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게 생겼지만 성격은 드세기로 유명… 다른 무리와 살벌하게 싸워요
미어캣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온 킹’의 개봉 30주년을 축하하는 콘서트가 얼마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어요. 동물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들도 무대에 올라 큰 박수를 받았죠. 이 작품을 통해 여러 동물이 깜짝 스타가 됐는데요. 대표적인 경우가 미어캣이랍니다. 주인공인 사자 ‘심바’의 절친으로 등장하는 개구쟁이 ‘티몬’이 바로 미어캣이거든요.
'라이온 킹'에 등장하는 캐릭터 '티몬'이에요. /Disney Wiki
라이온 킹 덕분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계 여러 동물원이 앞다퉈 미어캣을 들이기도 했어요. 호리호리한 몸매에 판다처럼 눈 주위가 시커먼 미어캣은 만화영화 속 ‘티몬’과 똑 닮았답니다. 미어캣은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앙골라·짐바브웨·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남부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다 자란 몸길이가 29㎝에 불과해 귀엽게 보이지만 성미는 드세고 거친 것으로 유명해요. 오죽하면 미어캣의 무리는 영어로 패거리라는 뜻의 ‘몹(mob)’ 또는 ‘갱(gang)’으로 불릴 정도예요.
땅속에 굴을 파고 사는 미어캣은 많게는 40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살아갑니다. 그런데 영역이 겹쳐 서로 다른 무리가 세력 다툼을 벌일 때는 살벌한 광경이 펼쳐져요. 수십마리가 거칠게 날뛰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이때 미어캣의 모습은 만화영화 속 귀여운 티몬이 아니라 정말 도적 패거리 같은 모습이죠.
미어캣들이 서로 안고 있는 모습. /내셔널지오그래픽
이렇게 다른 무리와는 혈투를 벌이지만 같은 무리 내 결속력은 정말 단단해요. 미어캣은 독수리와 자칼 등 천적이 곳곳에 널려 있어요. 그래서 무리의 몇몇은 천적의 동향을 살피는 파수꾼 역할을 하죠. 파수꾼은 높은 곳에서 망을 보면서 천적이 접근하는지 잘 살펴요. 천적이 눈에 보이면 바로 경고음을 내서 다른 미어캣들이 재빨리 땅굴 속으로 도망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줘요. 미어캣의 생활 터전인 땅굴은 언제든 여러 마리가 같이 도망칠 수 있도록 여러 곳에 넓은 입구가 있고 지하 터널로 연결돼 있죠.
미어캣은 한편으론 용맹한 사냥꾼이기도 해요. 미어캣의 가까운 친척뻘 되는 동물이 독사 사냥꾼으로 유명한 몽구스인데요. 미어캣도 몽구스처럼 독에 면역력이 있어 독사를 곧잘 잡아먹어요. 전갈도 사냥해요.
미어캣 사회는 철저하게 암컷이 이끌어요.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크고 울음소리도 우렁차요. 1년에 여러 번 번식할 수 있지만, 주로 비가 많이 내려 땅이 비옥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새끼를 낳아요. 어린 미어캣은 무리 어른들에게 사냥하는 법, 천적이 나타났을 때 도망치는 법, 땅굴을 청소하는 법, 망을 보는 법 등을 배운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