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앞에서 밥을 먹는 길고양이 '하나'가 임신을 하고 배가 불러왔다.
지난 추석때에도 출산을 했는데 또 임신을 하다니...
수유기간이고 새끼들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중성화수술을 미처 해주지 못했는데
그새 발정이 나서 임신을 했던 모양이다.
늘 혼자와서 사료를 먹고 가던 하나가
작년 12월쯤에 추석때 낳은 새끼 한마리를 데리고 가게에 찾아왔다.
2월달에 들어서 점점 배가 불러오는 하나가 걱정이 되어서
이번에는 일주일 전부터 가게에 들어와 머물게 해주었다.
오늘내일 오늘내일 하더니 일요일인 어제 낮 3시쯤에 드디어 출산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슬이 비치고 젖도 나오기 시작하고 그리고 가게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에
여기저기 출산박스를 만들어 주었다.
먼저 추석때 낳았던 '콩이'를 품에 안고 누워있다.
이제 5개월정도 된 콩이가 새삼스럽게 엄마품에서 젖을 빨아먹고 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엄마냥 '하나'가 콩이를 밀쳐내곤 했었는데,,,,,,
저녁 7시25에
가게방에 놓여져 있던 이동장안에서 하나가 첫아가냥을 출산을 했다.
나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약간 두렵긴 했지만 '하나'가 스스로 양막을 걷어내고
아가의 탯줄을 잘라내고 젖은 아가냥을 핥아주고 스스로 너무 잘하고 있다.
30여분 후에 두찌를 낳고,,,, 한시간후에 세찌를 낳고 또 한시간 후에 막내인 네찌를 낳았다.
내가 해줄 것은 엄마냥 '하나'를 쓰다듬어 주는 것과 출산으로 젖은 하나의 몸을 닦아주는 것 그 뿐이었다.
'하나'가 출산을 하는 동안 신기하게도 추석때 낳은 '콩이'는 쥐죽은 듯이 방 한구석에서 아주 조용히
앉아만 있다. 아버지가 같은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콩이의 동생들이 태어나는 것을 아는가 보다. ㅎㅎ
세찌를 낳고 한시간정도 지나간 뒤에 '하나가 마지막 네찌를 낳았다
그런데 많이 지쳤는지 네찌를 낳은 뒤에는 네찌도 제대로 핥아주지 못하고
자신의 몸도 뒷처리를 끝내지도 못한채 기진맥진해서 누워있다.
마른수건으로 '하나'의 몸을 닦아주고 급한대로 가게 윗집에서 사골국을 끓어다 주기에
그걸 먹였더니 아주 잘 먹는다.
이내 기운을 차린 '하나'가 다시 아가들을 핥아주다가
가게방 구석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앉아 있는 콩이한데 다가가더니 콩이도 그루밍을 해주고 있다.
고양이의 습성상 먼저 낳은 아가냥을 내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괜히 그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길고양이 '하나'를 가게에서 몸을 풀게해야지 맘을 먹기까지 갈등도 참 많이 했다.
지난번 추석때 출산을 했을때 어디서 낳았는지 모르지만 다른 새끼들은 다 죽었는지
한마리만 데리고 온 모습을 보고 이번에는 새끼들 온전히 낳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결정을 내려서
가게에 출산박스를 만들어주었는데 어제 낳은 앙증맞은 새끼들이 꼬물꼬물 거리는 모습과
기진맥진한채 누워있던 '하나'가 길거리 어느 구석에서 새끼를 낳아 저렇게 누워있을꺼라고 상상하니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가들도 건강하고 주변에 분양할 곳 알아봐서 한달 후에는 아가들 입양보내고
'하나'는 중성화수술을 해주어야 겠다.
오늘은 황태국과 미역국 끓어서 가지고 나와 주었더니 아주 잘 먹는다.
지금은 가게방 텔레비젼 아래 수납장안에 아가들이랑 함께 깊은 잠에 빠져있다.
누가 볼세라 수납장 양문중에 한쪽만 출입구로 열어놓고 비닐커튼을 쳐주었다.
그 안이 아주 포근하고 아늑할 것이다. ^^*
꼬물이들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있는 엄마냥 '하나'
7:25분 탄생 첫찌 -->사진 위 왼쪽
7:49분 두찌 탄생 -->사진 위 오른쪽
8:55분 세찌 탄생 -->사진 아래 왼쪽
9:40분 네찌 탄생 -->사진 아래 오른쪽
네마리 출산했는데 털의 색깔이 다 다르다.
막네 네찌의 색이 은빛에 가까운 회색빛이라서 참 이쁘다.
꼬물이들~~
이동장에서 출산을 다 하고 난뒤에 기진맥진한 '하나'와 젖을 먹는 꼬물이들,,
첫댓글 마음이찡하네요
이사빛님 마음이 너무이뻐요
고양이엄마는 참좋은 엄마에요
제가 마음이 여리다보니,, ㅎㅎㅎ
갈등은 정말 많이 했지만 지금도 엄마냥이가 아가냥들 품에 안고 젖먹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막내로 태어난 회색고양이 우리 가족들이 키우자고 하는데 고민중이예요. ㅋㅋ
좋은일 하셨네요^^
가족들이 다들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자칫 소외되기 쉬운일인데
따뜻한 분을 만나 다행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틀되었는데 아가들이 그세 토실토실해진 것 같아요.
보고있자니 너무 이쁩니다. ^^*
차칸빛님 저넘들이 복 많이 물어다 드릴것입니다.
암튼 넘 고우신 마음 씀씀이에 감동입니다. 대박나세요..
사골국을 잘 먹네요, ㅎㅎ 미역국, 황태국,,
내가 고양이한데 국 끓여다 바칠줄이야~~ ㅎㅎㅎㅎ
내일은 우리집 사람가족들에게도 미역국 끓어져야겠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