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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협객행 3권 52편2/2 청춘 유죄 02/09 02:33 320 line
제 목: 天龍八部 제 2부 ,玄鐵令
원 제: 俠客行
지은이: 金 庸
옮긴이: 朴永昌
타이핑: 洪春植(paradian)
차 례: 제 3권 52. 청춘 유죄 2/2
정당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들 두 사람은 똑같아요. 내 마음속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어요.
더군다나 나는 당신과 며칠간 함께 있었으며 또한 나에게 잘 대해주
었지 않았나요? 오래 같이 생활하게 되면 자연 정이 생긴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그녀는 석파천의 두 손을 잡고 다시 말을 이었다.
[천 오라버니, 응락해 주세요. 어찌 되었던간에 능소성에 가지 않겠
다고.]
석파천은 초조해졌다.
[그러나 석 장주 부부를 구하지 않을 수는 없소.]
정당은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계책이 있긴 해요. 내가……내가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의심을 받을까봐 이야기하기가 거북하네요.]
석파천은 재빨리 말했다.
[빨리 말해보시오. 어떻게 당신이 나에게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겠
소?]
정당은 잠시 망설였다.
[천 오라버니, 이 일은 정말 천 오라버니에게 불리한 일이에요. 그
누구든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내가 당신을 함정에 빠뜨렸다
고 할 것이나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이건 틀림은 없지만 너무나 불공
평한 일이거든요.]
[어떠한 방법이오? 석 장주 부부를 구할 수만 있다면 좀 고생을 하
고 억울한 누명을 쓴다고 해도 관계치 않겠소.]
[천 오라버니가 그렇게 원하신다면 말은 하겠지만 결코 이 방법을
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설산파에서는 어째서 석중옥을 증오하고 죽
이려 드는지 아세요?]
[석중옥은 본래 설산파의 제자인데 중대한 문규를 어겼을 뿐 아니라
능소성 안에서 백 대협의 따님을 죽도록 만들었다고 들었소. 거기다
가 그의 사부 봉만리에게도 누를 끼쳐 위덕 선생에게 한 팔을 잘려
나가도록 했다는구료. 그리고 어쩌면 또 무슨 나쁜짓을 했는지도 자
세히 모르겠소.]
[맞아요. 바로 석중옥이 사람을 죽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를
죽이려는 거예요. 천 오라버니, 당신은 백 대협의 따님을 죽인 적이
있나요?]
석파천은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나는 물론 없소. 백 대협의 따님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
소.]
정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예요. 제가 생각해낸 방법이라는 것도 별 것이 아니고 당
신이 석중옥으로 변장하는 거예요. 그리하여 석 장주 부부와 함께 능
소성으로 가서 그들이 당신을 죽이려 할 때 진상을 말하는 것이예요.
당신이 계잡종이지 석중옥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죽이려는 사
람이 석중옥이지 당신이 아니니까 기껏해야 당신을 꾸지람할 뿐으로
곧 놓아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석 장주 부부도 손을 쓰지 않을 것이
고 목숨을 잃을 염려도 없다는 거예요.]
석파천은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 방법도 좋긴 하오만 능소성은 멀리 서쪽에 있으니 수천 리를 가
는 동안 백 대협 등과 동행을 하게 될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몇 마
디의 말을 하기 전에 탄로나고 말 것이오……]
그리고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쟁그랑땡,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언변이 전혀 없소. 어찌 당신의
천 오라버니의 총명함과 영리함에 견줄 수 있겠소?]
정당은 급히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나도 생각해 보았어요. 목구멍에다 어떤 물약을 발라서
목을 붓도록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목병이 난 것처럼 보이므로
입을 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서글픈 어조로 말했다.
[천 오라버니, 이 방법이 묘하기는 하지만 괜히 천 오라버니가 고생
을 해야 된단 말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방법이 싫다는 것이
죠. 나로서는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에게 그와 같은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석파천은 그녀가 자기에 대해서 이토록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었는
가 하고 새삼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벙어리로 가장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녀를 위해 죽으
라고 하더라도 용감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즉시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좋소! 그 방법이 정말 좋겠소! 다만 내가 석중옥과 어떻게 바꾸어
치기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오.]
