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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성의 내남자
글쓴이 : 유워레
수인이는 언제나처럼 U마트로 들어섰다.
이곳에서 수인이가 하는 일은 2년 전 그날처럼 출력된 품목을 보고 장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2년 전과 달라진 것은 수인이의 머리카락이 좀더 자랐다는 것과 오늘이 마지막 근무일이라는 것이다.
수인이는 2년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U마트에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
수인이 또래의 사람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근무를 했지만 수인이에겐 그 돈은 생활비였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수인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키가 170cm에 매우 예쁜 얼굴을 갖고 있었지만 오른쪽 다리를 절었고 그것은 일반적인 직장은 그녀를
윈치 않는다는 뜻이었다.
수인이가 날 때부터 다리를 전건 아니라고 한다.
그녀가 기억에도 없는 엄마와의 산책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란다.
엄마는 그 사고로 돌아가셨고 수인이는 장애인이 되었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단둘이 이 고단한 삶을 살아내야 했다.
수인이의 아빠는 어디 있을까?
수인이도 그게 늘 궁금하다.
수인이 기억 속에 희미한 아빠는 수인이를 외할머니에게 데려다주고 10밤이 지나면 데리러 온다고 말했었다.
그때 아빠가 손에 쥐어줬던 곰돌이를 버리던 날 수인이는 10이라는 숫자를 정확하게 배웠던 날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그 10밤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는 걸 알았지만 방구석에 1부터 10까지 써가던 마지막 날
수인이는 그 인형을 버렸다.
그리고 수인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외할머니는 수인이 곁을 떠났다.
수인이가 기억하지 못하는 외삼촌과 외숙모가 오셔서 장례를 치르시고 돌아가셨다.
얼굴만 아는 이모의 연락을 받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모는 장례식장에 오시지도 않았다.
수인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수인이는 더 이상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인이는 그날이 생일이었다.
2월 15일...
수인이에게 그해 2월 15일은 생일이 아니라 이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나이란 뜻이었다.
큰 회사는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하는 규정이 있다면서 소개해 준 복지사님과 함께 U마트로 면접을
보러 왔었다. 이가 맡은 업무는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품을 담아 배송기사에게 넘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첫 월급을 받을 무렵 수인이는 정확하게 이틀에 한번 같은 품목을 구입하는 특이한 손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재미있는 손님은 매주 월, 수, 금 마트의 배송 마지막 시간인 밤 10시에 물건을 받겠다고 주문을 해왔었다.
그 주문지를 보면서 이정도 물건이면 그냥 나와서 사거나 일주일치를 모아서 사는게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꼬박꼬박 배송비와 구매대행수수료를 지불하는 이 사람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가끔 반복되는 그의 물품구입에 처음보는 물건이 추가 되었다.
그렇지만 곧 그것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의 식단까지 알게 되었다.
석달에 한번 24롤 Y사에서 나온 3겹 물에 잘 녹는 화장지를 사용하고 한달에 한번 30개들이 B사의 일회용
면도기를 같은 회사 치약 1통과 함께 주문한다.
그리고 두달에 한번 식기세척기용 주방세제가 들어가는데 반드시 Z사의 레몬향으로 700ml 리필이다.
지난번 주문한 식도는 C사의 백합도였는데 보나마나 이건 아마 일년 전에 똑같은 구매가 있었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식품구매에 있었다.
그의 식단까지 알고 있다는 건 이 식품구매 대행에서 알 수 있다.
월,수,금 요일별로 주문하는 식품은 매번 똑같았으며 정확히 이틀 분 씩을 구매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한번은 외식을 하는게 아닐가란 생각도 들었다.
그는 후레이크를 한달에 한통 먹었다. 그리고 양파는 한달에 2망을 먹었고 우유는 주문을 하지 않는다.
치즈를 먹는걸 보면 유제품 알러지는 없을 거 같고 아마 신선하게 매일 배달을 시켜 먹을 것이다.
그렇게 그의 물건을 포장하다보면 수인은 그가 궁금해졌다.
사는 재미가 별로없던 수인이에게 그는 정말 별난사람이면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수인이는 그 물건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2년째 그의 물품 구매 대행을 했다.
그 많은 구매자들 속에서 그는 수인에게 특별했다.
그리고 그렇게 꼭 맞춰놓은 틀 안에서 살아가야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마지막 포장이니 오늘은 좀더 특별해도 좋지 않을까?
수인은 영수증 뒷면에 편지를 써내려갔다.
손님...
늘 드시던 A사의 몽뜨르가 단종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새로 업그레이드 되어 출시된 몽뜨르는 전에 그 맛이 아니죠?
O사의 수랑을 추천해 드릴게요. 맛이 상당히 비슷해요.
저 오늘이 마지막 근무라 인사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어깨를 으쓱하고 그걸 지워버리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이미 볼펜으로 쓰지 않았는가...
수인은 그 영수증에 투명테잎을 붙여 여느 때처럼 장을 본 박스 안쪽으로 붙였다.
그의 특이한 쇼핑품목들의 규칙을 알았을 때부터 왠지 꼭 같은 자리여야만 할거 같아서 언제나 붙이던
정중앙에 마지막으로 그 영수증을 붙이니 시원섭섭했다.
새로 옮겨갈 부서는 이제 이렇게 고단하게 카트를 끌고 여기저길 헤매이지 않아도 된다.
내근직을 발령받아 기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 마지막 포장을 하려니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
다음날 수인은 발령받은 새부서로 출근을 했다.
계약이 끝난 여직원들을 모두 정리한 자리에 수인이 들어왔다고 한다.
아직 계약이 남은 여직원들은 마치 수인이가 그 둘을 몰아낸 것처럼 쌀쌀맞다.
두명의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것도 벅찼고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 허둥대는 수인이를 좀처럼
도와주지 않는다. 거기다 다리가 불편한 수인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나 불편하다.
첫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새로 사람이 들어왔다며 다함께 버섯매운탕을 먹으러 갔다.
