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박 15일 유럽 투쟁 마친 특사단 “장애인권리 약탈에 맞선 투쟁 계속될 것”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서 포체투지, 영화제, 면담 등 진행
루브르박물관, 판테온 광장 등 주요 관광지에서 다이인 행동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 2주년 토론회 참석해 탈시설 당사자 발언하기도
“특사단의 유럽 순회는 마무리됐지만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아”
8월 29일, 특사단이 프랑스 파리 판테온 광장에서 네팔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김소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파견한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아래 특사단)이 유럽 도시에서 14박 15일간의 투쟁을 벌이고 지난 8월 31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40여 명의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특사단의 유럽 투쟁은 2만 3천여 명의 시민 모금을 통해 모인 8천여만 원의 후원금으로 진행된 전장연의 첫 해외 원정이다.
특사단은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순회하며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현실을 알렸다.
8월 28일, 휠체어를 이용하는 특사단원들이 프랑스 파리 도로를 막는 ‘그린라이트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8월 28일, 휠체어를 이용하는 특사단원들이 프랑스 파리 도로를 막는 ‘그린라이트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각국서 포체투지, 영화제, 면담 등 진행… 유럽에 한국 장애인 현실 알려
특사단은 14박 15일 동안 주말을 제외한 매일 아침 유럽의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하고, 오전 선전전을 진행했다. 한국대사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판테온 광장·리퍼블리크 광장 등 주요 관광지에서 기자회견과 ‘다이인(die-in) 행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으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특사단은 이를 비장애중심사회의 억압과 고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차용했다.
8월 29일, 특사단이 프랑스 파리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하철 행동 후 다이인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8월 28일, 특사단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는 각각 베를린한국장애인인권영화제와 파리한국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했다. 영화제에서는 장호경 감독의 ‘우리는 노동자다’,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 ‘감염병의 무게’와 민아영 감독의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가 상영됐다. 많은 교민과 시민들이 참석해 각국의 장애인의 삶과 현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특사단은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탈시설권리와 관련한 각국의 주요 단체와 전문가들을 만나 장애인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8월 27일, 파리단편영화협회에서 파리한국장애인인권영화제가 개최됐다. 사진 김소영
8월 20일, 특사단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장애인자립생활지원단체 율로바(ULOBA)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시설은 ‘선택지’ 아냐”… 유엔 본부에 목소리 낸 탈시설 당사자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정혜란 한국장애포럼 활동가는 지난 8월 2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 2주년 토론회에 참석하여 한국의 탈시설 정책에 대해 증언했다. 이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거주시설과 집을 왔다 갔다 하며 살다가 32세에 자립했다. 자신이 당연하게 여기던 ‘차이’가 ‘차별’임을 깨닫고 장애인인권운동을 한지 25년째이다.
8월 28일,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와 정혜란 한국장애포럼 활동가가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진행된 유엔탈시설가이드라인 2주년 토론회에 참석하여 한국의 탈시설 정책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사진 생중계 캡쳐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장애인 탈시설에 ‘천문학적 세금이 든다’ 대한민국의 수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가 제정된 지 2년 만에 폐지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과 조례가 바뀌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입맛대로 해석되는 게 현실”이라며 “‘천문학적 예산’은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확대에 사용되고 있다. 탈시설 시범 예산은 59억뿐이지만 시설 유지 예산에는 그의 112배 규모의 돈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설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당연히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귀국한 특사단 “장애인권리 약탈에 맞선 투쟁 계속될 것”
특사단의 유럽 순회 일정이 마무리된 지난 8월 31일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귀국 환영식이 진행됐다.
특사단으로 파견됐던 박선희 양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연대를 통해 힘을 모으고자 유럽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돌아왔다”며 “특사단의 유럽 순회는 마무리됐지만 우리의 투쟁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탄압에 맞서는 투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