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미리 보여줄 수가 없다. 물리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서비스가 전달되는 장소의 내·외부에서 단서가 모두 이용된다. 손님은 사업장의 특정한 부분이나 각각의 디자인을 먼저 보지만, 부분적 특징의 전체적인 조화가 고객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호텔 객실의 바닥이 완벽한지를 판단하기에 앞서 색상과 소재, 조명과 판촉물을 보고 서비스의 품질을 총체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서비스 접점이 물리적 외관에 초점을 두고 이용하는 고객의 관점에서 설계되어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마케팅 이론 구축에 일조했던 매리 비트너(Mary Bitner) 교수는 마케팅 저널 Journal of Marketing(1992)에 “서비스 스케이프, 물리적 환경이 고객과 종업원에게 미치는 효과”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1990년대 들어 신조어 ‘서비스케이프(servicescape)’의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서비스와 풍경을 의미하는 접미사 스케이프(-scape)의 합성어인 서비스케이프는 접점에서 마주하는 공간배치, 기능성, 심미적 매력과 관련된 물리적인 요소에다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물리적 증거, 물리적 단서와 다름없는 이 용어는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어 보여주는 환경을 뜻한다. 서비스케이프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여기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 요소는 공간의 배치와 기능의 표현이다. 사업장의 공간은 층별 계획을 포함해 집기의 크기나 모양, 체크인카운터, 가구와 설비 등의 시각적 효과가 높게 배치되어야 하고, 기능성은 서비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배치된 공간에서 물품의 효용이 발휘되어야 한다. 두 차원 모두 고객이 느끼는 친숙함과 서비스의 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집기와 비품, 인테리어, 이용자의 동선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경험하는 공간의 편리함, 그리고 직원의 업무능률이 달라진다.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의 공간배치가 다르고, 웹사이트에 올리는 온라인 상품의 광고가 제각각인 건 서비스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 요소는 접점의 환경을 만드는 요인들이다. 실내의 공기와 온도, 조명, 음악, 향기와 색상처럼 오감(五感)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적 요소들은 오랫동안 분위기에 익숙한 경우뿐 아니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음악은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사람의 지각과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대기에 퍼져있는 은은한 향기, 실내의 색조와 명암, 채도 역시 고객의 지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백화점의 매장, 공항의 면세점을 찾는 손님들이 주변 요소를 잘 갖춘 서비스케이프에서 쇼핑을 즐기는 이유다.
세 번째로는 표지판, 상징물, 그리고 현장의 사람이 서비스케이프를 구성한다. 브랜드의 이미지와 서비스를 유추하고, 장소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정보를 제공하는 요소다. 표지판은 서비스상황에서 행동의 지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조형물은 미적 이미지로 차별화된 상징성을 전달하며, 직원의 유니폼은 서비스환경에서 좋은 첫인상을 주기 위한 심미적 노력이다. 시각효과가 강조되는 서비스일수록 복장을 갖춘 직원은 무대 위의 캐스트로 인식되고, 단골이 될지를 판단하기 전에 살펴보는 객장의 다른 손님들도 고객에겐 서비스케이프의 일부다. 물리적 외형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하드웨어라면, 사람은 경험을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성공적인 서비스기업들이 본래의 서비스만큼이나 서비스케이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객은 경험을 통해 재구매를 결정하고, 직원에겐 행동과 성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면이 많을수록 물리적 환경은 고객과 직원의 적절한 감정과 반응을 유발하고, 이는 고객의 충성도로 연결된다. 품격 있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식으로 로비를 꾸미는 투자자문사, 돋보이는 상징물과 독특한 복장으로 시선을 끄는 놀이공원, 갖고 놀던 장난감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벽과 바닥에 선을 표시한 유치원은 모두 고객서비스의 물리적 증거다. 무형의 상품을 미리 유형으로 보여주는 것은 서비스마케팅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