수인의 장애가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것 처럼 방으로 들어가려던 부장은 수인이가 불편할 테니
밖의 테이블에서 먹자고 말했다.
그리고 수인이 바쁜 식당 아줌마를 대신해 물을 가지러 가기 위해 일어났을 때 과장은 다리가 불편한
수인이는 앉아있고 대신 갔다오라며 수인 옆의 여직원을 시켰다.
그리고 수인이 버섯매운탕을 덜기 위해 국자를 잡았을 때 대리는 몸도 불편한데 자신이 떠준다며 국자를
빼앗아갔다.
수인이 묵묵히 첫숟갈을 들어 그 뜨겁고 쌉싸름한 국물을 입에 넣었을 때 한 남자가 들어왔다.
모두들 그를 대리님, 과자장님, 부장님이 아닌 그저 ‘인석씨’로 불렀다.
그도 수인이처럼 무슨씨로 불렸지만 수인이처럼 하찮은 존재는 아닐 것이다.
수인은 다른 사람들이 수선을 피우며 그를 반기자 그저 가벼운 목인사를 했다.
그가 수인의 빈 옆자리로 와서 앉았고 수인에게 말을 걸었다.
“박수인씨?”
“네,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지내요! 옆자리 이인석입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자 그는 위아래로 손을 흔들었다.
잠시 뒤 식당을 나설 때 수인의 다리 저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악수한 걸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사람들은 장애가 옮는 병인줄 아는 거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수인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이 아침에 수인이는 출근을 위해 일어났다.
출근 시간이 9시 반이지만 수인이는 8시 40분까지 갈 생각이다.
일주일 전에 8시에 갔더니 여직원들이 앞으론 8시 반 이후에 오라고 말했다.
수인은 언제나 자신의 출근시간보다 2시간 정도는 먼저 출근을 해서 일하던 버릇이 있어서
무심코 일찍 갔는데 다른 여직원들 비위가 상했나보다.
아마 보통 발을 가진 사람들은 20분쯤 늦게 나가도 될지 모르지만 수인이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20분이
더 필요하다. 수인이가 보통 사람과 같은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고작 20분이다.
그 20분의 차이로 수인은 특별하고 따가운 시선을 견디어야 한다.
처음 본 사람들은 그저 수인이가 다리를 다쳤나란 생각을 잠시한다.
그녀에게 다가와 길을 묻기도 한다. 그렇지만 안쪽으로 15도 이상 기울어진 발끝을 보면
그녀가 장애인이란 생각에 물러난다.
때론 그녀의 길 안내를 다 듣고 때론 그녀의 길 안내가 시작 되기도 전에...
그런 생각들을 하며 버스에 올라 U마트 앞에서 내려 사무실로 올라갔다.
남들은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수인은 이 계단을 이용해 두 발로 걷는다.
그건 수인이가 U마트에 입사하고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고 물건을 들고 있지
않는 한 계단을 이용하던 습관은 아직도 그녀에게 남아있다.
“왔어요?”
인석이란 사람이다.
“네.”
“출근이 빠르네. 참, 이것 좀 부장님 자리에 가져다 놔줄래요?”
“네?”
“미안해요! 나 들고 올라올 샘플을 차에 놓고 왔어요.
좀 있다 다른 부서에서 긴급회의 있거든요.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면 시간도 걸리고 수인씨 짐도 없는데 좀 들어주죠?”
“그럴게요.”
그에게서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네받고 그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것을 지켜본다.
복사지 하나 들리는 것도 무슨 큰 일처럼 구는 사무실 사람들과 달리 제법 묵직한 상자를 수인에게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는 그가 고마웠다.
수인은 그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며 표정이 밝아진다.
수인이 앉아있는 옆자리로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 인석이 왔다.
그와 나란히 앉아서 근무하는게 아까 잠깐 그의 짐을 들어준 이후로 썩 마음에 든다.
인석은 씨익 웃으면서 캔커피를 수인의 책상 위에 놓는다.
“이건 택배비!”
수인이 미소짓고 그 캔커피를 막 따려고 하는데 부장님이 전화를 내려놓고 수인이를 부른다.
어이없는 표정이다.
“수인씨! 지금 매장 좀 가야겠는데.”
“네?”
“수인씨가 꼭 포장해서 보내줄 뭔 대행을 해야한다네? 그게 뭐야?”
“구매대행... 아... 그 손님...”
수인이 일어나면서 인사를 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수인은 전에 일하던 부서로 가서 담당자에게 인사를 하고 주문서를 받아 물건을 담았다.
수인은 냉장과 일반 물건을 구분해서 두 상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담당자에게 가서 지금 담았으니 한 박스는 냉장고에 보관 했다가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두 상자에 당황할 그를 위해 조금 전에 영수증 뒤에 두 번째 편지를 썼었다.
손님...
제가 부서를 옮겨 3시간 전에 퇴근을 합니다.
배송직전에 냉장고에서 나가도록 한 상자는 냉장품을 담았고
다른 상자는 비냉장품을 담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수인은 인사를 하고 퇴근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다 앞으로 저 손님의 물건을 매번 싸러 내려와야 하는지 묻기 위해 다시 담당자에게 돌아갔다.
“저기...”
“응, 수인씨. 왜?”
“근데... 저 왜 불렀어요?”
“그게 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는데 위에서 난리가 났다더라구.
그 사람 주문 중에 두어가지가 다른 회사 제품이었다고...
대충 쓰지... 무슨 사람이 까다로운지...
그리고 그 사람이 항의 전화 한 통 했다고 그 난리가 나는 것도 우습고...”
“그럼, 저 수요일도 이리로 오면 되나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 난 잘 모르겠어.
차장님이 아마 따로 전화하지 싶다. 아무튼 오늘 수고했어!”
“네...”
