자꾸 불러들이는 중입니다. 감사 합니다.
야생화님이 조한금선생님이군요~ 요새 통 안보이시는구나!했었는데요. 우와아~~신선한 도미회와 꽃게찜!!구수한 넝쿨콩밥 곁들여~꿀꺽 침이 넘어갑니다...함께 하는 좋은 분들떔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장수의 밤은 깊어가고...거기에 한 자리 끼고 싶어지네요...
언제든지 오시면 주인공이 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