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키트 4000원 수준… 56~65세·고위험군 검사 강력 권고
C형 간염 검사는 간단한 채혈로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체외진단키트를 이용한 C형 간염 검사 비용은 4천원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침묵의 장기 간에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증상이 없다. 특히 C형 간염은 일부러 검사를 하기 전까진 감염 사실을 알기 어려울 만큼 증상이 없다. 반면, 손톱깎이, 면도기, 비위생적인 미용 시술 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되기는 쉽다.
하지만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국가 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검사자가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 C형 간염은 발병률이 낮다는데, 그래도 검사를 해야 할까?
◇백신 없는 C형 간염, 조기 발견이 답
C형 간염은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 무시해도 되는 병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더 위험한 게 C형 간염이다. C형 간염은 감염되면 70% 이상이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되는데, 치료하지 않고 20~30년 후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주 생산활동 연령대인 40~50대 암 사망률 1위인 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C형 간염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간세포암 발생원인의 75~80%는 B·C형 간염 바이러스다.
더욱 큰 문제는 C형 간염은 백신이 없단 것이다. A형 간염이나 B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감염 예방이 가능하지만, C형 간염은 백신이 없다. 완치율 99%의 약만 있다. 그 때문에 늦게 감염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약을 먹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C형 간염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간경변, 간암 등 중증 간질환 치료가 시급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는 "C형 간염이 간경변이나 간암 등으로 진행되면 사망 위험이 커지는 건 물론이고, 막대한 치료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C형 간염치료제의 완치율은 100%에 가까우므로, 검사를 통해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게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C형 간염 치료제 비용과 간암 치료의 비용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2022년 현재 최신 C형 간염 치료제인 '앱클루사' 치료비가 1인당 최대 983만 520원인데, 간암 치료비는 2019년에 이미 1인당 6623만원이었다.(한화생명 'SNS 빅데이터로 본 암 환자와 가족들' 발표)
◇4000원이면 확인… 가성비 좋은 C형 간염 검사
C형 간염 검사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검사자가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검사는 부담될 수 있다. 그러나 C형 간염 검사는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검사다. C형 간염 양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체외진단키트는 4000원 수준이고,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경우 확진을 위해 추가로 진행해야 하는 RNA 검사가 평균 3만원대이다. 즉, C형 간염 여부는 4000원만 투자해도 확인이 가능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C형 간염 양성 여부를 판별하는 체외진단키트는 검사 비용은 평균 4000원 정도로 브랜드 커피 한 잔 값보다 저렴하고, 검사 방법은 당뇨 수치 검사처럼 가벼운 채혈만 하면 돼 매우 간단하다"고 밝혔다. 그는 "C형 간염 검사는 커피 한 잔 값으로 평생 걱정 하나를 덜어내는 일이다"고 말했다.
장재영 교수는 "C형 간염은 간경화, 간암 등 중증 간질환자가 되어서야 발견되기에 문제가 된다"라며, "56~65세인 사람, 비위생적인 침습시술을 한 사람 등 대한간학회가 제시한 C형 간염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C형 간염검사를 해보길 강력히 권한다"고 말했다.
대한간학회는 HCV 항체검사가 필요한 C형 간염 고위험군으로 ▲공여자의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시행되기 전에 혈액이나 혈액성분 제제를 받거나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 ▲정맥주사 약물남용자 혹은 그러한 과거력이 있는 경우 ▲혈액 투석 환자 ▲HIV 감염자 ▲혈우병 환자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와 성적 접촉을 가진 경우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에서 태어난 어린이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인 혈액에 오염된 주삿바늘에 찔리거나 점막 노출된 보건의료 종사자를 지정하고 있다.
특히 마약류 정맥주사 약물남용자 혹은 과거력이 있는 자는 C형 간염 유병률이 매우 높아 C형 간염 검사 강력 권고대상자에 속한다. 대한간학회 발표에 따르면, 2007~2010년 사이 국내 318명의 정맥주사 약물남용자에서 C형 간염(HCV) 항체 유병률은 48.4%였으며, 양성자 중 98.1%에서 HCV RNA 양성이었다. 정맥주사 약물남용이 아닌 코카인 흡입관을 공유하는 경우라도 C형 간염 유병률은 정맥주사 약물남용자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형 간염은 국가검진에 도입하는 게 가장 비용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지난 2017년과 2020년 대한간학회에서 진행한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국가검진을 통해 모든 국민이 평생에 1회라도 C형 간염 검사를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비용효과성이 크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