그날 저녁 수인의 낡고 작은 방에서 수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근무시간이 변경되었거나 준비사항을 통보하기 위해 오전에 걸려오는 전화는 있었지만 그 시간에는
처음으로 울리는 전화였다. 수인은 잘못걸린 전화일거란 생각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박수인씨 되십니까?-
“네. 누구시죠?”
-전 김진우변호삽니다. 좀 뵙고 싶어서 그러는데 내일 오전에 시간 괜찮으신지요?-
“근무를 해야해서...”
-그건 걱정 마십시오. 내일 오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박수인씨! 찾는 사람이 많다! 지금 지하2층 카페로 가도록!”
“카페요?”
“그래. 어서가봐!”
신경질 섞인 부장의 말투에 수인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보니 어제 져녁에 걸려온 전화가 있어서 휴대폰을 책상 위로 꺼내 놓았었다.
연락이 오면 근무 중이라 곤란하단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을 오라고 하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을 소요하며 수인은 카페에 들어섰다.
누굴 찾아야 할지 몰라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긁었다.
수인이 생각할 때 하는 버릇이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왼쪽으로 있는 테이블에서 잘생긴 사람이 일어나 다가와 수인을 오래 전부터 알았던 듯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박수인씨, 안녕하세요. 제가 김진우입니다.”
그가 안내한 테이블로 향해 자리에 앉았다.
그는 수인의 불편한 다리로 단 한번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녀가 좀더 오랜 시간이 걸려서 자리에 앉자 그저 맞은 편 자리에 앉았을 뿐이다.
한참 설명을 듣던 수인은 어이가 없다.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잠시 긁던 수인은 입을 열었다.
“어이없군요. 전 그 손님을 알지 못해요. 그만 돌아갈게요.”
“한달에 천만원이면 만족스런 액수 아닙니까?”
“천만원?”
일어서려던 수인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이마를 긁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손님하고 결혼을 하고 그 분이 그 계약을 끊내기 전까지 매달 천만원이란 말씀이신가요?”
“네. 계약서에 싸인을 하시면 바로 1년 뒤에 인출이 가능한 1억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수인씨가 원하면 1년 후엔 이 결혼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구요.
법적으로도 혼인신고가 되는 계약이니까 물론 수인씨는 이혼녀가 되는 겁니다.”
“이혼녀요...”
“조금 곤란한 제안이었죠? 무례했다면...”
“아니요, 할게요.”
“네?”
“할게요. 이혼녀... 저 괜찮아요.”
“이제 21살인데 그 친구 성격에 이 결혼은 한두달 후면 끝날겁니다.”
진우는 그녀가 일어서는 걸 막았던 사람이 맞는지 싶게 수인의 결심을 번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자신이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어린아가씨가 철없는 결정을 하는게 걱정스럽다.
그렇게 누군가를 걱정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인성의 부탁으로 그녀의 입사서류를 훝어보았을 때
알 수 없는 동정심이 잠시나마 일었던 탓일 것이다.
“아뇨. 계약서에 서명할게요. 주세요.”
수인은 진우에게 계약서를 받아서 서명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진우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죠?”
“퇴사처리가 되실 겁니다.
지금 바로 댁으로 가셔서 간단히 짐을 꾸려 저와 함께 이인성씨의 집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수인은 담담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늦게 일어난 진우를 따라 진우의 차가 주차된 지하 3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다리를 고쳐볼 요량으로 할머니가 중학교 시절 데리고 갔던 병원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늘상 있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자 사춘기가 시작된 수인은 울고 불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엄마를 원망했었다. 그리고 밤새 그 울음과 원망을 들으신 할머니가 병원을 데려 갔었다.
“이 상태면... 수술을 해도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비용도...”
너무 어려서 수술을 하기 힘들었던 것도 맞지만 이젠 너무 오래 방치되어서 수술을 하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생활보호대상자이던 할머니 형편에 수인의 수술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인은 지난 2년간 집세와 생활비를 빼고 열심히 모았지만 아직도 몇백만원을 모으지 못했다.
7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집세를 내고 나면 20여만원이 남았는데 그중 가스비와 전기비, 그리고
수도료를 내고 식비를 제하고 나면 모을 수 있는 돈은 10여만원 남짓이었다.
장애인보다는 이혼녀로 사는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억이라면 그녀가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금액이다.
TV속에서 가끔 나오던 그 금액이 실제로 수인에게 주어진다면 그녀는 지금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져 날마다 술먹은 주정뱅이 이웃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잠드는
밤들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그녀에게 구원같은 이 제안을 해준 이인성이란 사람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인성의 집은 무척 거대했다.
온통 하얀색인 그 건물은 예쁜 정원을 갖고 있었다.
지붕은 살구빛으로 된 돌로 되어 있었는데 이국의 바닷가에서나 보더 그런 건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집으로 들어가기 위해 높은 담장이 있는 대문을 지났다.
그러자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잔디와 나무들이 있었고 저 멀리 현관까지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차로 집에 들어가야하는 집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게 신기했다.
현관 앞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사람좋게 생긴 아저씨가 문을 열어 주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한 그가 자기 소개를 했다.
“김집사입니다. 들어가시죠.”
특이하게 그는 집안으로 들어가는게 아니라 밖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상대가 받았는지 ‘웅’하는 느낌의 소리가 들리자 그는 입을 열었다.
“사모님과 김변호사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곤 이미 열려있던 현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가라는 몸짓의 인사를 한다.
그들이 들어서자 넓은 로비가 보였다.
무슨 호텔의 로비처럼 생긴 그 곳에 하얀 소파들이 놓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가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긴 소파는 10명씩 앉기에도 넉넉해 보였다.
그리고 하얀 탁자 위에 정확하게 놓여진 신문도 보였다.
눈을 들어보니 이층으로 가기 위해 양쪽으로 올라는 계단이 보였다.
저 계단은 1층의 양쪽 끝에서 시작해서 가운데에서 만날 듯 다가섰다가 다시 2층으로 흩어졌는데
마치 마주보고 있는 하프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정 중앙에는 이세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너무나 멋진 바다의 풍경이 담긴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 가운데로 어떤 남자가 걸어와 섰다.