정당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들 일행은 황석진(황石鎭)에서 오늘밤 묵고 있어요. 우리들이 지
금 달려간다 해도 늦지는 않아요. 그리고 나는 석중옥의 방을 알고
있어요. 살그머니 들어가 그의 옷을 바꾸어 입은 후 그를 내보내세
요. 그런 연후 내일 아침부터 끙끙 앓기 시작하세요. 목에 상처가 나
서 그렇다고 말하면 의심치 않을 거예요. 그리고 백영감이 당신을 죽
이려고 하기 전까지는 입을 열지 않도록 하세요.]
석파천은 크게 기뻐했다.
[쟁그랑땡, 그 방법이 좋겠구료. 어떻게 하다가 그와 같이 묘한 방
법을 떠올리게 되었소?]
정당은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다시금 당부를 했다.
[길을 가면서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말아요. 석 장주 부부와도
너무 가깝게 굴지 말아요. 백 대협 등은 더욱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니 조금이라도 마각을 드러내게 된다면 그들의 의심을 사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석 장주 부부를 구하지 못해요. 아! 석 장
주 부부는 의협심이 많은 분인데 만약 이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다면
……]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
다.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당장 나의 목을 친다 하더라도 나는 입을 열
지 않을 것이오. 자, 이제 갑시다!]
별안간 방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 여인이 부르짖었다.
[도련님!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요!]
몽롱한 야밤에 한 소녀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시검
이었다.
석파천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
[시검 누나,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오? 그녀의 속임수에 넘어가
다니?]
시검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방문 밖에서 모두 들었어요. 이 정 소저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거예요. 자기의 천 오라버니를 구하기 위해서 도련님을 속여 그 대신
죽도록 하려는 것예요.]
[그렇지 않소. 정 소저는 나를 도와 석 장주와 석 부인을 구하려는
것이오.]
시검은 급히 말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도련님, 그녀는 결코 도련님에 대해서 어떤 호
의를 가지고 있는 걸이 아니예요.]
정당은 냉소했다.
[흥! 잘 한다. 너는 본래 진짜 방주의 사람이거늘 이제 와서는 배신
을 할 뿐 아니라 이간질마저 하는군.]
그리고 나서 그녀는 석파천에게 고개를 돌렸다.
[천 오라버니, 저렇게 천한 계집애는 상대조차 하지 말아요. 빨리
진 향주 그들에게 한 대의 미혼향을 달라고 하세요. 하지만 우리들의
일을 이야기 해서는 안돼요. 미혼향을 손에 넣은 후 이곳으로 오지
말고 대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도록 하세요.]
석파천은 의아하여 물었다.
[미혼향은 무엇에 쓰려고 그러시오?]
정당은 재촉했다.
[나중에 알게 돼요. 빨리 가세요.]
석파천은 대답을 하고 즉시 창문 밖으로 달려갔다.
정당은 냉소를 띄우고 시검에게 말했다.
[이 계집애야, 너의 양심은 퍽이나 좋은가 보구나.]
시검은 놀라 몸을 돌려 도망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정당은 재빨리 다가와 두 손을 일제히 뻗쳐서는 그녀의 등심
을 후려쳤다. 시검은 비명 소리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그만 절명하
고 말았다.
정당은 창문을 뛰어넘어 나가려고 하다가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을 생
각하고 다시 돌아와 시검의 아랫부분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리고 속바지마저 끌어내려 하반신을 나체로 만들다시피 하고서는
시체를 석파천의 침대 위에 눕혔다. 이불자락을 끌어당겨 그녀의 몸
뚱아리도 덮어주었다.
이틔날 장락방의 사람이 발견한다 하더라도 그녀가 반항하다가 석파
천에게 당한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주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석파천이 며칠간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패해석 등
은 그가 잠시 부끄러워 떠나간 것으로 생각할 것이고 서둘러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 찾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녀의 계산이었다.
그녀는 모든 안배가 끝나자 살그머니 대문 밖으로 나갔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되자 석파천이 담장을 뛰어넘어 달려왔다.
[미혼향을 손에 넣었소.]
정당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어요.]
두 사람은 재빨리 냇가로 달려가 조그만 배에 올랐다.
정당은 노를 저어 수 마장을 나아가게 된 후 다시 배를 버리고 뭍으
로 올랐다.
버드나무 아래 두 필의 말이 매어져 있었다.
정당은 말을 가리켰다.
[이 말에 올라타세요.]
석파천은 그녀의 치밀한 계획에 감탄했다.
