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말 독특한 선수다. 눈에 띄는 약점을 갖고 있지 않다” -에릭 스포엘스트라-
“5명 모두가 한 팀으로 뭉쳐 그를 막아야 한다. 모든 것을 잘하는 선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피 튀기는 혈투, 역대급 시리즈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반대편 서부의 1인자로 등극한 덴버 너게츠는 그야말로 여유만만이었다. 오히려 셀틱 프라이드 보스턴과 히트 컬쳐 마이애미의 명승부를 반겨 하고 있던 상황.
‘다크호스’로 등극했던 LA 레이커스를 4-0으로 스윕, 생각보다 쉽게 컨퍼런스 파이널 일정을 마무리한 마이크 말론은 9일이라는 휴식 시간으로 선수들 체력 안배와 전력 분석 시간을 톡톡히 마련한 것이었다. 말론 감독의 걱정 거리는 크게 바라보면 딱 두 가지였다. 본인 포함 선수단 대부분의 파이널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과 선수들의 실전 경기 감각.
하지만 한국 시간으로 2일 펼쳐진 덴버와 마이애미의 1차전. 구단 첫 파이널 무대를 밟은 덴버지만 덴버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었다. 전력적 우세 + 체력적 우위, 심지어 홈구장 볼 아레나가 위치해있는 곳은 특히나 고산지대라 원정 팀들이 썩 내켜 하지 않는 장소다. 심지어 이번 플레이오프 덴버의 홈 승률은 자그마치 100%.
이날도 덴버는 100%의 기운으로 마이애미를 초전박살 냈다. 선봉장엔 ‘유니콘’ 니콜라 요키치가 앞장섰고 ‘플레이오프’ 자말 머레이가 외곽에서 꺼지지 않는 화력으로 지원사격을 펼쳤다. 덴버가 자랑하는 원투펀치만 터졌다면 다행이지, 여기에 애런 고든과 마이클 포터 주니어도 공수에서 활개를 쳤으니 마이애미로썬 머리가 터질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마이애미가 아니었다. 정상까지 어떻게 올라왔는가. 누구는 구단 역사를 돌아 봐도 한번 밟기 힘든 파이널 무대를 또다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거치며 힘겹게 도착했다. 그리고 마이애미가 경기 전부터 제일 경계하는 선수는 딱 한 명이었다. 예상대로 농구천재 요키치.
수비력이라면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공수겸장 아데바요와 버틀러, 명장 에릭스포엘스트라 감독, 베테랑 케빈 러브도 입 모아 요키치만 말할 정도였으니 그가 코트에서 얼마나 어메이징 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탯을 살펴보면 그가 일반 플레이어와는 다르다는 걸 몸소 체감할 수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만 평균 29.9점에 13.3리바운드 10.3어시스트. 심지어 센터 포지션임에도 플레이오프 한정 3점슛 성공률은 가히 50%에 육박하는 수치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한번 하기도 힘든 트리플 더블을 큰 무대라 칭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에서만 이날 경기 포함 9번 작성했다.
이러니 요키치를 두고 덴버 공격의 시작과 끝이라 표현하는 게 아닐까.
플레이오프에서 마이애미는 특유의 변형 존 디펜스와 매치업 헌팅으로 재미를 봐왔다. 하지만 존 디펜스도 요키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날도 45도에서 볼 투입이 어려우면 탑에서 하이-로우 게임 전개를 하는 등 영리한 농구 센스로 그토록 끈적하던 마이애미표 디펜스를 살살 녹여버렸다. 야투 시도가 없다가도 맘만 먹으면 페인트 존에서의 훅슛과 점퍼로 팀 공격을 책임지는 모습이다. 3점슛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요키치를 막으려 마이애미가 배수의 진, 처절하게 도움 수비와 동선을 차단하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요키치는 마치 뒤에도 눈이 달려있듯, 상대의 헬프디펜스에 반대편에 오픈되어 있는 동료 찬스를 살피며 손쉽게 어시스트를 적립해갔다. 스킵 패스, 엔트리 패스, 크로스 코트 패스, 백도어 컷인, 여우 같은 곰이 있다면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요키치의 그래비티 효과에 덴버 동료들은 1차전을 여유롭게 즐겼다.
애런 고든은 마이애미가 자랑하는 스몰라인업에서 시종일관 케일럽 마틴을 상대로 사이즈 우위로 기세를 올려갔다. 자말 머레이 역시도 게이브 빈센트를 앞에 두고서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다. 저돌적인 림어택과 3점슛으로 마이애미의 기세를 집어삼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1차전이 끝났다.
9년 전, 드래프트에서 뽑히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하지 않고 있었던 청년. 심지어 본인이 지명되는 순간엔 NBA 측에서 TV 광고를 송출해 자막으로 지명을 확인하던 청년. 겉모습만 봐도 운동 능력은 뛰어나지 않은 느릿느릿한 백인 빅맨.
그러나 그 빅맨이 이제는 리그를 집어삼키고 있고 괴수 천지인 NBA 무대를 본인의 시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 이름, 바로 조커! 니콜라 요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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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짜 요키치가 농구 도사중에 탑 아닐까..
예전에 크폴이였지만 이렇게 빈틈없이 막강한 도사는 없엇음.. 던컨인가 그럼 음..
빌 월튼, 래리 버드, 요키치..
버드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못보신 분들께선, 요즘 요키치가 하는 걸 보면서 버드도 이랬겠구나... 하시면 틀림없을 겁니다.
제가 버드옹 시절부터 농구를 본건 아니지만 미천한 눈으로 아무리 봐도 커지고 무거워지면서 느려진 버드같아요… 슛폼도 은근 비스무리한거같기도 하고….
@I love YUNAzzang 버드가 여러 동작들 측면에서 볼 때, 요키치와 비교도 안 되게 빠르고 순간적인 근력이나 폭발력도 훨씬 낫긴 합니다. 신장 면에서도 요키치와 5센티 정도 밖에 차이 안 났죠.
@Doctor J 버드옹 악력이 그리 셌다고 하던데…. 타고난 강골인듯해요… 암튼 비큐로 리그를 접수하는건 더이상 못볼줄 알았는데 역시 느바는 계속 볼 가치가 있어요
좋은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6.02 19:19
농구 도사는 너무 흔한 별명이라 요키치에겐 더 특별한 수식어가 필요해요ㅎㅎ
위에 요키치 안터뷰에 있던데, 농구 요물. 좀 어울리는 거 같아요. ㅎㅎ
우리나라로 치면
서장훈+김승현 합친 느낌
농구도사 하든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