순간 그림과 겹쳐지면서 그 남자가 그 바다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위 아래로 하얀옷을 입은 그는 키가 매우 컸다.
두 손을 벌려 2층의 하얀 난간을 잡고 서있는 그가 매우 잘생겼다는게 신기했다.
설마 저 사람이 이인성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멀쩡한 사람이 절름발이 아내를 원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왔다. 이쪽이 박수인씨야.”
“그래.”
“내려오지 않을래?”
“그냥 여기 있을게.”
“그래. 그럼. 수인씨 우리 저쪽에 앉죠.”
아까 보았던 새하얀 소파를 가리키자 둘은 그 곳으로 향했다.
특이하게 출입구를 등지고도 소파가 있다고 생각했더니 그 자리에 앉아 이인성을 올려다 보아야만 했다.
“다리를 심하게 저는군...”
“인성아, 실례잖아!”
“니가 말했던 것보다 심한거 같아서 말야.”
“수인씨가 이해해요. 저놈이 말하는게 원래 그래요.”
“네...”
“방 안내해주고 규칙은 화장대 위에 있다고 전해주고 다리는 최대한 절지 말아달라고 해줘.
내 증세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그럼 난 들어간다.”
그 말만 남기고 그는 휙 왼쪽편으로 사라졌다.
진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마를 긁고있는 수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올라가죠. 방 안내할게요.
참, 수인씨는 오른쪽 계단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방도 그쪽이구요.”
앞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상당히 많아보인다고 생각하면서 수인은 진우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그 계단을 다 오르자 오른쪽으로 예쁜 복도가 보였다. 온통하얀색의 그 복도에는 예쁜 그림들이 많았고
긴 복도 사이로 방문들이 있었다.
“첫 번째 방은 수인씨 개인 응접실입니다.
손님은 없었으면 좋겠고 오더라도 반드시 1층만 사용해 달라더군요.
여긴 그냥 수인씨가 쉬는 용도로만 써달랍니다.”
“그리고 맞은 편 방은 진우에게 속해 있으니 여실 필요 없습니다.”
“네...”
수인의 개인응접실이 얼마나 크길래 복도가 이렇게 길까란 생각을 하고 나아갔다.
진우가 복도 끝으로 있는 방 문을 열자 여전히 하얀색이지만 무척이나 아름다운 방이 보였다.
온통 하얀색 레이스로 된 커튼과 이부자리가 보였고 침대 옆으론 쇼파와 탁자가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대리석으로된 화장대가 보였고 그 위로 온갖 고급화장품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 욕실로 향하는 중간문을 열자 열린 욕실문으로 안이 보였다.
수인이 살던 방보다 3배쯤 큰 욕실이 보였다.
그 안에 욕조는 딱 수인이 방 만했다.
그리고 욕실문 맞은 편 문을 열자 옷방이 보였다.
수인이에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색색의 옷들이 걸려있었다.
그중 특히 흰색이 많아보였다.
“급하게 꾸미느라 어수선하죠? 방은 다 보셨고 그럼 규칙을 한번 보시죠.”
화장대로 다가가 정확하게 정중앙에 놓여있던 A4용지를 들고 다가왔다.
대략 10장 정도 되어보이는 그 빽빽한 내용을 훝어보고는 진우가 입을 열었다.
“결국...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과 수인씨에게 속한 공간 외에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
그리고 전에 보던 장을 봐달라는 것... 그건 뭘 언제 사야하는지 9페이지부터 나와 있군요.
앞에 목차가 있으니까 찾는데 어려울 건 없어 보입니다.
음... 수인씨가 직접 읽어보는게 낫겠군요.
그럼 쉬세요. 전 가보겠습니다.”
진우가 인사를 하고 그 용지를 삐딱하게 화장대 위에 올리고 나갔다.
배웅을 하려고 따라나서려하자 진우가 고개를 저어 보이고 문을 닫았다.
수인은 그 용지로 다가갔다.
첫 페이지에 -결혼생활 유지를 위한 규칙-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장을 넘기자 목차가 보였다.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기자 수인은 눈이 커졌다.
몇장을 더 넘겨보고 수인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길고 긴 내용들에도 놀랐지만 모든 문장이 정확하게 한 줄 안에서 끝났고 처음과 끝의 길이가 일치했다.
이렇게 쓰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쩜 정말 피곤한 한달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각으론 그녀가 버틸 수 있는건 아마 한 달 혹은 한 주 혹은 하루 이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조만간 이인성이란 사람이 자신에게 ‘나가!’를 외칠거란 확신이 들었다.
수인은 자신이 손에 들고 온 가방 안에 옷들 중 하나를 꺼내 갈아 입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벨이 울리자 두리번 거렸다.
화장대 위에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다.
그 앞에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이 깜박거린다.
눌러보았다.
“식사하러 내려 오시랍니다.”
“네...”
수인은 상대방이 들었는지는 모르는 대답을 하고 서둘러 내려갔다.
로비로 가자 수인의 복장에 조금 당황한 듯한 김집사가 보였다.
김집사의 안내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긴 대리석 식탁 끝에 이인성이 앉아 있었다.
반대쪽 끝에 수인의 자리로 보이는 곳에도 음식이 놓여 있었다.
수인이 그 의자로 다가가자 김집사가 의자를 빼주었다.
수인은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인사를 하고 김집사는 황급히 식당을 빠져나갔다.
“옷이...”
“왜요?”
“갈아입고 와줬으면 좋겠어. 규칙 4페이지 5번째 줄 읽고 와.”
수인은 조용히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4페이지를 펼쳤다.
5번째 줄은 자신과의 식사 자리에는 반드시 하얀색 옷을 입고 오라는 것과 그 아랫줄에는
참고로 가지고 온 옷이 있다고 해서 자신에게 보일 생각은 말라는 이야기였다.