[당신은 정말 빈틈이 없구료. 말까지 준비해 놓다니……]
정당은 얼굴을 붉히며 짐짓 뾰로퉁한 어조로 말했다.
[뭐가 치밀해요? 이것은 할아버지의 말이에요. 내가 언제 당신이 석
청 부부를 구하려고 급히 달려갈 줄 짐작이나 했겠어요?]
석파천은 그녀가 어째서 갑자기 뾰료퉁해졌는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더 성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는
말 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사경 무렵까지 말을 달려 황석진 밖에서 말을 내렸다. 그
리고는 황석진 안으로 들어갔다.
정당은 어느덧 그를 이끌고 사해객잔(四海客棧) 문밖에 이르게 되었
다.
문밖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녀는 나직이 당부했다.
[석 장주 부부와 그의 아들은 동쪽채의 두 번째 큰 방에서 자고 있
어요.]
[그들 세 사람이 한 방에서 잔단 말이오? 그렇다면 석 장주와 석 부
인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해야겠지?]
정당은 싸늘히 코웃음쳤다.
[흥! 부모 되는 사람들이 아들이 도망을 치게 된다면 설산파에 대해
서 책임을 질 수 없게 되니까 밤낮으로 감시하기 좋으라고 한 방에서
자는 것이죠. 뭐 그들은 그저 자기네들의 협의도와 영웅호걸의 체면
만 생각했지 친아들이 죽고 사는 것은 상관하지 않으니 이와 같은 부
모야말로 천하에서 정말 보기 드문 거예요.]
그녀의 말에는 크게 불평불만이 서려 있었다.
석파천은 그녀가 갑자기 불평불만을 토로하게 되자 어떻게 그 말을
받아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다가 잠시 후에야 나직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참이오?]
정당은 말했다.
[당신은 미혼향에 불을 당겨서는 그들의 창문 안으로 디밀어 미혼향
이 다 타게 되었을 적에는 석 장주 부부들도 이미 정신을 잃고 있을
거예요. 그때 당신은 창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살그머니 석중옥을 안
아 나오면 되는 거예요. 당신은 경신법이 훌륭하니 담장을 뛰어넘어
들어간다 하더라도 백 대협 등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지만 저는 발
각되지 않고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으니 바로 저쪽 처마 아래에서
당신을 기다리지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어렵지 않소. 진 향주 등신 설산파의 제자들을 정신을 잃게
해서 사로잡았을 때 사용한 것이 바로 이 미혼향이오.]
정당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웃었다.
[그것은 귀방에서 비열하게 사용하는 법보(法寶)라고 할 수 있으니
아마도 틀림없이 효과가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을 때 설산파의 뭇
제자들 역시 범상한 사람들이 아닌데 어찌 그토록 가볍게 사로잡힐
수 있었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새삼 음성을 낮추어서 다시 당부를 했다.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조심을 해야 하며 조금도 기척을 내어서는
안돼요. 석 장주 부부는 설산파의 제자들과 견줄 수가 없단 말이예
요.]
석파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미혼향에다 불을 당겼다. 바깥이었지만
약간 연기를 맡게 되자 머리가 핑 돌았다.
그는 약간 놀라 물었다.
[이 연기에 사람은 죽지 않겠소?]
정당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이 미혼향으로 설산파의 제자들을 잡았어요. 그러나 이 냄
새를 맡고 그들 가운데 죽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어요.]
석파천은 말했다.
[그들 가운데 그 누가 미혼향에 죽었다는 소리는 아직 못들었소.
자, 그렇다면 당신은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오.]
그리고 나서 그는 담장가로 다가가 가볍게 몸을 날려서는 안으로 뛰
어들었다.
전혀 아무런 기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동쪽 두 번째 방의 창가에 이
르러 귀를 기울였다.
아니나 다를까 세 사람이 숨소리도 고르게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
다.
그는 손가락 끝에다 침을 묻혀서는 창호지에 구멍을 뚫었다. 그런
연후 불을 당긴 미혼향을 그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미혼향은 매우 빨리 탔다.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재가 되었다.
그는 사방에서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력을 팔에 돋우어 가볍게 문을 밀었다.
창문걸이가 그대로 부러지면서 창문이 열렸다.
석파천은 왼손으로 창틀을 잡고 가볍게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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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잘 보고갑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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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ㅋ
감사 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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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