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갑니다. 그곳이 바로 제 일터니까요!” 김수현씨는 캐스팅 디렉터다. 길거리를 헤매며 끼와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을찾아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스스로 “아이들에게 필이 꽂혔다”고 말하는 김수현씨는 HOT의 매니저로 시작해 현재 신인 가수 다나의 제작자가 됐다. 10대들이모이는 곳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김수현씨가 그동안 캐스팅한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처음으로 캐스팅 한 연예인은 SES의 유진이다! 김수현씨의 직업은 끼와 감각이 있는 청소년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름하여 캐스팅 디렉터. 그래서 그는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이렇게 해서 만난 청소년들은 현재 스타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서있다. ★유진★▶김수현씨가 처음으로 캐스팅한 스타는 그룹 SES의 멤버 유진이다. 그는 유진이를 괌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날의 기억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HOT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어요. 1집 음반으로 대 스타가 된 HOT가 영상집을 만들기 위해 괌에 갔을 때였어요. 괌 공항에서 유진이를 처음 봤죠. 이동하는 HOT를 계속 따라오던 유진이가 제게 종이와 펜을 건네며 ‘아저씨, 사인 좀 받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예요.이렇게 만난 유진이와의 인연은 괌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계속됐다. 그녀가 계속해서 HOT의 뒤를 쫓은 것이었다. 괌을 떠나 서울로 돌아오기 전 김수현씨는 유진에게 명함을 주었고 그녀의 연락처를 적어 왔다. 서울에 도착한 김수현씨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씨에게 유진이의 사진을 전달했다. 그러자 이수만씨는 유진이를 한국으로 불러왔다. ★김동완★▶김수현씨가 유진이 이후 캐스팅한 스타는 그룹 ‘신화’의 멤버인 김동완이다.캐스팅 디렉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누비고 다니던 그는 대학로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중이던 김동완과 마주쳤다.“동완이를 처음 봤을 때, 첫눈에 ‘이 놈은 뭔가 있다’는 느낌이 팍 왔어요.동완이 역시 가수가 되고 싶어 항상 데모 테이프를 가지고 다녔죠. 그래서 제 차 안에서 데모 테이프를 들었는데 노래도 잘 하더라구요.”그후 김동완은 김수현씨의 도움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을 통과해 신화의 멤버로 합류했다. 김동완에 이어 캐스팅한★성유리★▶ 스타는 그룹 핑클의 막내 성유리. 그는 어느날 어린이 대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봄을 맞아 사생대회를 나온 아이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은 운동장 조회시간과 종례시간을 이용하는 거예요. 흐트러짐 없이 곧게 서 있는 줄 사이를 다니며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면 빠른 시간 안에 전교생을 다 볼 수 있죠. 그날도 사생대회 나온 아이들을 보기 위해 조회 시간에 한 바퀴를 돌았는데, 눈에 띄는 학생이 없었어요. 그래서 돌아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종례시간에 다시 한번 줄을 돌았죠. 거기서 한눈에 들어오는 학생을 발견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성유리예요.”그 당시 성유리의 모습은 개구쟁이 그 자체였다. 그녀에게 “이름이 뭐니? 몇 학년이니? 집은 어디니?”라며 신변에 대한 것들을 묻자 그녀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이면서도 김수현씨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이효리★▶핑클의 또 다른 멤버 이효리를 만난 것은 성유리보다 먼저였다. 효리는 데뷔 당시부터 찰랑거리는 머릿결로 많은 남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김수현씨 역시 바람에 휩쓸려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는 효리의 모습에서 ‘제2의 이미연’이라는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김수현씨는 거리 캐스팅을 할 때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한다. 첫번째는 ‘예쁨’의 기준에 도달하는지, 두 번째는 외모 안에 담긴 내면의 끼가 어느 정도인지,세 번째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염두에 두고 거리 캐스팅을 하다 보면 얼굴을 보지 않고 느낌만으로도 스타를 구별해내는 능력이 생긴다. 김수현씨는 이런 능력을★김상혁★▶ 그룹 클릭비의 김상혁을 통해 검증했다. “잠실 신천역 근처의 지하 터널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어두운 터널 안에서 어떤 아이가 스쳐 지나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그 아이의 팔을 잡고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바깥도 깜깜한 거예요. 시계를 봤더니 오후 9시가 다 됐더라구요. ‘아저씨, 왜 이러세요?’라고 말하는 상혁이의 팔을 잡고 불빛을 찾아 들어간 곳이 떡볶이 가게였어요. 허름한 가게 안에는 전구가 있었는데 그 전구를 끌어다가 상혁이 얼굴을 비추었어요. 불빛에 드러난 상혁이 얼굴은 한마디로 예술이었어 요.” 이렇게 캐스팅만 전문으로 하던 김수현씨가 이번에는 자신이 캐스팅한 신인의 음반제작자로 나섰다. 가요계의 새 요정 보아와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다나★▶다나가 바로 그주인공. 다나는 롯데월드 댄스대회 때 출전자가 아닌 관객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반해 캐스팅했다. 현재 중학교 3년생인 다나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초등학교6년생이었다. 그러니까 다나는 3년 동안 스타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은 후 드디어 무대 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김수현씨가 유독 10대들만을 캐스팅하는 이유는 ‘끼가 있는 아이는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거쳐 자신의 길을 빨리 찾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만 눈독을 들이고 다니다 보니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캐스팅 디렉터로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속된 말로 ‘필이 꽂힌다’고 하죠. 전 10대 청소년들에게 필이 꽂혔어요. 아이들만 쫓아다니다가 여태 돈도 못 벌고 결혼도 못 했지만 전 이 일이 좋아요. 제 필이 꽂혀 있는 한 앞으로도 캐스팅 디렉터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 글 / 경영오 기자 ● 사진 / 서범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