수인은 옷방으로 들어가 하얀 옷 중 아무거나 골라 입었다.
하얀색 원피스였는데 수인의 치수에 딱 맞아서 깜짝 놀랐다.
수인은 거울에 대충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왔다.
이인성은 별다른 불만이 없는지 식사를 시작했다.
수인은 국을 먹으면서 혹시 이인성이 소리가 난다고 숟가락이라도 던지진 않을까 조심 조심하며
불편한 식사를 이어나갔다.
밥을 다 먹고 이인성이 벌떡 일어나 식당을 사라지자 수인은 비로서 편안하게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다 끝내고 어떻게 치울까 고민을 하자 김집사가 나타나 그냥 올라가란 말을 했다.
수인은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러다간 소화 불량으로 병원신세를 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가급적이면 이인성을 피하기 위해 수인은 최선을 다했다.
식사 시간을 빼곤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처음 와서 월요일이기에 장을 보러 나가려던
수인이에게 인성이 훌륭한 장보기대행을 구했으니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9-10페이지 한 장의 규칙이 사라져서 수인은 매우 기뻤고 외출할 기회가 사라져서 조금 슬펐다.
가끔 개인응접실에 가서 보고 싶은 책은 한 두권 가져다가 읽기도 했지만 이미 자신의 방에 편안한
소파도 테이블도 다 있어서 그 곳에 앉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게 조심하며 보내자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언제나처럼 이른 저녁식사로 가벼운 배고픔을 느끼고 수인은 조용히 1층으로 향했다.
집에서 가져온 편안한 츄리닝 복장이었다.
주방에 냉장고를 열면 간단한 간식들이 꽤 많았다.
아마 이인성의 것일지도 모르지만 김집사가 먹고 싶은 것은 맘대로 꺼내 먹어도 된다고 했으니
별 탈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한달 중 처음 일주일만 꾹 참았을 뿐 매일 이 음식들을 먹었다.
오늘은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3개 중 하나를 꺼내어 돌아섰다.
다시 쥬스도 마셔야지 하는 생각에 작은 쥬스병을 하나 꺼내어 문을 닫고 돌아섰다.
그리고 수인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이인성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란 인사는 처음 보거나 오랜만에 본 사이에 하는 걸텐데...”
“그렇죠... 아님 어렵거나...”
“내가 어렵다는 뜻?”
“... ...”
수인은 조용히 식탁에서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쥬스병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다.
냉장고를 열어 샌드위치와 수인이 골랐던 오렌지 쥬스를 꺼내 든 인성이 맞은편에 앉는다.
“왜 안먹고 있지?”
“여기서 드시게요?”
“그럴까 하는데...”
“전 올라가서...”
“그냥 여기서 먹지 그래.”
“네...”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는다.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며 이인성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녀 앞에 오렌지 쥬스 병을 열어서 내려 놓는다.
수인이 그걸 들어 한모금 마신다.
목이 마르진 않지만 꼭 마셔야만 할거 같다.
“편하게 먹어.”
“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이인성은 조용히 샌드위치를 한번 바라보고 입에 넣는다.
그리고 쥬스병을 열어 입에 대고 마신다.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 남편 나이도 몰라?”
“알려준 적 없잖아요.”
“계약서에 있었어. 주민등록번호.”
“잘 읽지 않아서... 너무 깨알같이 많더라구요.”
“33살”
“보기보다 많네...”
“또 궁금한건?”
“없어요...”
“혈액형은 B형이고 약간의 결벽증과 강박증을 갖고 있어.
대인기피증과 고소공포증이 있고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특별히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없고 특별히 싫어하는 건 시끄러운 거하고 지저분한거야.”
“네...”
“너는 어떤 사람이지?”
“전... (꼴깍) 조금 지저분하고 조금 사람을 좋아하고 높은 델 가본 적이 없어서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말이 별로 없어요...”
“롤러코스터 타면 무서워, 안무서워?”
“타 본적이 없어요.”
“바이킹은?”
“없어요.”
“설마 회전 목마는 타 봤지?”
“... ...”
“너 놀이공원 가본 적 없어?”
“네...”
인성은 더 이상 대화를 하기 싫은지 샌드위치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쥬스를 마저 마셨다.
맨손으로 빵을 만진게 싫은지 손을 쳐다보고 씻으러 가는지 황급히 식당을 벗어났다.
수인은 휴하고 비로서 맛있게 샌드위치를 먹고 쥬스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는데 무심하게 이인성이 말했다.
밥 먹고 편안한 옷으로 입고 오라고 그렇지만 집에서 가져온 옷은 안된다고 말했다.
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후 수인이 옷방에 걸려 있는 옷 중 청바지에 하얀셔츠를 입고 내려오자 하얀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인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선글라스가 끼워져 있었는데 수인을 보자 그걸 빼서 김집사에게 건넨 후 문을 열고 나갔다.
수인은 오른쪽 계단을 이용해 김집사에게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대기된 고급승용차 운전석에 올라타 있는 인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지 않자 수인이는 인성을 쳐다보았다.
인성이는 운전을 시작하기 전 습관인지 후후 숨을 한번 몰아쉬고 오른손을 꼼지락거리더니 기어를 넣고
출발을 시켰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 조금 갑갑하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 차들이 빵빵거리자 수인은 조금 창피했다.
그런 수인의 표정을 보고 인성은 차에 속도를 높여 여느 차들과 맞췄다.
둘은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자유이용권을 손목에 채워주려고 도우미가 다가오자 인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대로 돌아가자고 말할거 같았다.
수인은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냥 받아드리기로 결심을 했다.
그런데 인성이 수인에게 입을 열어 말한 건 달랐다.
“니가 해.”
수인은 자유이용권을 도우미에게 받아서 환하게 웃으며 인성의 왼쪽 손목에 걸어주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자신의 오른쪽 손목의 자유이용권을 내밀어 보이곤 인성의 팔에 크로스를 시켰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돌아서며 크로스 시켰던 손이 서서히 멀어지며 수인의 손끝이 인성의 왼쪽손 위를
지나칠 때 인성이 그대로 손을 잡았다.
