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터
아미나 루크먼 도슨 저자(글) · 이원경 번역
밝은미래 · 2023년 07월 07일
뉴베리와 코레타 스콧 킹까지 동시에 거머쥔 대형 데뷔작
뉴베리 대상과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동시에 거머쥔다는 것은 작가와 작품 모두에게 큰 영광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쓴 어린이 청소년 문학 가운데 우수한 작품에게 수여하는 코레타 스콧 킹 상은 1970년에 제정되어 50년이 넘었고, 뉴베리상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문학상이다. 그 긴 세월동안 뉴베리 대상과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고작 2작품(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2000년), 뉴 키드(2020년))에 불과했다. 이번에 『프리워터』가 영광의 세 번째 작품이 되었다.
또한 아미나 루크먼 도슨은 자신의 데뷔작으로 곧바로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였다. 100년 역사의 뉴베리상에서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21세기에 데뷔작으로 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매니페스트의 푸른 달빛(클레어 밴더풀, 2011) 한 작품뿐이었다. 신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프리워터』가 이렇게 주목받는 작품이 된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뛰어난 작품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인물들이 각각의 개성을 지니면서 작품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구성되어 있으며, 사건들이 빠르게 흘러가면서 묘사와 배경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고 있어서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뉴베리 심사위원회에서는 작가가 노련하게 인물을 다루었다면서 “101년의 역사를 지닌 위원회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프리워터』를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1인칭과 3인칭의 변주가 주는 이야기의 몰입
『프리워터』는 흥미로운 구성을 지니고 있다. 각 장의 시작 부분의 제목은 각 장의 주인공 이름이다. 각 장마다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이 바뀌면서 인물과 사건이 모두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또한 각 장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읽으면 되기에 독자들이 빠르게 몰입하게 하는 장점도 있다.
구성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호머와 그 외 인물들이 다른 관점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을 한 명 뽑으라면 호머일 것이다. 농장을 탈주해 프리워터에 왔다가 다시 엄마를 구출하러 농장으로 돌아가는 큰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호머이기 때문이다. 호머가 주인공인 장의 시점은 다른 주인공들의 장이 달리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다른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인 장의 경우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였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인 장은 독자가 주인공 호머에게 더 깊이 공감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노예였다가 자유인이 되었고, 다시 붙잡히면서 자유를 뺏길 위기를 겪는 호머와 독자가 동일시하면서 자유에 대해 더 생각해 보도록 한다. 또한 호머가 노예 농장의 주인인 크럼을 크럼 주인님이라고 불렀다가, 그냥 프리워터에 들어서면서부터 크럼이라고 호칭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호머의 변화를 독자가 함께 느끼도록 한다. 3인칭 시점으로 쓰인 다른 장들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각각의 인물들이 개성이 있고, 사랑스러운 점이 많아, 각 인물들을 더 깊이 이해하면서 프리워터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구성이라 할 것이다.
책읽기의 즐거움과 함께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감동
『프리워터』는 488쪽의 적지 않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장을 열고 읽기 시작하면 매우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각 장이 짧게 구성되어 있고 사건 또한 빠르게 전개되어 책장을 빠르게 넘기는 데 도움을 준다.
보통 초반에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시대와 배경에 대한 묘사가 길어지면 더욱더 초반에 책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프리워터』는 호머가 농장을 탈주해서 도망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사건은 초반에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이해가 미숙하더라도,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만 주목해서 책장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다. 이후에도 여러 사건들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부담 없는 책읽기를 이끌어 낸다.
그렇다고 해서, 프리워터가 빠르게 읽히기만 하는 책은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다양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좋은 문학일수록 읽는 독자들마다 다양한 감정과 각기 다른 감동을 받게 되는데, 『프리워터』는 읽는 이들마다 다른 포인트에 주목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점에 감동해서 읽게 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오는 호머나 빌리, 퍼디낸드는 노예로 있다가 프리워터의 자유인이 되었다. 하지만 산지나 주나는 프리워터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자유인으로 산다. 이들이 생각과 행동은 차이가 있는데 이러한 면을 비교하며 자유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빌리의 말 더듬고 소심한 행동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퍼디낸드가 산지에게 딴지 거는 행동들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도 보면서 그들의 사연에 주목하게 된다. 노예이면서 계속 탈출하고자 하는 애나와 주인의 딸로 태어나 노예 제도의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노라의 입장 차이와 영웅 술레먼과 노예 감독인 스톡스도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담겨 있는 『프리워터』를 읽으면서 누군가는 스릴 있는 모험에 집중해서, 누군가는 우정과 협동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누군가는 사랑과 가족의 행복을 따뜻하게 바라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용기를 얻는 영웅이 되어 가는 모습에 감동하고, 또 어떤 이는 당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자유,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프리워터』 속에는 우정, 용기, 사랑, 성장, 가족애 등 여러 주제가 있지만, 그중 가장 주목할 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자유’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명시적으로 자유가 무엇인지 정의 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 곳곳에서 등장인물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느끼는 것에서 자유에 대해 독자도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호머가 프리워터에 와서 처음 옥수수밭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장면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이곳에는 우리에게 지시하고, 채찍을 휘두르고, 겁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에게 지시하는 건 습지였다. 비가 내려 땅이 젖으면 집에 가라는 뜻이었다. 흙이 마르고 안개가 걷히면 일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주나도 호머에게 일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프리워터의 일을 배우고 있구나. 땀이 나는 건 예전과 다름없지만, 땀 냄새는 더 향긋하다고들 하지.”
노예로서 일하거나 자유인으로 일하는 것 모두 일해야 먹고 사는 것은 같을 수 있지만 다르다고 얘기한다. 그 다른 점이 ‘자유’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독자도 느끼게 한다.
호머는 노예였을 때, 눈에 띄지 않으며 살기,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프리워터에 와서 호머는 변한다. 자신이 이전에 지키던 규칙을 깬다. 큰 소리를 내거나 남에게 뭔가를 시키며 앞장서는 것들은 호머가 노예였을 때 하지 않았던 것이다.
호머가 엄마를 구출하기 위해 서덜랜드 농장으로 돌아간 장면 또한 호머의 몸이 자유를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볼 수 있다.
나는 밀짚모자를 귀가 덮일 만큼 눌러 썼다. 그리고 내 몸에 명령했다. 걸어. 프리워터에 가기 전 평소처럼 걸어. 여기서 일하는 것처럼,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걸어. 그렇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이 아프고 목이 뻐근했다. 너무나 이상했다.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재주가 사라져 내 몸이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이처럼 책 곳곳에 노예로서 사는 사람들과 자유를 찾은 사람들을 비교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읽는 이들마다 각자 다르게 정의내릴 수 있겠지만, 분명 이러한 얘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자유라고. 자신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일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자유가 아닐까라고 작가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