갑자기 잡힌 오른손으로 수인이 휘청 뒤로 물러서졌다.
인성과 나란히 손을 잡고 놀이공원 입구에 서서 마주보고 있는게 어색했다.
인성은 앞을 보고 약간 긴장한 얼굴로 수인의 손을 잡은 채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
무슨 전쟁터라도 나가는 표정이다.
그 표정이 우스워 수인은 큭큭 웃었다.
인성은 그렇게 잡은 손을 놀이기구 서너개를 타는 동안 풀어주지 않았고 그 손은 롤러코스터를 탈 때 풀어졌다.
수인도 무서웠지만 진짜 곧 어떻게 될 사람처럼 악을 쓰는 인성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롤러코스터가 멈췄을 때 눈가에 눈물도 살짝 맺힌 인성을 보며 수인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해요... 하하하... 정말, 미안해요...”
“고소공포증은 없구나.”
그렇게 말해놓고 인성이 가버렸다.
수인은 쪼르르 인성을 따라 갔고 화를 내는 인성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꾸가 없어서 수인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인성의 왼손을 슬쩍 잡아 보았다.
잠깐 멈춰서 수인이 잡은 손을 살짝 보던 인성은 그대로 풀지 않고 걸었다.
놀이공원에서 팝콘과 솜사탕 그리고 콜라를 나눠 마셨고 야간 불꽃놀이까지 보고 나서야 인성은
집으로 가자고 말했다.
인성은 아까와 다르게 편안하게 차를 출발 시켰고 신나게 놀았던 수인은 그만 잠이 들었다.
인성이 집으로 도착해서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수인을 잠시 바라보았다.
깨울듯 어깨로 손을 뻗던 인성은 수인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치워 감긴 눈을 보고는 그대로 내렸다.
아무도 없는 집의 현관문을 열고 자동차 문을 열어 수인을 안아들고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우녀석이 오늘도 왔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수인과 즐겁게 자신의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진우녀석의 저 눈빛은 위험하다.
전에도 진우가 저런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는 걸 본 적이 있다.
진우를 보기 좋게 퇴짜를 놓고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혜숙이를 바라보던 눈빛이다.
인성은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건 산책이 아니고 데이트다.
그냥 둬선 안된다.
인성은 제빨리 방을 나섰다.
“하하. 그랬어요? 인성이가...”
“네. 샌드위치를 먹더니 쥬스를 벌컥 벌컥...”
“맨손으로?”
“맨손으로요!”
“그리고요?”
“다음날 놀이공원에 갔어요.”
수인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면서 볼을 발그스레 물들이고 있다.
이 여자는 지금 사랑에 빠진 모습을 하고 있다.
인석을 바라보던 혜숙이처럼...
최혜숙... 진우를 참 많이 아프게 하던 그녀였는데 그러고 보면 그녀도 인석이로 많이 아팠다.
진우는 요즘 다시 마음이 아프다.
수인이가 이 집에 들어오도록 그 계약서를 내밀던 날 그러지 말걸 그랬단 후회가 계속 들고 있다.
만난지 한달이 조금 지났지만 그녀에게 자꾸 빠져드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인성에게 매일같이 회사의 상황을 보고하러 들어오다보니 자연스레 수인이를 만나게 되고 수인이는
사람이 그리운지 진우에게 재잘재잘 말도 잘한다.
그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은 세상을 다 밝히는거 같다.
다시 사춘기 소년이 된 기분이다.
그렇지만 그건 인성이 놈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부모님이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시고 강박증이 생겼던 인성이는 지혜를 만나 많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사랑하던 지혜가 떠나버리고 난 후 강박증과 결벽증은 악화 되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었다.
인성이 산책을 하는 1시간 동안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다녀가는 것 외에는 인성이는 혼자 였다.
그런 인성이가 자신을 위해 장을 봐주는 어떤 사람이 여자라면 결혼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가 막혔다.
그리고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7년 전 마지막으로 내보냈던 김집사를 다시 불러드렸다.
장난이 아니란 걸 알았다.
인성이 드디어 혼자라는 외로움을 벗어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터무니없는 제안을 수인에게 전했었다.
그리고 아마 인성이가 수인이를 좋아하는 건 사실인거 같다.
한 두달이면 끝나거나 그녀의 저는 발을 보기만 해도 끝나버릴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다.
불쌍한 고아아가씨 이혼녀가 되더라도 금전적으로 나쁘지 않은 조건이니까란 생각으로 인성이의 집에
그녀를 놓고 나오면서도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그녀를 내쫓긴 커녕 7년간 하지 않던 운전을 하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지혜랑 백화점도 가지 않던
녀석이 놀이공원엘 갔다.
그리고 손으로 팝콘과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한다.
이건 인성에겐 좋은 징조다.
그리고 그건 진우에겐 또다시 실연의 아픔을 감당하란 뜻이기도 하다.
“왔니?”
한눈에도 뛰어온 듯 보이는 인성이가 천천히 걸어온 듯 보이기 위해 느릿 느릿 다가오고 있다.
자식... 33년 불알친구를 속일려고 든다.
어디 한번 골탕 먹여볼까?
“수인씨! 위험해요.”
수인이가 그저 연못을 향해 조금 다가간거 뿐인데 진우 저자식이 수인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수인이는 저자식이 손을 잡았는데도 싫어하지 않고 웃으면서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있다.
둘다 괘씸하다.
“박수인! 들어가자! 진우야! 잘가!”
돌아서서 들어가는 인성의 뒤를 수인이가 불편한 다리로 총총총 따라가다 휘청한다.
멈춰선 인성이가 수인이를 향해 칠칠맞다고 한소리를 하고는 방금 진우가 잡았던 손을 잡고 멀어져간다.
진우는 약간은 씁쓸하고 부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문을 향해 돌아선다.
인성은 현관의 계단을 오르면서 수인이 ‘아아’하면서 멈칫거리자 수인의 발을 내려다본다.
방금 삐긋한 듯한 수인은 괜찮다고 하더니 괜찮지가 않은거 같다.
인성은 잡고 있던 수인의 손을 놓고 수인을 업어버린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소파에 앉힌다.
일어나려고 꿈틀하는 수인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여기 있어. 까불지 말고...”
잠시 뒤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와 수건을 들고 인성이 돌아온다.
그리고 수인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세운 한쪽 무릎 위에 뒤틀리고 다친 발을 올린다.
수인은 그 뒤틀리고 흉한 발을 인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내리려고 한다.
“까불지마!”
발을 다시 잡아 세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찜질을 해준다.
뜨거운 수건을 올려 놓고 무릎부터 발목까지 정성껏 만져준다.
저 걱정이 한아름 담긴 눈을 보니 수인의 다리가 흉하단 생각을 하고 있진 않는거 같다.
그게 너무 고맙다.
수인은 자신의 다리를 만지느라 숙인 인성의 얼굴에 언제나 단정하게 올빽으로 넘겨진
머리카락 한줄기가 흘러내리자 오른손 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해 넘겨줬다.
금새 또 내려오자 다시 잡아 이번엔 정성껏 넘겨주었다.
머리 넘기기에 열중해서 인성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다는 건 인식하지 못했다.
예쁘게 잘 넘어간거 같아 미소를 지으며 정신을 차리니 잘생긴 남편의 얼굴이 다가온다.
수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달콤한 키스로 살짝 떨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아무일도 없다는 듯 자신의 다리를 다시 마사지하고 있는 인성이가 보였다.
방금 내가 상상을 한건가?
그의 손길이 부드럽고 따뜻하다고 느끼며 스르르 눈이 감겨 온다.
수인이가 눈을 떴을 때 인성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 있는 자신으로 깜짝 놀랐다.
이미 어두워진 밖을 보며 얼마나 잤을까를 걱정하는데 인성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고 수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좀더 길고 좀더 달콤한 키스를 선물 받았다.
회사의 파티가 있는 날 자신의 아내를 데리고 참석한 인성이로 인해 파티장이 술렁였다.
하얀 연미복에 인성과 하얀드레스의 수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수인이 살짝 살짝 저는 다리로 관심은 더욱 집중 되었다.
수인에게 줄 샴페인을 가지러 인성이 자리를 비우자 수인은 살며시 벽에 기대어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막 파티장으로 들어선 인석이수인이를 보고 다가왔다.
“수인씨... 갑자기 결혼 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네...”
“어떻게 된거예요? 남자친구 있는 줄 몰랐네.”
“그렇게 됐어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예요?”
“남편도 이회사에 소속되어 있어요.”
그때 굳은 얼굴의 인성이가 다가왔다.
샴페인을 수인에게 건네주면서 화난 표정이다.
수인은 인성이 왜 화가 났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인성! 니가 밖엘 다 나왔네! 넌 3개월 형도 형인데 인사도 없냐?”
“작은아버지는 안녕하시지?”
“그럼. 나 요즘 U마트에서 바닥부터 배우고 있다.”
“그래? 그럼...”
수인이의 손을 잡고 돌아서려고 손을 내미는데 인석이가 수인이에게 말을 건다.
“수인씨, 결혼 했단 소식 듣고 내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아요?”
퍼억
갑자기 인성이 인석의 얼굴을 때렸다.
수인은 너무 놀라 인성에게 화를 냈다.
“무슨 짓이예요? 갑자기 사람을...”
그리고 뒤이어 인석이를 부축하면서 일으키고 있다.
인성의 눈 앞에서 인석이를 걱정하며 괜찮냐는 말을 반복해서 묻고 있는 수인이가 보기 싫다.
인성은 그대로 파티장을 벗어나 버린다.
진우가 급하게 다가와 인성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린다.
진우는 고개를 돌려 수인이를 찾는다.
알만하다.
인성의 사촌인 인석은 서글서글하고 좋은 녀석이긴 하지만 바람둥이로 소문이 자자하다.
진우의 그녀 혜숙이와 인성의 그녀 지혜까지 보기 좋게 인석이의 연인이 되었었다.
거기다 지혜는 인석에게 버림받고 세상까지 버렸다.
그게 벌써 7년 전 이야기다.
6개월간의 불같은 사랑을 나눈 인석은 이젠 지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을 했고 그녀는
그 충격으로 어리석게 세상을 버렸다.
인성의 작은아버지인 인석의 아버지는 아들이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여자 뒤만 따라다닌다고
아직까지 중요 직책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 인석이와 수인이가 나란히 있었으니 인성이 성격에 눈에서 불이 났을 것이다.
“수인씨, 인성이 화 많이 났던데 좀 가봐요.”
“네? 아! 네...”
수인이 자리를 비키자 진우가 맞은 얼굴을 비비고 있는 인석에게 말을 건다.
“인성이 부인한테 무슨 소릴 한거야?”
“인성이 부인? 하하. 인성이가 저 절름발이를 골랐다고?”
수인은 인성을 기다리던 벽 옆에 협탁 위에 자신의 크러치 백을 놓아둔게 떠올랐다.
너무 놀라서 잊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인성의 차가 보이지 않으니 그 백을 찾아서 택시를 타야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로 인석이에게 화가 났는지는 몰라도 자신에게 화가 난 이유는 빨리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다가 둘의 대화를 들었다.
수인은 불편하고 절뚝거리는 그 다리를 끌고 인석에게 다가갔다.
막 인석을 한 대 치려던 진우를 지나 인석의 뺨을 철썩소리가 나게 때렸다.
주변의 사람들은 연이어 맞고 있는 인석을 쳐다보았다.
수인은 자신의 크러치 백을 들고 그대로 파티장을 벗어 났다.
“뭐야! 저 절름발이가!”
퍼억
진우는 인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때린데 자꾸 때린거 같아서 미안하네. 먼저 간다!”
수인을 집에 데려다 주어야겠다고 서둘러 쫓아 나갔다.
그렇지만 진우는 수인이 보이는 반대쪽 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인성은 화가나서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곧 다리도 불편한 수인이가 혼자 어떻게 집에 올지 걱정이 되었다.
진우에게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할까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급히 U텬을 한다.
파티장 입구로 들어서자 절뚝이며 걸어나오는 수인이가 보인다.
눈에 눈물이 가득한게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급하게 그녀 옆에 차를 세우고 내린 인성은 말없이 수인을 꼭 끌어안았다.
수인은 인성의 등을 몇 대 치고는 인성을 안아 주었다.
인성은 차 문을 열어 수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걸 본 진우가 반대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는 걸 미쳐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선 인성은 수인이를 안아올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던 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걸어내려가신 이후로 한번도 이용해본 적 없는 오른쪽 계단을 이용해 수인의 방으로 갔다.
그리고 당연히 부부라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수인이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규칙 따위를 늘여놓은 서류를 내밀지도 않았다.
[인천공항 국제선 출발]
“같이 못가서 미안해...”
“괜찮아요! 배타고 미국까지 갈 순 없잖아요!”
“도착하면 전화하고 수술 날짜 잡히면 전화하고...”
“알았어요. 진우씨 기다려요. 다녀올게요.”
출국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진우에게 향하는 수인을 바라보며 인성은 마음이 짠하다.
처음 절고 있는 그녀의 발을 보는 순간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 방법을 문의 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함께 가야하는 그 먼 길을 혼자 보내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고맙게 진우녀석이 같이 가준다니 다행이다. 수인이가 타고 있을 비행기를 바라보며 인성은
한참을 공항 앞에 서 있었고 그녀가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어올 때까지 한숨도 못잤다.
수인이는 자신의 뒤틀린 다리를 침대 위로 올리며 누웠다.
항아리치마 같은 환자복을 입고 낯선 외국어를 지껄이는 하얗고 검은 사람들이 밀고 가는 이 침대 위에서
드디어 수술실로 가는 실감을 하고 있다.
멀어지는 진우에게 미소를 지어보였고 인성이 특별히 붙여준 이번 수술과는 무관한 한국계 의사가 다가와
안심 하란 말을 하자 그에게도 미소를 보냈다.
수인은 눈을 껌벅이며 의식을 찾았다.
긴 수술이었을테지만 그녀에게는 그저 잠깐의 단잠이다.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은 두다리에는 아직 감각이 거의 없다.
눈을 다시 꿈벅이니 자신을 조심스럽게 내려다보는 인성의 얼굴이 보인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진우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다시 눈을 껌벅였다.
그러나 여전히 눈 앞에 인성이가 있다.
“어.. 어떻게 된거예요?”
“보고 싶어서”
“언제 왔어요?”
“아까 수술실 들어가고 금방”
“뭐 타고 왔어요?”
“배...”
“배요?”
그 먼길을 뱃길로 왔다니 무척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우가 다가와 수인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인성을 보고 말한다.
“미친 놈... 인천에서 홍콩... 그리고 다시 여기로 오늘 배를 보름을 타고 왔답니다.”
“인성씨, 멀미는 없어요?”
얼굴 표정을 보니 고소공포증만 있는건 아닌거 같다.
배멀미를 심하게 했구나 싶어서 수인은 웃음이 났다.
“수인씨, 갈 땐 뭐 타고 갈건지 물어봐요. 야! 너 또 혼자 배타고 갈거니?”
“뭐 탈거예요?”
“너랑 비행기 타면 괜찮지 않을까?”
“아마... 괜찮겠죠?”
진우는 둘의 키스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
또 혼자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겠구나 싶다.
어차피 혼자 갈거라면 빨리 가야겠다는 마음에 복도를 걸어간다.
자켓을 한쪽 어깨 위로 올리고 다른 손은 주머니에 꽂고 휘파람도 불어본다.
창밖의 날씨가 너무 좋다.
첫댓글 재미이ㅣㅆ게 보고 가요 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꺄꺄님처럼 이렇게 길게 잘쓰시는분도 없을꺼에요>_<ㅋㅋㅋㅋㅋ감동감동히히
감사합니다~~~ 음... 제 글이 길군요... ^^ 단편방 글들 보고 대충 비슷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쓴건데... 더 짧게는 못써요. 다음엔 짧게 도전!
우왕~~굿 ~~>ㅡ< >ㅡ<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 닉 예쁘네요. ^^
ㅎㅎㅎㅎ 재밌어요 수인이가 귀엽네요 ... ㅎㅎㅎㅎ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최고최고최고였어요!!!!!!!!!!!!!^0^ 너무재밌게읽고갑니다아~!
댓글 번번히... 감사해요... 사실... 지난 번... 단편방 올리는 법 컨닝으로 보고 대충... [제목]부제 인줄알고... 닉들이 너무 예뻐서 제목으로 착각... [제목]했다가 리턴 당했었답니다... 리리플 첨으로 달아봅니다... 리턴 당한거 그냥 올리지 말까 했는데 올렸다가 다시 또 리플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으와 달달해요 >_<!!
이름 뒤에 . 쓰신 글 읽으면서 무슨 의밀까 생각했었는데... ^^ 제가 아직 다른 분 글에 감상 댓글은 못 달고 있답니다. 소심해서... 좋은 하루 되세요...
우왕 번외편이 잇으면 좋을것 같은데.,. 달달한 신혼 생활이용.,ㅎㅎ 재미잇게 잘보구가여
구상은 해봤는데... 지금 쓰고 있는게 좀 막혀서... 다 쓰면 꼭 쓸게요... 감사...
너무 재밌어요~번외보고싶은데.......ㅜㅜ
고맙습니다... 다음에 번외 꼭 도전 한번 해볼게요... ^^